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희생자 45명·유족 214명 결정
2024년 10월까지 2년간 진상조사 진행
내년부터 희생자 신청받아 지원금 지급
​​​​​​​현행법상 지원금 못 받아…개정안 발의

▲ 1948년 10월 발생한 ‘여수·순천 10·19사건’ 당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앞에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자료=여수시 제공)
▲ 1948년 10월 발생한 ‘여수·순천 10·19사건’ 당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앞에서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자료=여수시 )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과 관련해 45명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정부 차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사건 발생 74년 만이다.

지난 1월 출범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여순사건 희생자 45명과 유족 214명을 결정했다. 위원회 출범 후 첫 희생자 결정으로 본격적인 진상조사가 시작되는 만큼 피해 현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열고 희생자 45명과 유족 214명을 결정했다. 사건 발생 74년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희생자를 인정한 것이다.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한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정부는 군을 파견해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1만1131명(1949년 전남도 조사)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70여 년간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진실규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결정된 희생자 45명은 전원 사망자다. 유족은 배우자 1명, 직계존비속 190명, 형제자매 19명, 4촌 이내 방계혈족 4명이다. 위원회는 내년부터 희생자의 신청을 받아 의료지원금(치료비, 간호비, 보조 장구 구입비 등)과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의료·생활지원금은 희생자에게만 지원되는데, 이번 희생자 45명은 전원 사망자여서 지원금 수혜 대상은 없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순사건 발생 74년이 지난 현재 희생자가 사실상 거의 생존해 있지 않은 현실에 비춰 볼 때 실효성이 낮은 조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월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에게도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순사건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위원회는 또 본격적인 진실규명 조사도 시작한다. 위원회와 실무위원회, 관련 시·군이 합동으로 조사단을 꾸려 2024년 10월까지 향후 2년간 진행된다.

위원회는 출범 후 국가기록원 등 여순사건 관련 자료 약 1200여 건을 확보했다. 9개월 동안 전남뿐 아니라 전국에 신고처를 설치해 지난달까지 3200여 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 전남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사진=마재일 기자)
▲ 전남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사진=마재일 기자)

전북 남원시 피해 현황 직권조사도 한다. 남원 지역은 문헌상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희생자 신고 접수가 저조해 실질적인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피해 현황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제기됐다.

위원회는 집단학살 추정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직권조사를 확대하고 희생자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덕수 총리는 “여순사건 추념식을 며칠 앞두고 실질적인 첫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늘의 조치가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아주 작은 위안이라도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여순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희생자 한 분의 누락도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될 때까지 국가의 책무를 끝까지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유족 신고 기간은 2023년 1월 20일까지며, 신고서는 위원회와 실무위원회에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으로 제출할 수 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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