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전은숙 부부 ‘꿈을 품다’

▲ ‘카페 드 파리’

커피문화가 유행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독특한 콘셉트와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취향과 입맛을 사로잡는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앞세워 대로변의 목 좋은 곳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경쟁해야 하는 골목 카페는 자신만의 특색을 살려 손님의 발길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들 카페는 지속적으로 새 상품을 내어 놓거나 고유의 분위기를 조성해 단골확보에 나서고 있다.

여수지역에도 여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못지않은 맛과 메뉴를 갖춘 작고 소박한 카페가 입소문이 나면서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가 꽤 있다. 여기에 교통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아기자기하거나 이색적인 분위기의 골목을 찾는 고객도 늘면서 지역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특한 콘셉트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여수시 신기동의 ‘카페 드 파리’. 이 카페의 매력은 폼 잡지 않는 데 있다. 위치부터 그렇다. 동네에서 편히 가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쉴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동네 주민이 아니면, 단골이 아니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조금은 외진 곳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입소문이 나 단골이 꽤 된다.

밖에서 바라본 카페의 모습도 이국적이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프랑스어로 발간된 신문으로 벽지를 대신해 여느 카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거기에다 아담하기까지 하다. 맛은 기본이고 가격도 겸손하다.

▲ ‘카페 드 파리’를 운영하는 김성기·전은숙 부부.

샤케라또·키스링 마늘빵·떡하니빙수 등 인기
차와 공간, 음악 통해 마음 공유하는 ‘사랑방’

‘카페 드 파리’가 되고 싶은 것은 ‘동네 사랑방’이다. 내 집 가까운 곳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폼 잡지 않고 편안하게 즐기고, 문화도 즐길 수 있는 문화 사랑방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커피 드 파리’ 김성기(42·남) 사장은 “요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특히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관심도 낮은 실정이다.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해 이들을 품어주자는 소망에서 시작했다”고 카페를 연 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장사가 그리 쉽던가. “자영업이라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매달려도 될까 말까 하는 게 자영업이다. 최근 통계에서도 자영업 창업자 10명 중 7명은 5년 안에 폐업하는 것으로 나오더라.”

그렇다고 가게를 열어놓고 손님을 앉아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아무리 작은 카페라도 수익이 나야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먼저 사람이 오고가는, 카페가 활기를 띠는 게 중요했어요. 누구든지 와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기로 했죠.”

▲ ‘카페 드 파리’

카페가 커피 맛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 소지섭 커피로 불리는 ‘샤케라또’가 인기다. 샤케라또는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섞어 흔들어 만드는데 거품이 있어 맥주 마시는 느낌이 난다. 이 외에도 더치커피류, 쿠키&크림 프라페, 수제 마카롱, 메이플 허니브레드, 자몽에이드와 블루·핑크·그린민트레몬에이드 등을 맛볼 수 있다.

서산6쪽마늘로 만든 키스링 마늘빵도 손님들이 찾는 단골메뉴다.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때 점심간식으로 식탁에 오른 빵으로 유명하다. 이와 함께 ‘카페 드 파리’의 여름철 특미 ‘떡하니빙수’도 인기다. 빙수 이름은 손님이 붙였다. 달지 않고 뒷맛이 깔끔한 커피빙수도 많이 찾는다.

김 사장은 손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새롭게 내놓을 제품에 대한 벤치마킹을 꾸준히 한다. 신 메뉴는 단골에게 시식을 하게 해 반드시 검증을 거친다. 올해는 수제 조각케익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동네 카페다보니 혼자서 모두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맛있고, 건강에 좋은 제품을 찾아내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페 드 파리’에서는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싶다는 김 사장의 운영 철학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심각한 지경이다. 심지어 손님으로 오는 연인들도 서로 얼굴 보며 대화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많을 때가 있다. 보드게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놀이다. 이를 통해 서로가 면대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특히 아이들이 집중력과 문제해결능력, 협동심, 자기조절능력 등을 기를 수 있다.”

김 사장은 “손님으로 온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움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것은 보드게임의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카페 드 파리’
‘카페 드 파리’에서는 음악공연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이는 부인인 전은숙(41·여) 씨가 돕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전 씨는 어쿠스틱 밴드 ‘카파밴드’를 만들어 이 카페가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부정기적으로 공연을 열고 있다.

반응이 상당히 좋다. 전 씨는 “공간이 넓지 않아서 그런지 몰입도가 높다. 공연을 하는 사람과 관객이 바로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다. 프로는 아니지만 카페를 찾는 손님과 더 나아가 지역민과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픈 작은 마음들이 모인 것이다”고 했다.

전 씨는 “꼭 격식을 갖춘 공연장에서 비싼 비용 들여 공유하는 것만 문화가 아니다. 동네 카페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가볍게 차 한잔하면서 편안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도 문화다. 여수는 참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문화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꽤 찾는데 자리가 부족해 공연이 펼쳐지는 내내 서서 관람하시고 즐긴다. 죄송한 마음에 공연을 하루 2회로 나눠서 했는데 다들 우리 지역에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힐링이 됐다고 좋아하셨다. 커피와 공간,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다.”

김성기·전은숙 부부의 아름다운 소망이 녹아있는 ‘카페 드 파리’.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지쳤다면 마음 놓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의 ‘카페 드 파리’에 들러보자. 카페 오픈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일요일은 쉰다. 위치는 여수시 신기남3길 27-1(신기동) 061-922-6916.

▲ ‘카페 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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