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들 구토·두통·어지럼증 호소…병원에서 치료 받아
주민들, “안전 매뉴얼 등 체계 없어…방제 작업 일시 중단”

1일 방제 작업에 나선 신덕마을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오후 3시 30분부터 기름 방제작업을 중단했다. 마을사무소에서는 구토와 두통, 어지럼증 증세가 있는 주민들은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을 것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후 5시께 두통과 어지럼증, 구토 등을 호소한 마을주민 4명이 여수 성심병원에서 오심·구토억제제와 두통완화제를 처방 받았다. 집계되지 않은 주민들까지 합하면 처방을 받은 주민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을 맞아 고향마을을 찾은 일부 가족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31일 마을 앞바다로 밀려온 기름의 냄새 때문에 여수 시내에 있는 친척집 등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1일 오전 신덕 마을의 집에 돌아와 서둘러 집을 떠났다.

마을의 한 주민(여)은 “손자가 기름 냄새 때문에 구토와 두통 증상을 호소해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해안가 앞 도로변에 있는 집의 다른 한 주민은(남)은 “아내가 31일 저녁부터 밤새 구역질이 날 것처럼 울렁이는 메스꺼움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며 “설이라고 자식들이 내려왔는데 기름 냄새가 심해 1일 아침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해안가 바지락 양식장을 가리키며 “맑은 기름이라 육안으로는 기름이 안 보일뿐 기름이 바지락 밭에 쫙 깔려 있다”며 “올해는 물론 바지락 양식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주민들은 현장의 해경 측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번 기름 유출 원유사가 유출된 기름이 어떤 기름인지 밝혀야 한다”며 “원유라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없는지 빨리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기름 확산을 막는 방제작업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떤 기름이 흘렀느냐에 따라 방제 방법도 달라진다”며 “방제 작업에 동원된 주민들이 두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방제 작업시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인체 피해도 고려하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안전 교육이라든지 안내가 전혀 없다”며 “대응체계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주민은 “해경, 여수시, 원유사, 마을 주민 등이 공동 대책반을 만들어 협의해 나가면서 방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은 마음이 급해서 관계 당국이 하라는 대로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장 매뉴얼이 전혀 없어 주민들이 격앙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수거 방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비가 왔을 때 바다나 토양으로 흘러가는 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후 수거한 기름 흡착포 등을 처리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수거 업체가 걷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대책반이 없다보니 수거한 양이 얼마나 되는지 주민들은 모른다”며 “경황이 없다는 핑계로 주민들은 안전이나 피해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주민은 “신덕마을은 20년 전에 기름 유출사고로 마을 해안 일대를 초토화시킨 아픈 기억이 있다”며 “또 다시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대응체계가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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