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이 부른 슬픈 자화상 ② 환경·문화재 훼손 등 추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관리부실과 무분별한 탐방객 급증으로 부작용 속출
안전 담보되지 않은 무방비의 섬…대책 마련 시급
“섬, 일회성·관광개발 대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돼”

너무 까마득해 가늠조차 할 수 없다. 7700만 년 전 이곳에서 살다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생명체들은 파도가 핥고 지나는 바닷가의 평평한 바위에 족적을 남겼다. 그렇게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파도와 바람은 그 오랜 시간을 한 꺼풀씩 들춰내 마침내 존재를 드러나게 했다. 퇴적암 지층이 켜켜이 쌓인 추도의 해변 절경 앞에 서면 그 때의 시간으로 데려다 준다.

천연기념물인 공룡화석지와 퇴적층, 등록문화재인 돌담은 추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추도 주민들은 그런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왔다. 이 섬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것은 200여 년 전이라 전해질 뿐 정확한 기록은 없다. 7700만 년과 200여 년. 그런데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 오랜 시간을 사람의 손길 없이 견뎌왔건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섬이 망가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추도 전경. ⓒ 드론 심선오 사진기자

사도와 낭도, 추도 등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일대가 공룡화석지로 관광브랜드화 되면서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오는 탐방객이 급증해 문화재와 환경 훼손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 중 현재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혼자 거주하고 있는 추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지난 12일 추도에서 만난 할머니 장옥심(84)씨와 할머니의 아들 조형래(59)씨는 근래 들어 탐방객의 과도한 유입과 관리 부실로 섬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할머니 장씨는 “탐방객들이 미역, 청각, 고동 등 갯것과 농작물을 허락도 없이 마구 채취해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심지어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냉장고의 물을 꺼내 마시기도 하는 등 성가셔 죽겠다”고 토로했다.

날씨가 덥거나 비가 오면 탐방객들이 피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보니 할머니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일일이 응대할 수도 없어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추도 탐방객들. ⓒ 드론 심선오 사진기자

아들 부부도 분통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다. 여수 시내와 섬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 할머니의 아들 부부는 2~3년 후에 섬에 들어와 어머니와 함께 살 계획이다.

아들 조씨는 “탐방객들이 길이 아닌데도 지나다니는 바람에 밭과 조상의 묘 앞에 새로운 길이 생겼다. 밭의 약초를 무단으로 채취해가는 것은 물론이고 감나무 25그루 중 9그루만 남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죽했으면 경고 안내표지판과 울타리를 설치하겠느냐”며 “특히 어머니가 병이 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탐방객뿐만 아니라 대여섯 명이 무리를 지어 배를 타고 들어와 갯것을 싹쓸이하다시피 채취해 가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심각한 것은 추도의 공룡발자국 화석과 퇴적층, 돌담 등이 천연기념물과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는데 관리가 부실해 훼손되거나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씨는 여수시에 수차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들은 체 만 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섬을 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보존 관리나 안전사고 방지 대책은 손을 놓은 채 탐방객을 끌어들이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추도. ⓒ 드론 심선오 사진기자
▲밭에 붙은 경고 안내판. ⓒ 마재일 기자

현재의 추도는 탐방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사실상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무방비의 섬이다. 탐방객들과 동행하는 해설사도, 섬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이도 없다. 조씨는 “탐방객과 낚시꾼 등 외지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상황에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범죄와 안전사고 예방과 불안 해소 차원에서라도 방범용 CCTV(폐쇄회로)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훼손되는 것을 보노라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섬과 문화재를 보존하고 탐방객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탐방객 제한과 안전시설 설치 등의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등록문화재(제367호)인 돌담에 칡넝쿨이 무성하게 뒤덮여 있어도 제때 제거되지 않는 등 관리 소홀도 지적했다. 한편에 돌담 안내판이 있지만 옆에는 쓰레기가 있고 훼손돼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여수시장 명의로 문화재 보호 경고문이 있지만 이를 주의 깊게 보는 탐방객은 거의 없다. 1967년 개교해 1984년 폐교한 마을 중턱의 추도분교는 폐허 상태이고, 일부 빈집은 곧 쓰러질 정도로 방치되고 있지만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보니 건물 신축에 제약이 따른다.

▲돌담을 알리는 안내표지판. 옆에는 쓰레기가 있고 훼손돼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 마재일 기자
▲한편에 모아둔 소주병.
10여 년 전부터 추도 지킴이로 활동해 온 여수시민 조영희(57)씨는 “한 두 명이면 그나마 이해하지만 수십 명의 단체 탐방객이 해안가의 미역, 고동, 톳 등 마을 소유의 갯것을 채취해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단체 탐방객이 소주를 박스 채 가지고 들어와 술판 아닌 술판을 벌인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씨는 “평화롭고 고요하던 섬이 탐방객이 증가하면서 환경이 훼손되고, 일부 방문객들의 몰지각한 행태로 인해 할머니가 힘들어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섬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섬 훼손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섬 내에 있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최소한의 수용태세는 갖추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 발전기 창고와 해양경비센터로 쓰였던 유휴 공공건물을 탐방안내센터나 무인상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추도에는 탐방객이 물을 마실 곳이나 탐방객을 보호하고 통제, 안내하는 시설이 없어 섬과 문화재를 훼손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균 관광두레 여수PD는 “추도에는 천연기념물과 등록문화재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사료가 있는 만큼 보존 차원에서라도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섬을 한 번 와서 즐기고 가는 일회성 여행 형태와 관광개발의 대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지속가능한 공공재 측면이 더 큰 만큼 섬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등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1967년 개교해 1984년 폐교한 추도분교. ⓒ 마재일 기자
▲1967년 개교해 1984년 폐교한 추도분교. ⓒ 마재일 기자
▲추도. ⓒ 드론 심선오 사진기자
▲추도. ⓒ 심선오 사진기자
▲하늘에서 바라본 추도 전경. 그 옆의 섬은 사도. ⓒ 드론 심선오 사진기자
▲추도의 돌담. ⓒ 마재일 기자
▲사도에서 추도까지 연간 5~6차례 바닷길이 열린다. ⓒ 드론 심선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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