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유조선 안전속도 무시…유조선 돌진 원인 밝히는 데 주력”

▲ 사고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 선박 앞 부분과 옆 부분이 송유관 잔교와 충돌해 파손됐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께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는 안전 속력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접안을 시도한 유조선이 원인이라는 해경 측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나왔다.

여수해경은 3일 오전 10시에 가진 ‘우이산(WU YI SAN)호 충돌 해상 오염사고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우이산호가 안전 속력을 지키지 않고 약 7노트의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도선사 및 선장의 과실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조선의 엔진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배 여수해경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조선 접안 과정에서 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돌진했는지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도선사 김씨가 23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어 관련 업계와 항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도선사 김씨가 평상시와 다름없이 도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경 측은 주도선사 김씨가 진술한 내용에 대해 수사 과정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3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고의적으로 원유 송유관을 들이 받지 않는 이상 도선사의 실수라고 보기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계에서는 유조선의 엔진 결함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음주 예인 등의 의혹에 대해 사고 직후 곧바로 형사를 투입해 음주측정을 했으나,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여수·광양항의 경우 강제 도선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입·출항하는 유조선 등 대형 외형선박은 도선사에 의해 입출항 하도록 지정돼 있다.

이번 사고를 낸 유조선에는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주도선사 김모씨(경력 23년)와 보조도선사 이모씨(경력 3년) 등 2명이 사고 1시간 30여분 전에 인근 섬인 대도에서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조선은 충돌한 원유2부두까지 1시간 17분 동안 운항하면서 원유2부두까지 13㎞를 이동했다.

해경은 통상적으로 도선사가 승선한 이후 3~5노트로 접안장소에 접근해야 하지만 이 배는 원유부두 충돌직전인 오전 9시27분 9노트 속력이었으며 9시30분 8노트, 9시32분 7.2노트로 속력을 전혀 줄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9시 35분께 7노트 속력으로 충돌했다.

통상적으로 유조선이 접안을 할 때에는 속도를 3∼5노트 이하로 줄여 정지하고 엔진을 끈 상태에서 접안선 4대가 오른쪽에서 천천히 밀어서 부두에 댄 뒤 기름을 송유관으로 보낸다.

이 과정서 도선사는 내항 진입부터 키를 잡고 부두에 접안해 제품을 하역한 뒤 안전하게 외항 기점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사고 당시 유조선은 일반적인 속도보다 빠른 7노트의 속도로 돌진하다가 두 해상 잔교 사이를 지나 원유 하역배관을 지지하는 해상 구조물인 ‘돌핀’ 6개 중 3개를 들이받고 잔교와 원유하역 배관을 부수고서야 멈춰 선 것이다.

해경은 “육상 구조물의 파손을 막기 위해 후진을 시도하고 급기야는 닻까지 내렸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경은 우이산호가 부두에 접근할 때에 도선사가 방향이나 속도 등을 제어했기 때문에 도선사의 실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엔진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사황이다.

김상배 서장은 “우이산호 선장과 선원, 도선사 2명, GS칼텍스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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