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과 의료진 동의 없이 재단 독단 ‘휴업 공고’ 논란
대책위, 지출내역 등 수사촉구…검찰에 고발장 접수 임박
병원노조, “휴업사태 경영진 비리·방만경영·무능에서 비롯”

▲ 1984년 개원해 여수시에서 30여 년간 대표 종합병원 역할을 맡았던 여수성심병원이 23일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1984년 개원해 여수시에서 30여 년간 대표 종합병원 역할을 맡았던 여수성심병원(서구의료재단 이사장 박상욱)이 23일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직원 월급을 못 줄 정도로 방만 경영을 일삼은 재단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여수성심병원 노동조합도 24일 오전 11시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휴업사태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보훈대상자 등으로 구성된 여수성심병원 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회장 고효주)는 23일 오전 11시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심병원이 지난 20일 재단 이사장 명의로 게시한 ‘휴업공고’ 이후 23일부터 휴업안내판을 붙인 뒤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면서 “환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병원이 매우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이어 “휴업공고가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과 협의 없이 재단 이사장 독단으로 결정해 공표했다”면서 “일부 관리 직원을 제외하고 의료진 등 전 직원들에게 무급 휴업을 공고하고 모든 진료를 중단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사는 환자를 위한 진료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와 함께 “성심병원이 진료를 중단하면서 만성신부전 환자(신장투석) 치료 중인 55명의 환자를 비롯해 수많은 입원 환자가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됐으나 이를 감독해야 할 여수시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수성심병원 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고효주)가 23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휴업 결정 철회 및 지역사회의 성실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곽준호 뉴스타임즈 기자)

특히 대책위는 “성심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휴업 신고서를 담당 시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휴업 신고 예정일 14일 전까지 안내문을 게시한 뒤 입원환자에게는 휴업 30일 전까지 알려야 하는 의무를 하지 않았다”면서 “지출입 명세를 비롯해 재산 관계 등을 찾아 위법이 판단 될 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국회의원들과 권오봉 신임 여수시장을 비롯한 정치권은 지역사회자본의 중요 부분인 종합병원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고 의료복지의 일익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984년 개원한 여수성심종합병원은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162명의 직원과 68실 295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 공립 여수시노인전문요양병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수성심병원은 올해 초부터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의료진 등 직원들이 이직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매출액이 매달 5억 원 이상 감소했고 의료진 이직으로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경영난이 지속하자 지난 11일 휴업을 결정하고 입원 환자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공지했으며, 21일 오후 1시부터 외래 환자 진료도 종료했다. 입원 환자 52명은 다른 종합병원에 분산 입원했으며 신장 투석을 받던 55명도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사장 명의로 ‘휴업공고’를 게시했다. 공고는 병원의 경영상황 악화에 따라 23일부터 휴업에 들어갈 것과 일부 관리 직원을 제외하고 의료진 등 전 직원들에게는 무급 휴업에 대한 동의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병원은 휴업공고와 동시에 입원환자 타 병원으로 전원 및 외래 진료를 끝내면서 종합병원으로서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다. 이 과정에서 보훈지정병원의 역할도 사라지면서 월남참전전우회 등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진료도 중단된 상태다.

   
▲ 1984년 개원해 여수시에서 30여 년간 대표 종합병원 역할을 맡았던 여수성심병원이 23일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역에 파장이 일고 있다. 병원 건물에 붙은 공지문. (사진=마재일 기자)
   
▲ 1984년 개원해 여수시에서 30여 년간 대표 종합병원 역할을 맡았던 여수성심병원이 23일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고효주 시민대책위원장은 “병원의 운영비가 한 달 평균 11억 원가량 소요되는데 평균 수입은 월 8~9억 원 정도로 적자인 것은 맞지만 경영진이 병원 운영을 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재단답게 법을 지키고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개인 사기업이 아닌 만큼 의료재단의 책임과 사명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직원에게는 월급도 주지 못한 병원이 이사장 가족에게는 위장 근무로 해마다 3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며 “공익목적의 비영리의료재단의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병원 운영 전반에 걸쳐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휴업 신고서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며 “접수되는 대로 관련 서류를 검토해 즉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단 이사장이 6개월 정도 휴업하면서 개인 재산 등을 처분해 병원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병원 측은 체불한 임금은 7~8월 중 분할해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여수성심병원 노동조합은 “이번 여수성심병원의 휴업사태의 핵심 원인은 병원 경영진의 비리와 방만경영, 무책임과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병원 휴업사태로 여수시민의 건강권이 위협 받고 있으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직원들과 가족들의 생존권도 위협당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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