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석 중 19석을 차지한 여수시의회 민주당 당선인들이 의장단 사전 경선을 진행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나눠 먹기’라는 지적과 함께 의회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비민주당 패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시의원들 의장단 ‘사전 경선’ 논란
“의회 민주주의 역행, 非민주당 의원 뒷전”

6·13지방선거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여수시의회 의원들이 제7대 의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미리 의장, 부의장 등 의장단 사전 경선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의회 안팎에서는 이미 상임위원장까지 내정됐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어 짬짜미 의장단·상임위원장 선거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수시의회는 지난 2일 오후 2시 제185회 임시회를 열고 전반기 의회를 이끌 의장에 7선의 서완석(63) 의원을, 부의장에 이찬기(54·2선)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이날 의장 선거에서 재석의원 26명 가운데 민주당 서완석 의원이 21표를 차지해 당선됐다. 1표는 무효표였다. 의장 선거는 서완석 의원과 같은 당 이상우 의원이 입후보했으나 이 의원이 정견발표와 동시에 사퇴하면서 사실상 서 의원 단독 후보로 치러졌다. 이 의원은 사퇴의 변에서 “지난 1일 실시한 당내 경선에서 서완석 후보에게 졌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7표를 얻었다.

부의장은 민주당 이찬기 의원이 17표를 얻어 당선됐으며, 이 의원과 경합을 벌인 무소속 강재헌 의원은 9표에 그쳤다. 시의회는 4일 상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날 5일 4명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는 후보자 등록제 방식으로 기표방법에 의한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당선이 확정된다.

▲ 제7대 여수시의회 의장단 선거. 마재일 기자

이런 가운데 6·13지방선거를 통해 전체 26석 중 19석을 차지한 여수시의회 민주당 당선인들이 의장단 사전 경선을 진행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당내 경선을 통한 사전 교통정리는 ‘나눠 먹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의회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비민주당 패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민주당 시의원 당선인 19명은 지난 1일 오후 4시 의회 소회의실에서 의원 총회를 열고 민주당 의장단 사전 경선 투표를 실시했다. 경선 결과 의장 선거 후보로 나선 서완석 의원이 12표, 이상우 의원은 7표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의장은 이찬기 의원이 10표, 주재현 의원 8표, 기권 1표였다.

이번 사전 경선은 민주당 중앙당 지침에 따른 것으로 전체 의원의 71%가 민주당 의원들이어서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혹여 모를 자중지란이나 감투싸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자체 사전 검증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여수 갑·을지역위원회는 의장을 갑지역에서 배출할 경우 부의장은 을지역에서 선출하고, 후보들은 경선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의장 선거에 등록한 민주당 송재향(여수갑)·주재현(여수을) 의원은 선거 전에 사퇴서를 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이 같은 방식은 민주적 선거절차에 의한 후보 선정이라는 면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여수시의회 의장 선거 때마다 소지역주의, 흑색선전,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 왔다. 또한 의장 선거 후유증으로 의원들 간에 갈등과 반목을 초래했다. 서로 말과 식사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상임위원장 선거가 남아 있긴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바람직한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 지난 2일 아이쿱생협 시의회 모니터단 ‘쿱모닝’ 회원들이 시의회 앞에서 당선인들의 첫 등원을 축하했다. (사진=곽준호 여수뉴스타임즈 기자)

그러나 다른 당과 무소속 당선자들의 반발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민주당 시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 보직을 미리 나눠 갖자는 식으로 오인될 소지가 다분하고, 의회 역할을 무시한 처사로도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젓이 의회 절차가 있는 상황에서 의회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내 경선에서 져 의장 후보를 사퇴한 이상우 의원은 “26명 전체 의원이 모인 가운데 의장을 뽑아야 하는 데 중앙당 지침이라는 이유로 경선으로 후보를 정하고, 그 후보를 의장 선거에서 밀어주면 패거리 정치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중앙당 지침 자체가 잘못됐다. 지방자치하라면서 중앙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것 밖에 더 되느냐”며 “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민주당 한 시의원은 “이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의회에서 다수당의 횡포가 버젓이 자행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우리를 허수아비 취급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당 패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7대 여수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9명, 민주평화당 3명, 무소속 4명으로 구성됐다. 비민주당 한 시의원은 “주요 보직을 미리 정해 버리고 다수당이 거수기 역할을 한다면 결국 의회 내 건강하고 민주적인 선거 풍토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7대 시의회에 10명의 민주당 초선 의원이 입성하면서 향후 의정활동에 변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이번 의장·상임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이렇다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11명(민주당 10·민평당 1)의 초선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수 시민이 보여준 민심의 뜻은 ‘변화’였다”며 “시민의 뜻을 받들어 올바른 의정활동을 할 것이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제7대 여수시의회를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독식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작정하고 짬짜미 하면 추경 예결위원장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지난달 26일 제7대 여수시의회 초선 의원 11명이 시의회에서 시민에게 드리는 7가지 ‘다짐과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의장단·상임위원장 임기 2년 단임제’ 공약도 논란
민주당 독과점 막을 현실적인 뾰족한 대안도 없어

서완석 의장이 이번 의장 임기 한 번을 끝으로 다음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공약한 ‘의장단·상임위원장 임기 2년 단임제 실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서 의장은 정견발표에서 “의회 권력인 의장 연임은 의원 간의 갈등은 물론 지역 간의 반목도 초래하는 등 의장 연임의 폐해는 너무 크다”며 “이런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는 물론 대다수 지방의회에서 의장단 2년 단임제를 관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의회도 의장단 임기는 2년 단임제를 실행해야 한다. 의원들의 의장단 참여 기회 원활한 보장을 위해 회의 규칙 개정 등을 통해 의장단 2년 단임 제도화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제7대 여수시의회에서 의장단 임기 단임제 실행이 가능해졌다”며 “의회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서 의원 총회를 통해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의 임기 2년 단임을 실행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의장 연임에 따른 폐해를 직접 수 차례 경험한 서 의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공약도 민평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非민주당 의원들도 엄연한 의회 구성원으로서, 이들의 여론도 중요한만큼 적극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의원들 숫자가 절대 우위에 있어 독과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있지도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지난달 26일 여수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제7대 당선자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앞서 지역 시민사회는 여수시의회를 향해 민심을 왜곡하고 집행부의 거수기, 침묵의회, 식물의회라는 적폐가 되풀이 된다면 곧바로 청산의 대상이 됨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의장단 선거는 제7대 의회를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며 “개개 의원들은 후보자들에게 공개토론회 등을 요구해 이를 검증한 후 투표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후보자들은 금품수수, 다수당의 이른바 짬짜미 등의 술수가 아니라 여수시의회 개혁을 위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고 개개 의원들 또한 공개토론회를 요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한 원구성에 대해서 ‘1당 독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연대회의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며 “그럼에도 자만에 빠져 정치독점으로 민심을 왜곡하고 집행부의 거수기, 침묵의회, 식물의회라는 적폐가 되풀이 된다면 곧바로 청산의 대상이 됨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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