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분진속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 생계 위해 매달 100시간 이상 초과 근무
매달 방진복 5개·장갑 15켤레 ·마스크 40개...추가 물품은 자비로
마음 편하게 '가족'과 식사 약속할 수 없는 ‘현실’

▲최강주 지회장은 총파업 47일째를 맞는 조합원들이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사진=오지선 기자)
▲최강주 지회장은 총파업 47일째를 맞는 조합원들이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사진=오지선 기자)

총파업 40여일 째를 맞고 있는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은 노동현장을 떠나 거리에로 나섰다. 최강주(54) 지회장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카본 블랙이 무엇이며 비를라카본코리아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무멋인지.

= "카본은 벙커시유를 불완전 연소시켜 나오는 그을음을 이용해 만든 미세한 흑색 분말이다. 여수공장에서 카본 분말을 생산해 타이어나 프린터 토너 등 검정색이 사용되는 곳에 납품된다. 여수공장은 주로 타이어를 생산하는 회사로 납품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와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조합원들은 생산된 카본을 다양한 사이즈로 포장 작업을 한다. 또 포장된 제품을 지게차를 이용해 창고로 이동하거나 화물차량에 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매일 작업량에 따라 아침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생산해야 하는 주문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매일 같이 추가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은 개인적인 약속을 잡을 수가 없다. 퇴근하다가도 회사에서 호출이 오면 다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여수공장 내 생산현장과 시설은 어떤가요.

= "19세기에나 있을 법한 생산 시설로 현재까지 가동되고 있다. 고장이 나면 고장난 부분만 새 부품으로 수리해서 사용하는 상황이다. 주문량 대비 시설이 받쳐주지 못해 인력으로 메워가는 상황이며 인력도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생산시설에 투자하지 않는 원청(비를라카본)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업무는 가중되고 누적된 피로로 과로사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청업체는 어떤 회사인지.

= "선진테크에서 20년 넘게 관리를 해오다 조합이 설립되자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고 판단해 원청에서 하청업체를 바꿨다. 새롭게 바뀐 하청업체는 여수산단 내 3개 기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회사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회사라 원청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맡겼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단체교섭은 ‘깜깜’한 상황에 놓여 있다."

▲최강주 지회장은 1993년 평택 쌍용 자동차 생산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옥쇄파업까지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을 위해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사진=오지선 기자)
▲최강주 지회장은 1993년 평택 쌍용 자동차 생산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옥쇄파업까지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을 위해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사진=오지선 기자)

■최강주 지부장은 쌍용 자동차 옥쇄파업도 겪은 것으로 아는데.

= "1993년 쌍용 자동차 생산 회사에 입사하고 2009년 ‘옥쇄파업‘까지 겪으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과정 이후 압박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각자의 삶을 위해 새로운 환경으로 나갔다. 동생의 권유로 비를라카본코리아 여수공장에 입사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사를 후회하면서 3개월만 버티고 나가야겠다고 판단했다. 막상 3개월이 지나고 이대로 나가기에는 내가 패배자가 되는 것 같았다."

■노동조합 설립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이걸 내가 ’바꿔보자’라고 결심했고 그때부터 조합원 한 사람씩 만나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2년에 걸쳐 사람들을 설득했고 그러는 과정 중에 사고가 나서 잠시 보류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조합을 설립했다. 제가 조합 설립을 진행하기 전에 다른 노동자들이 조합 설립 진행을 했었는데 회사의 제재로 인해 두 번정도 무산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단단히 마음을 먹고 회사가 알지 못하게 철저히 비밀을 지켜가며 진행한 끝에 조합이 설립될 수 있었다."

■총파업 돌입한 지 40일 이상이 되고 있다 현재 회사 상황은.

= "원청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기존 제품에 비해 정식적인 제품이 나오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기존에 저희들이 빽에 1톤을 넣었으면 현재는 900kg만 채워서 출하하고 있다. 제품을 포장할 때도 꼼꼼하게 골판지도 깔고 했지만 원청은 하는 ‘시늉’만 내면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제품 출하 전 성분 분석을 해서 성적표를 첨부해야 하는데 원청은 분석도 일부분만 해서 출하되는 것 같다. 더 많은 인원이 투입돼 생산을 하고 있지만 물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체교섭은 언제쯤이나 예상되는지.

= "현재 전혀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총파업이 시작 된지 40일 이상이 지났지만 교섭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총파업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상여금을 조정해 왔다. 그래서 입사 1년 차도 10년 차도 기본급이 최저임금으로 맞춰져 있다. 임금뿐만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 등 그동안 뺏긴 게 너무 많고 더 이상은 뺏길 수 없다고 판단해 총파업을 하게 됐다."

▲노동자들은 매월 방진복 5개, 장갑 15켤레, 마스크 40개 지급 후 더 이상 지급되지 않아 1회용을 세탁해 사용한다. 추가로 필요한 물량은 각자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노동자들은 근무만으로도 힘든데 근무 환경이 열악해 노동자들의 힘겨움은 가중되고 있다.(사진=오지선 기자)
▲노동자들은 매월 방진복 5개, 장갑 15켤레, 마스크 40개 지급 후 더 이상 지급되지 않아 1회용을 세탁해 사용한다. 추가로 필요한 물량은 각자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노동자들은 근무만으로도 힘든데 근무 환경이 열악해 노동자들의 힘겨움은 가중되고 있다.(사진=오지선 기자)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등 현재 조건과 사측에 요구한 조건은.

= "단체교섭을 시작할 당시에 제안한 요구 조건보다 낮춰 기본급 25% 인상에 상여금은 처음 600%를 맞춰달라고 했다. 현재 1년 차도 10년 차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상여금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없앤 것을 다시 회복시켜 달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상 폭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기본급에 7% 인상만 고수하고 있고 상여금 인상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안전용품 지급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묵살되고 있다. 매월 방진복 5개, 장갑 15켤레, 마스크 40개 지급 후 더 이상 지급되지 않아 1회용를 세탁해서 사용하는 실정이다. 추가로 필요한 물량은 각자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노동자들은 근무만으로도 힘든데 근무 환경이 열악해 노동자들의 힘겨움은 가중되고 있다."

■앞으로 지회장과 조합원들의 의지는= "저와 조합원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쉽게 끝낼 파업이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간이 길어져도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원청과 하청 측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우리 조합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조합원들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원청과 하청은 조합원들의 어려움과 지금까지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우리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김  수 기자 newstop23@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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