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련 여수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전 세계적으로 일일 생활권이 되어 가고 있는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하면 농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가 있을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로컬푸드, 도시농업, 컬러푸드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여기서 얘기할 ‘틈새농업’도 여수시의 농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틈새농업(시장)은 무엇이며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초기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쪼개 파는 수박이다. 여름철의 수박은 더위를 식혀주는 여름에 없어서는 안 될 과일이다. 수박의 생김새를 나라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수박은 둥근 모양이지만 미국의 수박은 타원형으로 우리 것 보다 2배 정도는 크다. 그래서 미국에선 수박을 냉장고에 넣는 것을 항상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고민은 수박을 절반 혹은 1/4로 자르면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뉴욕 청과물 시장 한국출신 상인들이 구상했는데, 처음엔 ‘쪼개진 수박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혹시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등 고민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생도라지이다. 경남 진주 장생도라지의 경우 한 농업인이 수십 년간 연구 노력 끝에 5년생 도라지를 생산해 이를 가공․판매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넒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 인근 지역인 구례에서 처음 소개된 복(福)자가 새겨진 사과라든지, 축산분야의 한약재가 포함된 사료를 급여해 독특한 맛과 향기가 배어 나오도록 한 강진의 ‘맥우’ 등이 틈새농업의 시초라 하겠다.

최근에는 귀농․귀촌을 장려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귀농․귀촌 바람이 불고 있는데 파프리카, 새싹채소 혹은 이름도 알기 어려운 외국의 채소 등을 생산해 내수 및 수출 시장에서 고소득을 올리고 있고, 친환경농산물이나 오색 쌀 생산 등 기능성 농산물을 녹색(체험)관광과 접목해 많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틈새농업 성공사례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귀농․귀촌 경영자들이다. 농업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의 경험을 농업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틈새농업의 좋은 아이디어의 바탕이 될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기존농업(시장)의 빈틈을 채워주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틈새작목(시장)은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이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찾아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귀농하여 성공한 몇몇 사람의 성공사례에 고무되어 무턱대고 틈새작목(시장)에 대한 생산․기술․판매․입지여건 등 현재의 경쟁력 수준을 정확히 진단한 뒤 자신의 여건에 맞는 자원 이용과 비용을 투자해 최대의 이익을 올리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선 지역에서 재배․유통되고 있는 틈새작목을 찾아 육성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우리지역에서도 틈새작목으로 재배되고 있는 삼산면 쑥, 남면 방풍, 화양면 달래, 소라면 조생종 햅쌀 등이 있는데 이런 작목을 체계적으로 품종과 기술을 개발하고, 가공, 유통을 체계적으로 육성 시켜나가며, 깨끗한 이미지의 섬 지역 틈새농산물을 브랜드화 시켜 나간다면 여수농업의 활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75ha 재배로 전남의 5위권인 조생종 벼 재배면적을 확대하면 추석 전 햅쌀 출하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일손 분산과 태풍 등 자연재해 예방, 병해충 방제비용의 절감 등 이석이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쑥의 경우 189농가 연면적 172ha에서 10억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우수 품종선발, 재배법(경운) 개선, 수확기 개발 등으로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방풍도 연 35억 정도의 매출을 수확기 개발 및 유통개선 등을 통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시의 정책적 뒷받침이 선행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시대이다. 이 때문에 우리 농업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시의 농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와 관습까지 스스럼없이 버려야 한다. 보다 넒은 안목으로 세계 각국의 식문화나 농산물 시장에 대한 정보까지도 파악 영농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속에서 틈새농업(시장)은 빛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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