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사고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신고…현장 도착 1시간 뒤”
GS칼텍스, “정전으로 밸브 잠그느라…해경 담당 부서장에게 전화”
기름 유출량 애초 800ℓ→16만4000ℓ추정 ‘축소’ 의혹도 논란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께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GS칼텍스와 해경의 유출량 축소보고와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전 9시 35분 충돌사고 이후 해경이 사고를 인지한 시간은 10시 5분께. 여수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가 접수된 후 알았다. 이것도 여수항도선사지회가 오전 9시 56분께 관제센터에 신고한 것이며, 관제센터는 ‘송유관 파손으로 기름이 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0시 5분께 해경에 사실을 통보했다.

해경은 신고를 받고 즉시 헬기 1대와 방제정 등 16척을 사고현장으로 보냈지만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1시간여가 지난 10시 36분께였다.

사고가 난 뒤 1시간 동안 아무런 대책도 없이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상당수 주민들은 쏟아지는 원유를 목격했다.

주민들의 당시 상황 설명에 따르면 “지독한 악취 때문에 설날 세배는커녕 아침 떡국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바다에 나갔더니 이미 기름띠가 마을 포구로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점심때가 되지 않은 시각부터 시커먼 기름띠가 마을 포구로 밀려들어와 어선 등을 동원해 자체 방제작업을 펼쳤으며, 그 이후에 해경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신덕마을에 원유 등이 대량 유입된 뒤에야 오일휀스가 설치됐다. 주민들은 또 “사고 발생 다음날인 1일도 송유관 잔존 기름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GS칼텍스는 즉시 보고하지 않고 뭘 했던 것일까. GS칼텍스 측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정전이 발생해 밸브를 수동으로 잠그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해경의 해양오염방제과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아 해당 부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경의 말대로라면 GS칼텍스는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가까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어서 GS칼텍스가 늑장 신고와 기름 유출량 축소 보고로 해경의 초동조치 미흡으로 이어져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행 해양환경관리법 제63조(신고의무)는 오염물질 누출 행위자는 즉시 지자체와 해경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어 GS칼텍스는 사고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경도 애초 GS칼텍스가 축소한 유출량 추정치를 보고 사고를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경은 사고 후 1시간여가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후 헬기를 동원해 광범위한 수색을 벌이고 나서야 심각성을 느끼고 오후 1시께 방제선박과 유회수기를 동원해 본격적인 방제를 시작했지만 빠른 조류에 기름은 마을을 덮치고 있었다.

김상배 여수해경서장은 3일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사고 당일이 설날이어서 출동과 방제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며 “유출한 기름이 물흐름이 빠른 ‘조금사리’를 맞아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앞서 “함정 5척을 동원, 신덕마을 입구에서 기름띠가 마을로 가는 것을 차단키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해경과 방제업체의 조치로 그나마 더 확산 될 초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기름 유출량 애초 800ℓ→16만4000ℓ추정 ‘축소’ 논란
기름 누출량에 대해서도 축소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 즉시 GS칼텍스 측은 누출한 기름의 양이 800ℓ(4드럼)라고 밝혔으나, 해경 조사결과 이보다 205배 많은 16만4000ℓ(820드럼)로 드러나 ‘유출량 축소’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가 초기 보고한 유출량을 토대로 방제 계획을 세웠던 해경의 초기 방제 대응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해경이 초동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유출된 기름이 사고로 파손된 오일휀스를 넘어 이미 먼 바다로 퍼져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김상배 여수해경서장은 “이날 발표한 기름 유출량은 215m 길이의 송유관 가운데 파공된 부위에서 경사진 부분의 관로구간 111m에 들어 있는 단순 용량을 추정한 것에 지나지 않다”며 “나머지 관로를 확인하고 전문 검정기관의 조사를 거치면 총 유출량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송유관이 파손된 뒤에 밸브를 잠그기까지의 시간 등을 고려하면 유출량은 현재 추정치보다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경 수사와 함께 전문 검정회사의 검정을 토대로 정확한 유출량이 확인되면 유출량 축소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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