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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출신 예술인 타지로 내모는 여수시 “배알도 없나”허영만·배병우·배동신·손상기 등 걸출한 문화예술인들 많지만
여수시 ‘인물 활용’ 도시 마케팅 의지 실종…타 지역에 둥지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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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06  1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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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다른 지자체들이 부러워할 만큼 유명 문화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한 도시다. 만화가 허영만, 사진작가 배병우, 배동신 화백, 손상기 화백, 전원일기 작가 김정수 등 이들은 한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인들이고 고향 여수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허영만 화백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만화계의 거장이며, 여수가 낳은 걸출한 인사다. 첫 히트작인 <각시탈>, 1980년대 대학생 필독서였던 <오! 한강>, 시청률 43%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원작 <날아라 슈퍼보드>, 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 <비트>,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식객촌까지 탄생시킨 요리만화 <식객>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전설이 되고 있다.

허 화백은 40년 만화 인생 첫 전시회를 지난 4월 29일~7월 19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가졌다. 고향 여수에서도 9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예울마루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끼>와 <미생>으로 유명한 인기 웹툰 작가 윤태호 씨가 그의 제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병우 작가는 소나무 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섬과 바다·제주 오름·창덕궁·종묘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배동신 화백은 ‘독창적 수채화 세계 확립’이란 평가를 받으며 한국 근·현대화단의 ‘수채화 1인자’로 불리며, 박수근·이중섭 반열에 오르는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손상기 화백은 ‘요절한 천재화가’로 불릴 만큼 80년대 한국미술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가였다. 만화 ‘구영탄’으로 유명한 고행석 만화가는 광양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김정수 작가가 극본을 쓴 ‘전원일기’는 방송기간만 22년 2개월, 거쳐간 PD와 작가만 20명이 훌쩍 넘는 기록적인 드라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민의 고향집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젊은 며느리들이 밥을 안 하고 ‘전원일기’를 보고 울고 있었을 정도라는 얘기도 있다. 김정수 작가는 <전원일기> 외에 <엄마의 바다>, <자반고등어>, <그대 그리고 나>, <그 여자네 집> 등 수많은 드라마 극본을 썼다.

그런데 최근 배병우 사진작가가 순천시의 시민창작 예술촌에 제1호로 입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여수시가 창의적인 문화정책 개발이나 마케팅보다는 행정중심의 안일한 문화예술정책을 펼치면서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남들은 없는 것도 억지로라도 만들어 활용하는데,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는 여수시의 문화예술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인물을 활용한 마케팅은 지역 정체성은 물론 도시 품격과 브랜드를 키우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는데 문화예술인 가치에 대한 여수시의 무관심으로 인해 세계적인 사진작가와 대한민국 만화계의 거장을 타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여수시는 이순신 장군 외에 인물을 도시 마케팅에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 마저도 매번 다른 지자체에 선점을 당해 꽁무니만 따라다닌다는 비아냥거림을 받는 실정이다.

   
▲ 순천시는 최근 배병우 사진작가와 업무협약을 하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시민창작 예술촌’에 배 작가가 제1호로 입촌한다고 밝혔다.

배병우 사진작가, 순천 시민창작 예술촌 제1호 입촌

지난달 22일 순천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시민창작 예술촌’에 배병우 작가가 제1호로 입촌한다고 발표했다.

순천시에 따르면 ‘시민창작 예술촌’은 순천시가 지난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선도 사업에 선정돼 원도심인 향동·중앙동 일원의 빈집을 사들여 예술촌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순천시는 이날 서울에서 배병우 작가와 업무협약을 통해 ‘시민창작 예술촌’을 예술가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순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어 순천만, 순천만 정원 등과 함께 순천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 작가는 ‘순천’을 주제로 한 화보집을 발간하고 ‘배병우 프렌드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와 친분 있는 각계 명사들을 초청해 시민, 여행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또 작업실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시민과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등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조성된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배병우 작가가 오죽했으면 순천으로 갔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예술촌 제1호는 무엇보다 상징성이 큰데 여수시는 매번 뒷북만 치고 있으니 답답하다. 도립미술관 유치를 실패한 것도 분통이 터지는데 여수는 배알도 없냐”고 성토했다.

팔도 맛집 장인들 모은 만화 한편의 힘 ‘식객’
서울 피맛골 ‘식객촌’ 탄생…전주밥차 등 입점
문화콘텐츠에 음식 융합시킨 성공 사례로 꼽혀
1년 만에 60만명 이상 다녀가, 누적 매출 110억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2000년대를 통틀어 독자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음식만화다. <식객>은 좀처럼 드물게 영화와 드라마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의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돼 1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다른 영역의 콘텐츠로 확장돼 사회적 영향을 크게 미친 경우도 드물다.

이원복 교수는 ‘한국만화의 쾌거이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라고 했고,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자와 다이스케는 ‘광범위한 문제의식과 능숙한 드라마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만화사에 영원히 남을 것‘라고 했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우리 음식문화의 길잡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무엇보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한국음식에 대한 발견’이다. 한국인들도 몰랐던 팔도강산의 온갖 음식과 식재료, 채 알려지지 않았던 숨어있는 맛집의 발굴은 <식객>의 가장 빛나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가짓수는 적지만 서울에서 <식객>에 나오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해 5월 종로구의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식객촌은 ‘식객’에 등장했던 맛집 중 엄선해 벽제한우설렁탕 청미, 봉우리한정식, 오두산메밀가, 만족오향족발, 부산포어묵, 무명식당, 전주밥차, 한육감by참누렁소, 수하동 등 9개가 입점한 이른바 테마 식당가다.

만화 속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관심은 온전히 만화 속 스토리와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지방의 맛집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서민들의 먹자골목이었던 피맛골은 조선시대 말을 타고 다니는 고관들을 피해 서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자연히 그 주변은 선술집이며 국밥집 등 음식점이 번창했지만 1980년대부터 시작된 도심재개발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식객촌은 일부 남아 있던 피맛골의 거리와 함께 공간의 역사를 재현해 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작가가 체험한 감동적이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원작 콘텐츠의 힘, 즉 문화콘텐츠에 음식을 융합시킨 사례로 꼽힌다. 식객촌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 거리는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다.

   
▲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의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식객촌은 ‘식객’에 등장했던 맛집 9곳을 엄선해 개점했다. 개점 1년 만에 60만 명 이상의 손님이 다녀갔고 누적 매출은 110억 원을 넘어섰다. 작가가 체험한 감동적이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원작 콘텐츠의 힘, 즉 문화콘텐츠에 음식을 융합시킨 사례로 꼽힌다.

‘식객’이란 브랜드는 장인의 손맛에 허 화백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식객촌은 허 화백과 서대경 ㈜플렉스플레이코리아 대표가 공동 기획했는데 1년 만에 60만 명 이상의 손님이 다녀갔다. 누적 매출은 110억 원을 넘어섰다. 개별 자유여행객 위주인 외국인 손님 비중은 지난해 5%에서 올 들어 10%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자존심 강한 이들 맛집을 모으려고 서 대표는 허 작가와 함께 식당 주인들을 1년여 동안 찾아다니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객촌은 지난 2월 13개 식당을 모아 서울 구로점을 연 데 이어 3월에는 6개 식당을 들인 일산점도 개장했다. 오는 9월 개장하는 인천공항점을 비롯해 2년 안에 전국에 10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2017년쯤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상하이, 일본 오사카 등에 문을 열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50곳에서 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객’ 브랜드로 가공식품들도 출시해 GS25 매장에 삼각김밥, 도시락, 족발, 편육 등 30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모리김치찌개 컵라면은 월 매출 10억 원의 히트 상품이 됐다. 지난해 ‘식객’ 가공식품은 180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식객촌은 톡톡 튀는 창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도 모범사례로 통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국 21개 대학에서 400명 가까운 학생들이 교육을 받기도 했다.

앞서 허 화백은 지난 2011년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에 ‘타짜’, ‘식객’, ‘오 한강 각시탈’, ‘꼴’ 등 육필 원고 15만여 장을 기증한 바 있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원고를 기증 받기까지 허 화백을 수차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다른 지자체에서 ‘식객거리’, ‘전시관’ 등을 건립하겠다는 제안이 무수히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허 화백의 고향 여수에 대한 그리움은 작품 모티브로 녹아 있다. 그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얘기다.

있는 자원도 활용 못하는 여수시 ‘공염불만’
‘절실함이 없다’…여수시 의지 있나 없나?

그런데 정작 고향인 여수에서는 그동안 말만 무성할 뿐 어느 것 하나 구체화된 것이 없다. 전시관 등 어떠한 형태로든 지역 사회가 발 벗고 나서서 활용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본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는 형국이다.

허 화백은 4기 오현섭 시장 때 ‘자랑스런 여수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여수시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팬 사인회 한 번 한 게 전부다. 민선5기 김충석 시장 때는 허영만 화백, 배병우 작가, 김정수 작가의 전시 공간 마련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유야무야 됐다.

민선6기 주철현 시장도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주 시장 공약에는 원도심 일대에 아름다운 바다와 어울리는 ‘예술인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 조성 사업에 선정된 여수시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을 레지던스 형태로 조성·운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물을 활용한 마케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손상기 화백 작고 26주기를 맞아 ‘손상기 미술관 건립’을 위한 심포지엄 등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미술관 건립과 작품 구입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여수시 남산동에 있는 생가를 복원해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는 유품 500여점을 전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시는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배병우 작가는 고향 여수에 전시관 건립 의지가 강해 실제로 사비를 들여 전시관 마련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처럼 여수시가 미적거리는 사이에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들은 하나둘씩 타지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그동안 통영 등의 타 지자체가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들을 활용하고 대우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푸대접에 가깝다.

이제는 단순히 예산 문제를 떠나 지역사회가 이들을 품을 여건이 충분히 성숙돼 있는지, 절실함이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수시의 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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