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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청 공무원 갑질 파문] “이런 조직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팀장·주무관 신입 공무원에 “술자리 강요, 폭언·성희롱 언행” 논란
피해 신입 공무원 5명 경위서 제출, 1명은 사표…감사결과에 항의
여수공노조, 감사원·국가인권위에 직장상사 갑질 고충 민원 제소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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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4  16: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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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청 정문.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공직사회는 무풍지대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상사가 직원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거나 차별하는 등 갑질 문화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여수시청에서도 상사 갑질로 신입 공무원이 사표를 쓰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24일 여수시에 따르면 시청 신입 여성 공무원들이 상사인 팀장에게 술자리 강요, 욕설 폭언 등 갑질 피해로 이를 견디다 못한 공무원이 사표를 내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경위서에는 A 팀장뿐만 아니라 B 주무관도 신입 공무원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내용도 담겨있어 시청 내 갑질 문화가 만연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수시가 언행이 부하 직원들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데도 가해자인 A 팀장에게 징계는커녕 ‘서면 경고’에 그치자 여수시청공무원노조는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여수시장의 처벌이 미약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직장상사 갑질 고충 민원을 제기하는 등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갑질 고충 민원 주요 내용은 모임 참여 강요, 술자리 강제 참석 요구, 부당 차별 행위, 근무 시간 외 업무 지시, 부당업무배제, 지위 이용 욕설 폭언, 비인격적 언행, 인권 무시, 공사 구분 미비, 공개장소 비판, 술자리 강요, 휴일 업무 지시 등이다. 공노조는 성실의무 위반, 친절·공정의무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 기관윤리경영 위반이라고 했다.

경위서에서 신입 공무원들은 경위서에 이런 상황들을 설명하며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 우울감과 두려움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온 공무원 조직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상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도 무너졌다고 했다. 팀장과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막막함이 먼저 앞섰고, 의원면직도 고민했다고 했다. 진술서를 작성한 직원들이 강압적이지 않은 근무환경에서 업무를 배우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당 팀장과 마주치지 않고 근무하고 싶다며 인사이동 조치를 요구했다.
 

   
▲ 여수시청 신입 공무원 5명이 상사에게 폭언과 성희롱 등의 갑질 피해를 보았다며 여수시 감사실에 제출한 경위서.


한 피해 공무원은 처음 발령받아 근무 중 팀장이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 “정신 안 차릴래”, “이 새끼” 등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으며 가끔은 손을 들어 신체적 위협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때마다 위협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지시한 업무를 하지 못하면 기간제 근로자들과 같이 일을 시킨다고 명령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래서 팀장이 업무 지시를 할 때마다 숨이 막히고 두려웠던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로 인해 극도의 우울감이 지속되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중간에 깨는 일이 많았다고도 했다.

A 팀장은 대체 휴무를 쓰려는 한 신입 공무원에게 “업무는 제대로 해놓고 쉬는 거냐”, “신입이 무슨 대체 휴무냐” 등의 언사를 했다. 또, “조직에서 일 잘못하는 사람은 알아서 사직서는 쓰고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A 팀장이 퇴근 후 여성 공무원을 술자리로 불러내 만취에 이르도록 술을 먹였다는 주장도 있다. 한 피해 공무원은 “지난해 12월 퇴근 후 술집으로 불려갔는데 동료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 다음 날 전날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적인 술자리에 부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이 새끼가 잘 해주니까 선배를 물로 보네”, “네가 뭔데 마음대로 정하냐”는 등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섞어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남성 공무원에 대해서는 “남자 맞냐? 중성 아니냐?”는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팀장과 다른 남자 주사들이 함께 있을 때는 여성 접대원이 나오는 노래방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도 했고, 그곳에 데려가 주겠다, 같이 놀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이 공무원은 팀장은 장난식으로 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중에라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상황이라고 충분히 인지했고 부모님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기 때문에 장난으로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B 주무관도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신입 공무원은 “도서관에서 일 안 해봤냐, 네가 그러고도 사서냐”, “너 사서 맞냐”는 식의 말에 모욕감을 받았고, 업무를 잘 모르는 신규로서 업무 관련 질문을 꺼리게 했다고 했다. 다른 신입 공무원은 “사무분장에 팀 서무 업무 지원이 포함돼 그 명목하에 작은 일부터 본인이 해야 할 업무를 시키기 시작했으며, 본인이 연가인 날에도 전화로 연락을 해서 본인의 일을 시켰다”고 했다. 다른 신입 공무원은 같이 일하는 주무관에게서 “병신아 네가 공무원이냐”는 식의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결국, 신입 공무원 5명 가운데 한 여성 공무원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사직했다. 이 공무원은 2019년 12월 5일 A 팀장과 주무관 등과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웃으며 앞으로 술자리에 부르지 말아 달라는 말에 팀장은 “니가 지금 점심밥같이 먹는 사이라고 선배가 만만해 보이냐?”고 하며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어디 선배를 뭘로 보고!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내가 부르고 싶으면 부르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야! 니가 뭔데 결정해 어? 이 새끼가 좋게 봐줬더니 말이야…”라고 화를 냈다고 했다. 그는 점심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앉아 있는데 A 팀장이 주무관을 불러 “○○이 하고 있는 업무 다 뺏어서 ◇◇ 주고, 사무실에서 짐 빼서 3층에 가서 기간제 옆에서 일하게 해! 저 새끼가 선배를 뭘로 보고 말이야! 빨리 시켜!”라고 했다. 저는 짐을 싸기 시작했고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는 “A 팀장과 이런 일 이후로 우울감에 매일 저녁 울며 지냈다”며 “이런 조직에서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며 2년간 힘들게 준비해온 공무원의 꿈을 접은 배경을 토로했다.
 

   
▲ 지난해 12월 27일 개관한 이순신도서관. (사진=여수시 제공)


갑질로 신입공무원 직장 그만뒀는데 여수시는 ‘서면 경고’ 논란
시, “팀장, 이순신도서관 건립업무 성공적으로 추진 감안…경고”
도 넘는 폭언·욕설을 “다소 부적절한 언행”으로 표현 온도 차

그러나 조사를 벌인 여수시 감사실은 A 팀장에 대해 엄중 경고, 진심 어린 사과, 보직 이동 등의 조치만 했을 뿐 사실상 징계가 아닌 ‘서면 경고’에 그쳐 논란을 키웠다.

신입 공무원들은 감사실의 이 같은 조치가 봐주기 감사라고 반발하면서 여수시청공무원노동조합에 지원을 요청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6일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갑질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여수시장이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A 팀장에 대한 감사결과가 징계에 포함되지 않은 ‘경고’로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각한 취업난으로 공무원이 되는 길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요즘 상사의 갑질로 신입 공무원이 사표를 낼 정도로 사태가 엄중한데도 여수시의 대응은 서면 경고에 그쳐 감싸기와 덮어주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여수시가 내놓은 해명자료는 도를 넘는 폭언과 욕설이 “다소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표현되는 등 신입 공무원들이 작성한 경위서 내용과는 큰 온도 차를 드러냈다.

여수시는 A 팀장의 갑질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10일 해명자료를 내어 “지난해 12월 27일 이순신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빈틈없는 업무추진과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종종 휴일에도 근무하는 상황에서 A 팀장의 다소 부적절한 언행이 신규 직원들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시는 “철저한 진상 조사와 그에 맞는 처벌에 관해서는 먼저 동일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해자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가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고, 동일사건이 재발 시에는 엄중히 책임을 묻는 조건으로 경고 조치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부터 시 현안사업인 이순신도서관 건립업무를 총괄해 성공적으로 준공까지 추진한 유공과 평소 업무에 열정적인 면을 감안해 경고처분을 내리고 타 도서관으로 보직 이동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시는 신입 공무원이 의원면직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A 팀장과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공무원이 본인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했다. 또, 사표 제출 시기에 본인 출신대학 도서관 일반계약직으로 최종합격된 것으로 보아 연고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갑질 논란 증폭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1일 자로 신규 직원 9명이 동시에 임용돼 같은 팀에 다수의 신규 직원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원활한 업무추진이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했다.

A 팀장은 언론에 “신규 시립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일을 잘하자는 의미로 후배들에게 잘못한 것을 지적했는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불쾌하게 생각한 것 같다.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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