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책정 4년 단위 적용해 올해밖에 기회 없어
실질적인 생계보장·물가 상승률 고려 인상 ‘불가피’
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운 서민 경제 ‘인상 안 돼’

지난 1일 제6대 여수시의회 임기가 시작된 가운데 5년 간 동결돼 왔던 여수시의회 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의 인상 여부와 인상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만 의정비를 정하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의정비 결정주기가 1년에서 4년으로 바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또, 지방의원 월정수당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안의 범위에서 인상할 때에는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여수시의회는 의정비가 2009년부터 5년째 동결된 상황이고 현 경기가 안 좋다는 것 때문에 다시 동결하면 앞으로 4년 동안 인상안을 논의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인상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정비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시민 공감대 형성 없이 대폭적인 인상을 결정할 경우 시민 사회의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은 여수시의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여전히 찬반이 확연하다.

전문성을 갖춘 예비정치인들의 의회진출을 활성화하고 유급제 시행에 따른 실질적인 생계보장, 소비자물가 상승률, 공무원보수 상승률 지표 등과 비교할 때 의정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서민 경제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의정비 인상은 이르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여수지역의 의정비 인상 반대 요인을 살펴보면 여수시의회 불신에 따른 애꿎은 행정력 낭비를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시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초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지방의원은 지난 2006년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명분에 따라 유급제로 바뀌었다. 의원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의정활동에 전념하라는 취지였다.

현재 여수시의회 의원들이 매년 받는 의정비는 보수적 성격의 ‘월정수당’ 2004만원, 의정자료수집‧연구비 및 보조활동에 소요되는 ‘의정활동비’ 1320만원(의정활동비 1080만원+보조활동비 240만원)을 포함해 1인당 3324만원 수준이다. 의정활동비는 비과세이지만 월정수당은 ‘보수’로 보아 과세 대상이다.

법이 개정되기 전 의정비는 매년 지자체의 재정력 지수, 의원 1인당 주민 수 등에 따라 기준액을 정하고 의회의 의견과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지급 수준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자율로 정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심의위는 시의회와 법조계, 언론계,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위원 10명으로 구성되는데 고정된 의정활동비(1320만원)를 제외한 월정수당 부분에 대해 적정인상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의정비 월정수당에 대한 명확한 지급 기준이 없이 자율에 맡기다 보니 2008년엔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경쟁적으로 의정비를 인상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장이 추천받아 구성하다 보니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인상폭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도 시민이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괴리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여수시의회는 2011년, 2012년도 의정비 인상안(6.17%)을 추진했다가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여수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수지역정치개혁연대는 여수시의회 앞에서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시의원 7명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의회 차원의 자정노력과 개혁에는 소홀한 채 내년도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의정비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여수시의정비심의위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 의뢰한 시민여론조사에서 의정비 인상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높게 나오자 동결을 결정했다.

시의회는 물가상승률과 공무원보수 상승 등 의정비 인상요인이 충분하지만 시민과 고통 분담차원서 지난해 의정비도 동결했다.

하지만 의정비를 5년째 동결해온데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도 의정비를 인상할 수 있게 관련법이 바뀌면서 여수시의회가 이번에는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수시의회 A의원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의원이야 의정비가 동결돼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의원에게 현재 의정비는 4인 가족 생활비로도 빠듯하다”며 “소비자 물가 상승에 따른 의정 활동 어려움, 매년 공무원봉급 인상률 등을 참작해 합리적인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수시의원들의 의정비는 일반 공무원 7급 15봉 수준으로 앞으로 4년 간 의정비가 동결되면 10년 가까이 월급이 동결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입장을 바꿔서 월급이 10년 동안 동결된다면 이를 쉽게 수긍할만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이는 돈 없는 의원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여수시의회 B의원은 “전문가적인 소양과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의정활동을 제대로 안한다고 질타하기에 앞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차원에서라도 현실성 있는 의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폭·합리적인 인상’이라 하더라도 지역 사회가 이를 얼마나 달갑게 받아들일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특히 지방의회 공식 의정활동일수가 120일이라는 점, 국민연금·건강부담금(건강보험료) 등이 따로(절반씩) 지급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지급하는 의정비가 결코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여수시의 2014년도 예산서를 보면 시의원들은 의정활동비 3324만원 이외에도 사무실유지비와 본회의‧임시회‧상임위원회 지원비인 의정운영공동경비로 1억2480만원(480만원×26명),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00만원(100만원×11명)을 별도로 지원되고 있다.

특히 5급 4명, 팀장 2명, 주무관 2명 등 8명의 전문위원들이 시의원들의 자료조사·연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자료조사 대부분도 의회 사무실 공무원들이 지원해준다. 여수시 예산으로 의원들의 웬만한 자료조사·연구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여비도 지원된다. 국내 자매결연도시 방문, 선진 의회 비교시찰, 국회 의정활동 견학, 의원연수 및 세미나 참석, 의정활동 자료수집, 상임위원회 활동 여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비, 도서지역 상임위 활동여비, 기타 의정활동 여비, 각종 특별위원회 활동 등에 책정된 예산은 1억4190만이다. 해외 연수나 선진국 벤치마킹을 가면 의원 1인당 200만원이 지원되는 등 총 676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의장은 262만원, 부의장은 126만원, 상임위원장·예결위원장은 86만원의 업무추진비도 보장된다.

이 정도의 예산이면 한시적인 짧은 일정의 예결심의 등을 위한 자료조사·연구비로 모자라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만큼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진통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의정비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여수시의회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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