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해남‧신안 등 전남 7곳 경쟁…내달 17일 선정
진모지구 매립지에서 여수박람회장으로 부지 변경
“박람회 정신 부합‧박람회장 사후활용 측면 고려”
​​​​​​​입지 부각‧차별화 유치 전략 중요…실패 시 후폭풍

▲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조감도. (자료=부산 국립해양박물관 홈페이지)
▲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조감도. (자료=부산 국립해양박물관 홈페이지)

전남 해양문화의 새로운 대표 거점이 될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를 놓고 전남 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전남 여수시가 이번에는 유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00억 원대의 대규모 국가사업으로 민선 8기 정기명 시정부의 역량을 가늠해볼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남도립미술관 등 중요 공모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여수시로서는 유치에 실패할 경우 후폭풍도 예상된다.

그러나 공모 마감이 20일도 채 남지 않아 시민 서명운동, 정치권, 시민단체,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역량을 집중하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해남, 신안 등의 경쟁 지자체와는 달리 여수시는 미지근한 상황이다. 여수시의회 정도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을 뿐이다.

여수시는 2002년 박람회 후보지인 여수신항내 부지에 엑스포 전시물 중 하나로 국립해양박물관 유치를 전개하겠다며 민간차원의 ‘국립해양수산박물관건립여수유치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유치에 나섰으나 준비 부족 등으로 실패한 적이 있다.
 

▲ 2024년 상반기에 개관 예정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조감도. (자료=인천시 제공)
▲ 2024년 상반기에 개관 예정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조감도. (자료=인천시 제공)

하지만 당시 유치에 실패한 인천시의 대응은 달랐다. 인천시는 시 자체로 사업으로 추진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재정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17년 다시 유치를 추진했다. 2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100만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2019년 7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건립이 최종 확정됐다.

현재 국립해양박물관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이 유일하며 이와 비슷한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경북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등 3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4년 국립인천해양박물관, 2025년 충북 청주 미래해양과학관이 개관하면 경남, 경북, 충남, 충북, 인천 등 5개 권역별로 국립 해양박물관이 운영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2165개의 섬을 보유하고 전체 해안선(45%)과 갯벌(42%)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전남권에는 국립해양박물관이 없다.

이 때문에 전남 해양유물 자료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해수부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전시유물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유물 기증 운동을 펼쳐 해양유물 192점을 받았는데 이 중에는 전남 고흥군 나로도에서 대대로 어업에 종사했던 고조부와 조부가 남긴 생활자료 74점을 기증한 후손도 있었다. 기증 자료는 1950~1990년대 어민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금전출납부, 기부방명록, 편지, 주판, 저울 등 각종 생활 자료들이다.
 

▲ 여수 돌산공원의 어업인위령탑. (사진=뉴스탑전남 DB)
▲ 여수 돌산공원의 어업인위령탑. (사진=뉴스탑전남 DB)

전액 국비 1245억 투입, 부지는 지자체가 제공

전남권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은 전시관, 체험관, 연구시설, 수장시설 등 해양문화 복합시설이다. 사업비는 전액 국비로 1245억 원이 투입되고 자치단체는 부지 4만2500㎡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해수부가 전남도를 통해 사업 공모에 들어가 자치단체로부터 오는 10월 7일까지 제안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현재 여수를 비롯해 해남‧완도‧신안‧강진‧보성‧고흥군 등이 참여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는 건립 대상지 선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현재 진행하고 있으며, 대상지선정위원회도 꾸렸다. 도는 추진요건, 입지 적합성, 균형 발전 기여도, 해양수산자원 등 평가항목에 따라 10월 14~15일 서류심사와 현지 조사 등을 거쳐 17일 대상지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평가 기준은 추진요건 30점, 입지여건 40점, 균형발전 10점, 해양수산자원 20점 등이다.

여수시는 그동안 후보지 8개소에 대해 입지 여건을 분석해 진모지구 매립지와 여수세계박람회장 2곳으로 압축했다. 부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 결과 시유지인 진모지구 매립지가 최종 후보지로 추천됐다. 교수, 전문가, 어업인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 자문위원회도 같은 의견을 냈다. 박람회재단 측이 여수박람회장 부지 무상제공 불가 입장을 밝힌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전경. (사진=뉴스탑전남 DB)
▲여수세계박람회장 전경. (사진=뉴스탑전남 DB)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9일 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진모지구 매립지를 후보지로 보고했으나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여수박람회장을 후보지로 변경 추천했다.

시의회는 박람회장의 우수한 접근성, 청소년해양교육원 및 해양기상과학관 등 해양시설과의 연계성, 박람회 정신 부합, 박람회장 사후활용 등의 측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상지는 박람회장 내 A구역(5만7160㎡)과 B구역(2만5674㎡)으로 국가 소유이다. 시는 이 부지를 매입해 국가에 재임대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매입비는 5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의회는 박물관 유치를 위해 부지 매입에 필요한 예산 등 행정적‧재정적으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시는 시의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람회장을 후보지로 최종 결정하고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와 함께 전라좌수영 본영, 거북선을 만든 국가지정문화재 선소유적지, 전남 무형문화재 1호 거문도 뱃노래, 청정해역 가막만, 사도‧낭도‧추도 등에 분포된 3500여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 등 역사성과 해양자원을 연계한 해양종합 콘셉도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이 들어서면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핵심 관광콘텐츠 역할도 기대된다.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은 다양한 전시와 체험형 시설로 한 해 12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여수는 크루즈를 통해 유입되는 관광객 동선도 고려한 관광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시군과 차별화가 가능하다.
 

▲ 자료=해남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 자료=해남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해남‧신안‧완도 준비 탄탄 ‘경계’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 당락을 가를 중요한 평가요소인 입지여건과 추진요건인 만큼 당위성 부각은 물론 해양문화의 우수성 등 차별화된 유치 전략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남군은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해남·완도·진도)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윤 의원은 그동안 해수부 장관에게 전남권 건립을 촉구해 박물관 건립 사업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남군은 해양·생태자원의 보고이자 이순신, 장보고, 삼별초 등 해양 역사·문화의 성지임을 강조하는 한편 특히 5만여 점의 해양·수산 자료를 보유한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전환할 경우 적은 예산과 시간으로 박물관 건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주민 설명회와 서명을 받는 등 범군민 운동을 벌이고 있다.
 

▲ 신안 조개 박물관 모습. (사진=신안군 제공)
▲ 신안 조개 박물관 모습. (사진=신안군 제공)

신안군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신안갯벌’과 1975년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걸려오면서 시작된 신안 해저 유물, 흑산의 연안 어족을 기록한 정약전의 자산어보, 수백여 종의 수산 동식물이 사는 람사르 습지인 장도, 3000여종 1만1000여 점의 세계 희귀 조개와 고둥을 테마로 한 자은도 박물관, 국가중요어업 유산으로 선정된 ‘흑산 홍어잡이어업’, ‘신안천일염업’, ‘신안갯벌낙지맨손어업’ 등 어업문화 유산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완도군은 장보고대사와 이순신장군 등 해양역사와 전역이 해양치유산업, 해양바이오산업과 함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해양자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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