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시장 공영주차장 조성계획에 남산동 주민들 반발
주민들 “사전에 협의도 없이 밀어붙이기 사업” 분통

▲ 공영주차장 위치도.

여수시가 지난 1월 15일 여수수산시장 화재로 인한 수산시장과 교동시장 등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수수산시장 주변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에 대해 해당 부지·건물 소유자와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당초 남산동 1165번지 일원에 지상 3층, 대지면적 927㎡, 연면적 2400㎡, 주차면수 100면 규모로 주차타워 신축을 추진했다. 사업비는 행자부 특별교부세 15억 원, 전남도 특별교부금 6억 원, 시비 16억 원 등 총 37억 원(보상비 12억, 공사비 25억)이다. 편입 토지는 8필지(사유지 6필지, 시유지 2필지)와 건물 3동이며, 4월까지 토지 보상 및 매입을 완료하고 8월 실시설계, 내년 3월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여수시는 이를 위해 지난 10일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1차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편입 토지·건물 소유주들에게 주차장 조성 사실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부지를 결정했고, 조망권과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강력 반발했다.

시는 당초 계획을 변경해 29일 오후 2시 남산동 노인회관에서 주민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영주차장 조성 변경계획 설명 및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수산시장 주변 공영주차장 조성 2차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변경안은 부지를 추가 매입해 층수를 3층에서 2층으로 변경하고, 토지 8필지와 건물 6동에 대해 추가 보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총사업비는 늘어난 보상비 8억 원을 더해 45억 원(보상 20억, 공사비 25억)이며, 규모는 1825㎡ 지상 2층, 연면적 2100㎡, 주차면수는 기존과 같은 100면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정작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 행정이라며 주차장 조성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 남산동 공영주차장 위치

주민들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을 건설한다며 정작 이곳에 사는 주민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미 결정해 놓고 주민들한테 통보하는 것이 주민설명회냐며 시가 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 A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수십 년을 살았고 나이가 80살인데 보상금 받아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냐. 보상금 몇 푼에 삶의 터전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수산시장에 화재가 나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왜 수산시장, 교통시장 때문에 남산동 주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적정 부지 몇 곳을 검토한 결과 시유지가 있고 건물 보상비 등이 적은 이 곳을 선택하게 됐으며, 국비 확보를 위해 급하게 사업부지가 결정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 C씨는 “40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다. 현재도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건물을 수용한다는데 이게 어느 나라 행정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당사자한테는 한마디 상의도 엇이 왜 멀쩡한 남의 집을 가지고 주차장을 만드니 마니 하느냐”며 “이는 여수시가 남산동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주민들은 지금도 교동시장, 수산시장 상인들이 집 앞 도로에 차를 대는 바람에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왜 매번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교동시장, 수산시장 상인들도 남산동 주민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 내쫒으면서 주차장 지어 자기들만 편의를 보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주민 D씨는 “주차장 부지를 이곳으로 결정하기 전에 주민들한테 먼저 상의한 적이 있느냐”며 “수산시장 사람들은 여수사람이고, 남산동 주민들은 어디 순천, 서울 사람들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누군가가 이곳에 주차장을 지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면 그 민원은 중요하고 반대하는 의견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며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장하면 법도 원칙도 상식도 없이 다 들어주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차량 출입에 따른 소음과 매연, 일대 교통 혼잡 등으로 주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주민 E씨는 “(수산시장 건너편에 있는)수산물특화시장 내 주차장을 층수를 올리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산시장 상인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차장이 그 곳에 생기면 특화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주차장 변경안에 대해서도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민 F씨는 “새로이 편입되는 건물 소유주들한테 의견을 수렴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상의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 주민은 “이곳 주민들을 위한다면 주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며 “12통 주민 대부분이 노약자들인 이곳에 대형 주차장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 일대에 노약자들이 많기 때문에 시유지가 있는 이곳에 주민 쉼터나 소규모 복지시설, 동네 주민들을 위한 작은 주차 공간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 여수시는 29일 오후 2시 남산동 노인회관에서 주민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영주차장 조성 변경계획 설명 및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수산시장 주변 공영주차장 조성 2차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 주민 반발 이유 ‘소통 부재’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대화의 장에서 주민들이 분노한 것은 사전에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아 반발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려면 해당 부지 소유지와 인근 주민들의 양해와 협조가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여수시는 ‘피치 못할 상황’이란 명분 아래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미 조성 부지를 선정해 놓고 주민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했다는 것이다.

여수시의 주차장 추진 상황을 보면 행자부는 지난 1월 24일 수산시장의 화재로 피해를 본 여수시에 특별교부세 15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이 지난 1월 20일 여수수산시장 화재 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상인 지원과 인근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공영주차장 건립에 긍정적 검토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

불이 난 여수수산시장과 인근 여수수산물특화시장, 교동시장에는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찾고 있는데도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수수산시장에 127개, 교동시장에 477개,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에 200개의 점포가 각각 있지만, 공영주차장은 4곳 285대 규모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교동시장과 여수수산시장 상인들은 수년 전부터 주차장 건립이 절실하다고 여수시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시는 3층 규모에 1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국비 지원 요청을 해 특별교부세 15억 원을 받게 됐다. 전남도는 2월 8일 특별조정교부금 6억 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여수시가 이 때 이곳을 주차장 부지로 결정한 것인데 첫 주민설명회를 3월 10일에서야 한 것이다.

▲ ▲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후 현장을 방문해 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주민들은 “주차장 조성 계획을 이미 만들어 통보하기 전에 주민들한테 충분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민 G씨는 “1차 주민설명회 때는 통보도 받지 못해 뒤늦게 알고 참석했다”며 “설명회 자리에 가보니 주차장 부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주민들이 참석해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현장을 방문해 시의 설명과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기획행정위 위원인 주재현, 김재영, 이선효, 강재헌, 김양효, 김종길, 이상우 의원 중 주재현, 김재영, 이선효 의원 3명만 나왔다.

시의회는 30일 제175회 임시회에서 여수시가 당초 계획한 수산시장 주변 공영주차장 조성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심의한다. 시는 추후 주민 의견을 수렴해 합의가 되면 변경안에 대해서도 추후 시의회에 재상정할 계획이다.

▲ ▲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후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 의견을 듣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내일(30일) 시의회에 주차장 조성 건에 대해 심의를 받는다면서 오늘 주민설명회를 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또 공영시설을 짓는다는 이유로 협의를 무시한 채 30~40년 살고 있는 주민들의 건물과 토지를 강제수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타냈다.

주민들의 불신은 깊었다. 주민들은 “과거 오수중계펌프장 건설 때 주민들이 대의적 차원에서 양보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몇 년 전 추진한 우수관 매설 공사 때는 주민들 의견은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해 주민들이 수년 동안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시는 주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시 관계자는 “행자부 특별교부세가 결정돼 사업계획서를 서둘러 제출하다보니 구체적인 상황을 말할 대화의 시간이 없었다”며 “앞으로 최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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