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도 이순신 광장에서 추념식 가져
한덕수 국무총리 “74년 통한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
김영록 지사 “진실 바로 세워 희생자 명예회복 온힘”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현대사의 비극인 여수·순천 10·19사건(이하 여순사건) 추념식이 74년 만에 정부 주최로 열린 가운데 희생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광양 시민광장에서 여순사건 희생자의 넋을 추모하고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여순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이 개최됐다.

이날 합동 추념식에는 정부 대표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 서동욱 전남도의회 의장, 소병철·김회재 국회의원,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정인화 광양시장 등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이규종 여순유족전국총연합 상임대표와 여순사건 유족 300여 명도 참석해 그날의 비극을 되새기고, 무고하게 희생된 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모화환을 보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모영상을 통해 “진실규명을 통해 통한의 세월을 보낸 유족들의 74년 눈물을 닦아주고,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바로세우겠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 이후 총 3290건의 희생자 유족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6일 제3차 위원회에서는 45명의 희생자와 214명의 유족을 첫 희생자 유족으로 결정해 본격적인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 전남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사진=마재일 기자)
▲ 전남 여수시 만흥동 만성리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사진=마재일 기자)

한 총리는 “정부는 이제라도 남아 있는 기록을 하나하나 모아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를 되찾아 74년 통한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합동추념식은 1부 추념식과 2부 위령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추념식은 추모노래, 헌화·분향, 추념사, 추모공연으로, 위령제는 진혼무와 유족·도민들의 헌화·분향으로 채워졌다.

특히 여순사건의 희생자 유족사연과 전남도립국악단의 창작 무용극은 추념식에 참석한 많은 유족과 도민의 마음을 울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여순사건은 좌우 이념 갈등이 극에 달한 해방정국 속에서 무고한 우리 국민이 이념의 총칼에 무참히 희생당한 사건으로, 희생자들은 마을회관, 학교, 논밭에서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의 품에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남은 유가족들도 오늘이 오기까지 자식에게조차 그날의 일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고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오셨다”면서 “이제 정부가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정부도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전남 광양시민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에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전남 광양시민광장에서 열린 여순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에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여수·순천 10·19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이 19일 광양 시민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이규종 여순항쟁 유족 상임대표(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두 번째),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오른쪽 두 번째), 김대중 전남교육감(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여수·순천 10·19사건 제74주기 합동추념식이 19일 광양 시민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이규종 여순항쟁 유족 상임대표(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두 번째),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오른쪽 두 번째), 김대중 전남교육감(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김영록 전남지사는 추념사를 통해 “여순사건과 같은 가슴 아픈 역사가 이 땅에 반복되지 않도록 진실을 바로세우는 데 온힘을 쏟겠다”며 “유족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국민들에게 여순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널리 알리도록 위령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시와 여순사건지역민희생자지원사업 시민추진위원회도 오후 3시 이순신 광장에서  희생자 합동 추념식을 가졌다.

이날 추념식은 4개 종교단체 추모행사와 시립합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1분간 여수시 전역에 묵념 사이렌 취명으로 시작됐다.

 

▲여수지역도 19일 오후 3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서 추념식을 가졌다. (사진=김종호 기자)
▲여수지역도 19일 오후 3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서 추념식을 가졌다. (사진=김종호 기자)

시립국악단의 추모공연과 유족회 등 참석자 분향과 헌화의 시간을 갖고 마무리됐다.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 회장은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추념식으로 더 뜻깊게 다가 온다"며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피해자와 유족 대부분이 80대 이상 고령으로 평생 그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러른신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순사건 특별법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이 원하는 만큼 진상규명과 며예회복이 성사될 수 있게 되어 모두가 손에 손잡 고 헌신적인 자세로 의지를 다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여수시장, 여수시의장 중 유일하게 현장에 참석한 김회재 국회의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이날 주철현 국회의원과 정기명 여수시장, 김영규 여수시의장은 금오도 주민 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김종호 기자)
▲국회의원, 여수시장, 여수시의장 중 유일하게 현장에 참석한 김회재 국회의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이날 주철현 국회의원과 정기명 여수시장, 김영규 여수시의장은 금오도 주민 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김종호 기자)

특히 이날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의장 중 유일하게 현장에 참석한 김회재 국회의원은"여순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당한 영렬을 추모하고, 여순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다짐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가족을 잃은 큰 슬픔을 감내하며 통한의 세월을 견뎌오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제주 4.3사건이 특별법 제정에 이어 국가기념일 지적을 이뤄냈듯이 여순사건도 조속한 시일 내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돼야 한다"며 "여순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재조명하고 74년간 방치된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향하는 디딤돌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한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동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정부는 군을 파견해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1만1131명(1949년 전남도 조사)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70여 년간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해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진실규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여순사건 피해신고는 2023년 1월20일까지, 진상규명 신고는 전국 시·도와 시·군·구, 희생자·유족 신고는 전남도(시·군·읍·면·동 포함)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하면 된다. 서울에 소재한 여순사건 명예회복위원회 지원단에도 신고·접수할 수 있다. 
마재일 기자 김종호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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