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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지역 발전’ 속부터 살찌우는 ‘내발적 발전’이 관건지역발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상> 외부 의존 벗어나 자생적 전략 필요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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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2  14: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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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발적 발전’은 지역 고유 자원과 기술, 인재가 결합한 지역 순환형 경제발전 전략

‘내발적 발전’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의 본고장은 일본의 가나자와市로 알려져 있다. 1962년 일본 정부가 ‘신산업 도시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가나자와市도 정부의 정책에 맞춰 석유와 콤비나트 등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개발 전략을 기획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지방도시로서는 신산업 도시로 지정받는 길만이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가나자와에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역 리더들의 반대로 가나자와는 신산업도시로 지정받는데 실패했다.

지역민들은 고민 끝에 도시의 중심 산업이었던 섬유산업을 통해 ‘내발적 발전’의 기틀을 다져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내발적 발전’의 전략은 가나자와를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인구 7만 명 규모의 소도시 무라카미市도 ‘내발적 발전’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충남발전연구원 이민정 초빙책임연구원은 충남리포트(2014)에서 전통과 역사 등 주변에 산재해 있는 것들을 재조명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이끌어냄으로써 관광 인프라를 만들고 지역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성장을 이룬 사례로 소개했다.

무라카미시는 에도시대 번(藩)이 있던 성주마을로 한때는 번성했으나 갈수록 도시가 낙후되고 시민들의 생활도 위축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도시 근대화가 늦게 시작된 무라카미시는 역사적 유물이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었고 주민들은 이에 착안해 도시의 변화를 모색했다. 타지에서 온 손님이 입구가 좁고 안쪽으로 길게 뻗어 ‘살기 불편한 옛날집’으로 치부했던 자신들의 가게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은 협의를 시작했다. 역사가 있는 마을 풍경과 전통, 독특한 ‘마치야(전통가옥)’ 건축양식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이민정 연구원은 “무라카미시의 사례처럼 ‘외지인 시선’에서 바라본 지역의 일상적인 볼거리, 먹을거리 등을 관광자원화해 일종의 마을 전체를 ‘전시장’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주민이 주도해 지역자산을 발굴하고 필요한 자금도 방문객과 함께 모집하는 등의 자발적인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발적 발전’은 지역 순환형 경제발전 모델로 외생적(外生的) 개발 혹은 외래형 개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종래의 외생적 개발은 유치 기업이나 중앙정부에 의존해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개발 전략이다. 그러나 외생적 개발로 인한 경제성장의 경우 그 성장의 여파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외부의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발적 발전’은 지역에 있는 고유한 자원과 기술, 인재가 서로 결합해 탄탄하게 지역 안의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고, 거대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사람들과 자원과 시장을 지켜나가면서 내발적인 가치의 힘을 소중하게 키워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지역 내 자원 조달 비중이 높고, 투자가 지역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고용과 소득이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창출된다. 무엇보다 그 발전의 성과가 지역 내에 남도록 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는 웬만한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지역 경제 근간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특히 ‘내발적 발전’은 지역 경제 뿐 아니라 복지·문화·환경 등 사회 각 분야의 통합적 발전도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여수 원도심 해안에서 바라본 해상케이블카.

외지 자본 유치, 정부 예산, 공공투자 등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 담보하려면 ‘내발적 발전’ 관심 가져야

12조원이 투자된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여수 발전의 획을 긋는 큰 전환점이었다. 도시 인지도 상승과 SOC 등의 인프라 확충은 물론 박람회 이후 해상케이블카, 레일바이크, 유람선 투어, 여수밤바다 등 관광 상품이 생겨났고 금오도·하화도 등 섬 관광 자원도 활성화됐다.

이에 힘입어 여수는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1000만명 정도가 방문했고, 올해는 12월초 여수를 찾은 방문객이 1300만명을 넘어섰다.

여수시는 아름다운 해안과 해양, 365개의 섬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폐교를 활용한 여가 캠핑장, 365개의 보석 같은 섬은 생태탐방로와 생태마을 조성, 복합관광시설 구축, 낭도에 하이킹 코스, 여자도 등에는 섬 자원을 활용한 체험형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해안 포장마차촌, 이순신 임란 승전길, 컬러빌리지, 명품 하이킹 코스 등 새로운 즐길 거리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은 적지 않다. 주요 관광 콘텐츠가 원도심에 있지만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식당과 숙박시설만 득을 볼 뿐 진남로 상가 등 주변 상가에까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여문지구나 구 여천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미미하다. 사실 지역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그치고 있다.

   
▲ 여수시는 지난 11일 여수엑스포역에서 내일로 열차를 이용해 여수를 찾은 1300만명째 관광객 7명을 선정해 꽃다발과 경품을 지급하는 환영행사를 열었다.

1300만명이 방문할 만큼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성장의 결과물이 지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해상케이블카, 유람선 등 대부분 외지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호텔 건립 등 투자를 하고 있는 향토기업이 있지만 몇 안 된다. 지역에 굴지의 대기업들이 많지만 제대로 성장한 향토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수지역 경제성장의 두 축은 산단과 수산업이었다. 이 두 축이 흔들리면 지역 경제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과거 여수의 주력산업이었던 수산업은 명성을 잃은 지 오래고, 수산업 육성 정책은 사실상 국가에 맡겨 놓은 채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십 년간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여수국가산단의 경기 악화로 업체들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지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산업단지공단 여수광양지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8조225억원을 기록했던 업체 생산 실적은 지난해 86조6000억원으로 11.6%나 줄었다.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재고 손실과 제품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데다 주 수출국인 중국 자급률이 계속 높아져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연스레 고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 분야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몇 년 새 전남대(화학분야 관련 학과 여수산단 산학융합지구로 이전)와 한영대에 산단 관련 학과나 마이스터고, 여수산단 취업 등용문으로 불리는 테크니션스쿨 등이 생겨났지만 장치 산업의 특성상 지역민을 고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 배출되는 학생 수에 비해 여수산단 기업에 취업하는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와 함께 지난달 여수시가 발표한 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수의 전체 일자리 가운데 관광 분야 종사자는 1만3346명으로 여수시 전체 취업자 수 13만2400명의 1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외식업이나 숙박업 등 1차 산업에 집중됐다.

하지만 여전히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마이스 산업 등 지역에서 전문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수시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 인력을 키우고,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지난 3일 여수시청에서 이낙연 전남지사와 주철현 여수시장, 박규철 여천NCC㈜ 총괄공장장 등 여수산단 석유화학기업 6개사 공장장 및 임원이 2조 6550억원(고용인원 326명)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관광에 거의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민선6기 여수시가 내적인 선순환 발전 구조보다 외부적 요인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단 공장 증설과 기업 유치 등 외지 자본과 대형 자본에 기대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유치는 전국의 모든 도시가 사활을 걸고 있고,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공투자가 있기는 하지만 채무를 전제로 하고 있어 살림살이가 넉넉하다고 볼 수 없는 여수시로서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여수시와 국회의원들은 국비 확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뜯어보면 신규 사업이나 여수의 미래 산업을 키워낼 밑그림을 마련할 예산은 사실상 빈손이다. 대부분 SOC 등 지속사업이다. 더욱이 시는 올해 직원 80억원 공금횡령 회수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교부세 175억원을 삭감 당해 예산 운용의 폭에 제한을 받았다.

외지 자본 유치, 정부 예산 확보, 공공투자 등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내발적 발전’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외부 의존적 경제발전 전략보다는 내부 자생적 전략으로 변환시키는 ‘내발적 발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기업 유치를 생각할 수 있고, 외지 자본과 기업 유치를 반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업을 유치하기만 하면 도움이 된다. 그것도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좋다’는 식의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유치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큰 기업을 유치하면 분명 지역의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지 기업이 들어오기 전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따져봐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비용도 결국 시민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발적 발전’은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내부 역량을 극대화해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지역 순환형 발전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밀착형 산업과 지역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이에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즉효약에 목을 매는 조급증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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