거문·개도중 주민 반발로 제외

내년 3월 개교하려던 화양중 기숙형 공립중학교 설립이 사실상 무산돼 규모가 축소된 적정규모학교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여수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거문중학교와 개도중학교 주민 반대로 이들 학교는 제외됐으며, 적정규모 학교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중에 있으며 최종 수정안은 8월 초쯤 나올 것이다”고 밝혔다.

화양중 기숙형 공립중학교는 2014년 화양중 화양남분교장과 화양중 낭도분교장, 거문중, 거문중초도분교장을 각각 통합하고, 2015년에 개도중학교와 여남중연도분교장, 여남중화태분교장을 각각 통합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전남도교육청은 22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화양중학교에 150명 수용규모의 기숙사와 강당을 새로 만들고, 노후화된 건물을 보수해 섬 지역 학생들이 화양중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학업을 이어가도록 할 계획이었다.

여수교육지원청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교과부로부터 130여억원을 확보해 올해 초 화양중학교의 부지를 일부 매입하고,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갔다. 화양중학교는 공사를 위해 소라면 현천리 옛 소라초교 남분교를 리모델링해 옮긴 상태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폐교를 거부하며 도교육청을 항의방문하고 사회단체들까지 나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보류 됐다.

거문중과 개도중 학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다 보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통폐합에 반대했다. 실제로 거문중에서 화양중으로 오려면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육지인 여수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다시 시내버스로 40분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일부 주민들은 가뜩이나 교육문제 등으로 주민들이 농어촌을 떠나는 현실에서 유일한 마을의 문화·교육기반인 학교를 없애면 인구감소는 물론 ‘마을 공동화’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애초 기숙형 학교는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공감대 아래 추진 된데다 학교당 정부 예산지원이 100억원대에 이르고 학생·학부모의 기대감도 높아 그동안 반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전남교육희망연대,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도 기숙형 중학교 설립정책은 장만채 교육감의 공약인 농어촌 교육 살리기와 배치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기숙형 중학교는 학급 당 인원수가 통폐합 전 10~20명에서 30명 내외로 늘어나 개별 학습 지도가 불가능하다”면서 “기숙형 중학교 설립은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이자 소규모 학교 죽이기, 농어촌 아이들 죽이기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살리겠다고 농어촌교육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전남도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장 교육감의 선거공약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만채 교육감은 지난 1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숙형 중학교에 대해 “기숙형 중학교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농어촌 특별법은 논리적으로 서로 틀린 문제임에도 혼재돼 가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장 교육감은 “전남은 학생수가 전혀 없는 2곳 등 소규모 학교가 많지만 인위적으로 폐교된 곳은 한 곳도 없을 만큼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며 “지역학교가 속속 없어진 뒤 거점고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원해서 기숙형 중학교가 들어가는 것인데 통폐합으로 접근하다보니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교육감은 특히 “여수 화양중, 장성 백암중, 보성 복래중, 신안 비금중 등은 이미 2년부터 추진돼 설립이 진행중으로 관련 예산이 세워진데다 3곳은 기본·실시설계까지 마친 상태여서 4개 지역 기숙형 중학교 건립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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