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규 동부매일신문 발행인.
요즘 시민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받는 질문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십여 명에 이르는 시장 후보 중에서 어떤 사람이 시장으로 좋을 것 같냐는 질문과 다른 하나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가 폐지될 것 같냐는 질문입니다.

내년에 누가 시장이 되느냐는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 할 것입니다.

착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도시도 착해지고 나쁜 사람이 시장이 되면 도시도 험악해질 것입니다.

따뜻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도시가 따뜻해질 것이고 불순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도시 전체가 불순해질 것입니다.

시장의 자질론에 대해서는 조만간 구체적이고 속 시원하게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정당공천제도에 대한 설명입니다.

기초의원과 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이 공약은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은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할 것입니다.

능력이 부족해도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되는 지역주의가 바로 정당공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정치는 전라도 지역과 경상도 지역에 기반을 둔 거대한 양대 정당이 이끌어 온 기형적인 구조였습니다.

이 구조는 수십 년 동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변함이 없었습니다. 거의 독점체제에 가까웠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기초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공천이 시민의 뜻에 따라서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지역만 해도 누가 시장으로 적합한 인물이냐 하는 인물론보다 누가 민주당의 공천을 받고, 누가 새로 출범할 안철수당의 공천을 받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 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앙당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당공천은 그것을 바꾸자는 것이지요.

정당공천제 폐지의 핵심은 지방정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부당한 개입과 지배를 중단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 할 것입니다. 중앙에 종속된 지방정치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민주당은 전당원의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였습니다.

이제 폐지에 대한 결정권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공천폐지를 결정했음에도 많은 국민들이 지금 안심하지 못하는 까닭도 새누리당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는 대선공약인 만큼 공천폐지 입법을 다음 달까지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비롯해 상당수의 고위당직자들은 정당공천의 폐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공천이 폐지되면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의 지역 장악력이 떨어지고 단체장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이제 이 문제를 백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정당공천 폐지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반대 의견을 무마할 수 있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초단체장은 공천 유지, 기초의원은 공천폐지’라는 정당공천 분리론입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한 일종의 꼼수이지요.

이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기초의원에 대해서만 공천을 폐지하고 기초단체장은 공천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아예 기초의원 선거 자체를 폐지하는 대신 광역의원 숫자를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대안이 비록 새누리당의 당론은 아닐지라도 당내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소속 의원들의 정서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바뀌지 않는 까닭도 이처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피와 젊은 피의 수혈을 막고 있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정치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할 것입니다.

멀리 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만 해도 그렇습니다. 도시의 발전보다는 ‘갑’지역이냐, ‘을’지역이냐에 따라서 기초의원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까닭도 정당공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할 것입니다.

이제 불합리한 그 사슬을 끊을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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