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여수 뜨고 만다", "여수에선 절대 안 살 거야"
고등학교 학급에서 들리는 말소리

 

▲제작=임수정 대학생 인턴기자.
▲제작=임수정 대학생 인턴기자.

청년들은 왜 여수를 떠나려고 하는가? 인구 유출의 심각성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외지 관광객들로 도시는 채워지고 정작 도시를 움직이고 이끌어야 할 미래 세대 청년은 떠나고 있다. 밀물처럼 도시를 채웠던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도시의 공허함은 여수 미래를 보여준다. 겉으로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여수의 속살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청년의 눈으로 여수를 보았다. (2회에 걸쳐 싣는다)

“꼭 여수 뜨고 만다”, “여수에선 절대 안 살 거야” 

고등학교 학급 내서 들리는 말소리다.

여수에서 나고 자란 고향 친구들은 모두 여수를 떠났다. 고등학생 내내 말했던 꼭 여수를 뜨겠다는 말을 지킨 셈이다. 왜 학생들은 여수를 떠나기 시작했을까?

섬섬여수,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대한민국 제2의 해양도시. 이곳은 365개 아름다운 섬과 낭만으로 가득한 여수밤바다를 가졌다. 멋진 바다뷰를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커피숍들. 풍부한 먹거리로 어딜 들어가도 맛있는 음식점들. 비행기와 기차, 버스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여수.

이런 여수를 왜 여수 청년과 청소년들은 떠나고자 할까. 그 이유는 바로 학생들은 ‘관광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수가 관광도시로 발전하면서 해양레저스포츠체험, 아쿠아플라넷, 빅오쇼, 해양 레일바이크 등으로 많은 것들이 생겼다.

그러나 모두 일회성이 짙은 관광 장소일 뿐, 여수 시민이 다회성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없다. 한 번 여수를 왔다가는 관광객들에겐 일회성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이 클지 모르지만, 여수에서 나고 자란 시민들에겐 어디 하나 만족스럽게 긁어주는 곳이 없는 것이다.

▲여수시 원도심인 충무동 상가 거리는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사진=뉴스탑전남)
▲여수시 원도심인 충무동 상가 거리는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사진=뉴스탑전남)

상가는 죽었다. 새로운 옷가게가 들어 흥국 상가 거리엔 군데군데 문을 닫은 곳이 많다. 술집이 모여 있는 사거리도 한참 반짝여야 할 시간에 불이 꺼져있기도 한다. 옆집이 술집으로 잘 되니 그 옆집도 따라 하고, 그 앞집도 이어 하고. 결국엔 특출나지 않은 똑같은 것들만 거리에 즐비하니 모두가 성공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여수는 현재 여수 청년을 위한 특별한 여가시설이 필요하다. 여수에만 없는 곳, 혹은 여수에서만 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①어디에나 있는 복합쇼핑몰은 여수에만 없다.

당장 여수와 가까운 순천과 광양만 돌아봐도 우리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순천=▲NC백화점(유명 SPA 상표, 문화센터, 식당가 등을 포함) ▲모다아울렛. 광양=▲LF 스퀘어 쇼핑몰(영화관, 대형서점, 드넓은 테라스, 문화여가시설, 유명SPA브랜드, 식당가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 여수=▲백화점 및 아울렛 없음 ▲대형 서점 없음

▲광양 LF스퀘어 쇼핑몰.
▲광양 LF스퀘어 쇼핑몰.

물론 여수에서도 백화점은 아니지만, 대량매입과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창고형 매장 ‘이마트트레이더스’가 입점하려 했지만, 지역 상인들과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에 묻혔다. 지역 중소상인, 전통시장, 시의회 등이 소매업은 물론 도매업의 생존권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마트트레이더스의 진출은 절대 안 된다고 강경하게 견해를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백화점이 들어온다는 것도 여수 시민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수 십 년 전 송원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사례가 있다. 이를 사람들은 ▲인구수 부족 ▲주요 소비 연령층 부족▲명품 소비 습관 부족 ▲주요 소비층 거주 위치 불균형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니 여수 시민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1997년 송원백화점 이후,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없어

그러나 송원백화점은 1997년 설립자로 지금으로부터 24년이 지났다. 여수는 1년 단위로 변화를 시도했다. 2022년을 맞이한 여수엔 엑스포, 웅천지구를 포함한 발전의 발자국이 보인다. 따라서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여수에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센터가 단 한 개도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단 뜻이다.

여수 국동에 있는 롯데마트는 작년 5월 자로 롯데몰로 바뀌어 전남 동부권 상권을 사로잡기 위해 상권 특화형 쇼핑물로 재탄생했다. 이는 관광지에 백화점을 만들었을 때의 소비, 여수의 소비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든다. 여수에 백화점 입점을 바라는 청년들은 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②여수 청년에겐 낮이란?

여수엔 유흥주점이 즐비하게 늘어난 학동 산소 상가(일명 부삼) 거리가 있다. 이곳은 밤이 되면 반짝반짝 불을 비추며 청년들을 반긴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낮에 어디를 가야 할까? 바다 전망을 위해 바다 앞에 가득 들어선 카페를 간다. 그곳에 가면 여수를 놀러 온 관광객들이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곳에서 청년들은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고…. 또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삼십 분이 지나가면 그들은 무료해진다….
 

▲여수 학동 선소 인근 상가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인식되고 있지만 대부분 술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여수 학동 선소 인근 상가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인식되고 있지만 대부분 술집과 카페가 즐비하다.

여수, 청년은 카페나 술집 외에는 갈 수 없는 구조 

우린 ‘카페가 많음’ 혹은 ‘카페를 적음’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카페와 술집 말고는 갈 수 없는 구조를 지적한다. 여수는 여수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 공간 및 체험과 익사이팅 스포츠가 부족하다.

▲ 경기도 고양 스포츠 몬스터(배이직파워코트 익사이팅점핑네스트 어드밴쳐프라볼클라이밍 디지털이카로스) 
▲ 경기도 고양 스포츠 몬스터(배이직파워코트 익사이팅점핑네스트 어드밴쳐프라볼클라이밍 디지털이카로스) 
▲경기도 몬스터.
▲경기도 몬스터.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스포츠 몬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스포츠 몬스터는 고양뿐만 아니라 경기도 하남, 안성, 대전광역시에도 있는 가맹점이다. 이곳은 ▲베이직 ▲익사이팅 ▲어드밴쳐 ▲디지털 존으로 나뉘어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이색 스포츠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 아닌 고양 시민들을 위한 데이트 코스다.

또한 부산의 런닝맨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곳은 학생 단위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둔 젊은 부부 가족에게도 체험하기 좋다. 런닝맨 체험관은 런닝맨 멤버가 되어 다양한 미션을 완수하는 체험형 공간이다.

이밖에도 다른 지역엔 실내암벽 등반, 바운스 트램폴린파크, 전시관, 직업체험관 등으로 관광객이 아닌 지역주민들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산 런닝맨.
▲부산 런닝맨.

 

여수 타 지역에 비해 건물 활용도 떨어져, 청년 위한 여가 공간 세워야

반면 여수는 이미 있는 건물 활용도 잘못하고 있다. 각 동에 있는 체육관 시설, 엑스포 부지 등으로 충분히 다양하고 이색적인 체험관을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특히 2012년 바람만 가득 들어 텅 빈 채로 방치당하고 있는 엑스포의 활용도를 조금만 높여도 여수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방학 시작 후 본가로 돌아온 여수 청년들은 “어딜 가야 하지?”에 빠져있다. 카페 다음 카페를 가는 일도 생긴다. 갈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처럼 관광지에 가더라도 매일 갈 순 없는 법. 여수 청년들은 오늘도 어디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자신의 대학 혹은 직장이 있는 지역으로 돌아간다.

김성호(21.대학생) 씨는 "솔직히 고향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냐"며 "저희는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교육, 문화적 차별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이를 해소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여수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떠나는 발걸음을 붙잡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제각각 청년 정책을 외치지만 구호로만 거창하고 속이 전혀 없는 허구성이 강하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청년이 떠나야 만 하는 도시 여수,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의 변화를 다시 한번 꿈꿔 본다.
임수정 대학생 인턴기자 qlalf51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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