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이후 주민 37명 구토·두통 호소 병원치료
나프타 등 유해 화학물질에 방제 작업자들 그대로 노출
주민들 “얼마나 더 병원에 실려 가야 하나?…답답하다”

▲ 3일 오후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에서 시청과 해경 직원, 군인, 여수시새마을지회, 여수·순천·광양·보성 의용소방대원, 주민들이 파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 유조선 충돌 사고로 유출된 기름 방제 작업이 오늘로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안가 바위와 돌에 낀 기름을 제거하는 ‘갯닦기 작업’을 하던 주민들이 구토와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인적 피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여수시에 따르면 이날 신덕마을 해안가에서 바위와 돌, 모래에 들러붙은 기름을 제거하는 ‘갯닦기 작업’에 참여한 이 마을 주민 등 26명이 두통과 구토 증상 등을 호소, 보건소 응급차량을 통해 실려 가거나 본인들이 직접 시내의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이들은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일과 2일에도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던 주민 11명이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발생 이후 지난 3일까지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들만 37명에 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4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 3일 오후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에서 시청과 해경 직원, 군인, 여수시새마을지회, 여수·순천·광양·보성 의용소방대원, 주민들이 파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덕마을 앞 해상과 해안가에서는 주민과 자원봉사자, 해경, 여수시 공무원, 군인, 여수시새마을지회 회원 등 1300여명의 인력이 바위와 돌, 모래에 들러붙은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경, 여수시, GS칼텍스가 방제 작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방제 인력에 대한 안전 조치가 안일하게 이뤄져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마을 주민은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해상과 해안가 방제 작업에 투입되고 있어 심각한 건상 이상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덕마을 청년회원이라는 조현중 씨는 “기름이 유출된 지난달 31일부터 나이 든 노인들이 마스크나 보호 장비도 없이 기름 제거에 나섰다”며 “어제부터는 지급된 마스크를 쓰고 작업에 나섰지만 1시간 정도 지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해경에 가스마스크를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에게는 1·2급 마스크를 지급하면서 자기네들은(해경과 GS칼텍스) 가스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나프타는 거의 소진됐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원유에 묻어 있다. 원유가 묻은 바위나 돌에 햇볕이 쬐니까 가스가 올라와 숨 쉬기가 곤란해지는 것”이라며 “2급 마스크는 그 가스를 그냥 들이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오일휀스로 막아놓은 기름띠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바람이 불면 마을로 유입돼 그 가스를 방제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대로 마시고 있다. 그런데 해경이나 여수시, GS칼텍스 등 유해성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는 곳이 없다. 주민들이 얼마나 더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 2급 마스크를 착용하고 갯닦기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해경과 GS칼텍스는 현재 작업 인력에게 호흡기와 피부가 유독성 가스와 기름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복과 장갑, 마스크 등을 지급하고 있다.

가스 마스크가 지급돼야 하지만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1·2급 방진 마스크가 지급되고 있다. 1·2급 방진 마스크는 유독성 가스를 충분히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1·2급 방진 마스크로는 분진이나 먼지를 걸러내는 데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유독성 가스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16만4000ℓ로, 성분별로는 나프타(Naphtha) 70,000ℓ, 원유 6만9000ℓ, 유성혼합물 2만5000ℓ로 추산되고 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원료인 조제(粗製) 휘발유로 휘발성이 강해서 공기 중에 지독한 냄새로 퍼지게 된다. 1급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환경부 발암우려 물질로 분류되는 유해 화학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갯닦기 작업’에 투입된 인력 대부분은 1·2급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1·2급 마스크를 지급받았으나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 중인 주민들이 상당수 있었으며, 연령이 높은 일부 작업자는 두통을 호소하며 해안가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2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에 투입된 이모(45)씨는 “안 쓴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면서 “작업 요령과 안전 교육을 제대로 알려주는 이도 없고, 또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답답해서 아예 벗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마을 주민은 “해경이 이날 1·2급 마스크가 떨어지자 일반용 마스크 1000여 개를 구입해 지급하다가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다시 회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매뉴얼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여수시새마을지회 회원들이 갯닦기 작업에 투입되기 전 작업 요령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하지만 작업 현장에서는 작업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두통, 구토 등을 호소하는 인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여수시보건소는 마을과 작업현장 주변에 구급차량과 의약품을 비치하는 등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보건소관계자는 “두통이나 구토 등을 호소하는 작업자들이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지급되고 있는 1·2급 마스크가 기름 냄새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현장에 ‘유류오염사고 현장 지휘소’를 꾸려 운영하면서 단체 작업자들에 간단하게 작업 요령과 안전 교육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마을의 한 주민(43)은 “방제 작업이 지속될수록 유독 가스 등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방제 작업도 좋지만 방제 인력에 대한 보호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름을 닦을 부직포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단체 인력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등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편 여수해경은 해안가 등 일부 지역의 방파제 등에 기름이 부분적으로 부착된 곳의 방제작업은 마무리까지 약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3일 오후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에서 시청과 해경 직원, 군인, 여수시새마을지회, 여수·순천·광양·보성 의용소방대원, 주민들이 파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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