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가로수 행정’ 철학이 없다③ ‘여수 가로수길’ 조성해 시민 휴식처·도시 미관·관광 세 마리 토끼를

▲ 담양군의 대표 관광지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지자체 최초로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돼 관리 비용을 지원 받고 있다. 각종 영화와 CF촬영장소로도 각광을 받으며 연간 6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사진=담양군 홈페이지)

가로수와 같은 도심의 녹지 정책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년 이상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가로수뿐만 아니라 도심 녹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도로건설과 같은 토목사업을 할 때부터 담당 부서와 유기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가로수의 수종 선택 시에는 도로의 상황과 주변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주민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가로수 정책은 주민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보행로와 가로수의 녹음이 잘 어우러져 걷기 좋은 여수를 위해서는 넓은 도로 개설보다 인도와 가로수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장기적 투자를 통해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가꿔 후대가 훌륭한 자산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은 당대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제는 여수의 가로수, 그 질을 고민할 때가 됐다. 행정이든 민간이든, 누군가가 수십 년 전부터 제대로 된 가로수길을 만들었다면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처럼 훌륭한 지역 자산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이는 결국 이 도시가 나아갈 방향과 도시를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도시 구성원들의 철학의 문제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행정과 시민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소통이기도 하다.

이에 도시 미관은 물론이고 관광객까지 유인할 수 있는 ‘여수스러운 가로수길’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물론 여러 여건을 염두에 둬야 하는 가로수 식재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보도 폭을 최우선 상황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보도가 좁을 경우 보행자의 통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로수를 차도에 붙여서 심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불가능한 길은 가로수 대신 가로화단으로 대체된다.

▲ 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동쪽을 따라 중앙여고, 박람회장 진입로 구간에 식재된 아름드리 벚나무 300여 그루는 봄철이면 양쪽 도로는 봄철 벚꽃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북적일 정도로 여수지역 최고의 벚꽃길로 각광을 받았다.

가로수가 간판을 가려 접수되는 민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상인들로부터 이 같은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가로수의 가지를 많이 잘라내는 강전정(줄기를 많이 잘라내 새눈이나 새가지의 발생을 촉진시키는 전정법)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잘 가꾼 가로수는 부동산 가치와 상점의 영업과도 관련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가로수길이나 강남 신사동의 가로수길처럼 가로수 자체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일본 후쿠오카 아카사카 케야키도리(느티나무 대로)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느티나무 대로가 간판을 가린다며 상인들의 반대가 컸지만 협상을 통해 가로수를 함께 가꿔냈다. 그 덕에 일본에서 유명한 가로수길이 됐다. 간판은 가려졌지만 관광객이 가로수를 보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가로수 관리와 시민들의 관심 제고를 위해서 서울시를 비롯해 국내·외 도시의 선진 가로수 정책들을 참고해 여수만의 가로수 지도를 만들 필요도 있다. 가로수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아닌 길로 보고 도시 미관과 환경에 녹아들게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2010년부터 ‘꽃이 아름다운 가로’, ‘단풍이 아름다운 가로’, ‘역사가 느껴지는 가로’ 등의 테마를 정해 가로수를 관리하고 있다. 단순히 구·군 별로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것이 아닌 도시 전체의 경관을 고려하는 것이다. 장기적 관리와 시민 관심도 제고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여수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징 가로수길을 만들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수다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로수를 발굴하는 것이다. 여수에도 그나마 좋은 가로수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 휴식처나 문화관광 자원으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 전 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동쪽을 따라 중앙여고, 박람회장 진입로 구간에 식재된 아름드리 벚나무 300여 그루는 봄철이면 양쪽 도로는 봄철 벚꽃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북적일 정도로 여수지역 최고의 벚꽃길로 각광을 받아 왔다. 하지만 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이식되는 등 예전만 못하다. 만성리 해변에서 오천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하늘을 덮을 만큼 자란 메타세쿼이아가 그나마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지만 보행길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메타세쿼이아를 식재할 당시 보행로가 설치됐다면 시민 휴식처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 전남도 지방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돼 있는 여수시 호명동의 방재수림대. 디지털여수문화대전에 따르면 이곳 나무들의 수령은 100년에서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마을 앞 호명천을 따라 푸조나무, 팽나무 등 대형 수목 총 84주가 450m 길이로 심어져 있다. (사진=김광중 기자)

전남도 지방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돼 있는 여수시 호명동의 방재수림대도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좋은 길이다. 디지털여수문화대전에 따르면 이곳 나무들의 수령은 100년에서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마을 앞 호명천을 따라 푸조나무, 팽나무 등 대형 수목 총 84주가 450m 길이로 심어져 있다. 이곳의 방재수림대 나무들은 호랑이 형국이라는 호명(虎鳴)의 풍수에서 꼬리가 없어, 이를 비보하기 위해 마을 하천을 따라 심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호명마을과 서쪽의 양지마을에 펼쳐져 있는 농지를 해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심었다고도 전해진다.

제대로 된 ‘여수스러운 가로수길’이 없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다. 체계화된 가로수 계획 부족, 시민의식 부족 등 복잡한 이유가 있다. 이 때문에 가로수길을 위해 여수시와 전문가, 시민이 합쳐 여수의 가로수길을 선정하고 함께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여수시가 정해 심는 가로수길이 아니라 ‘여수 5대 가로수길(가칭)’을 정해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수종을 선정하고 관리한다면 ‘여수스러운 가로수길’을 만들 수 있다.

▲ 만성리 해변에서 오천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하늘을 덮을 만큼 자란 메타세쿼이아가 그나마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지만 보행길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군인 2명이 도로를 걸어 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관광 효자’
하동군, 국내 최장 메타세쿼이아길 조성

전남 담양군의 대표 관광지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지자체 최초로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돼 관리 비용을 지원 받고 있다. 이 가로수길은 국내 최초로 양묘에 의해 생산된 묘목으로 가로수 숲길을 조성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지역민들 스스로 보존 운동을 통해 숲길을 보존해 전국 생태관광명소가 됐다. 각종 영화와 CF촬영장소로도 각광을 받으며 연간 6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경남 하동군은 국내에서 가장 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조성키로 했다. 담양군의 메타세쿼이아 길(1.8㎞)보다 100m 더 길다고 한다. 하동군은 진교면 신기마을에서 백련마을을 잇는 1.9㎞ 도로변에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힐링이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남해고속도로 잔여 부지 일부를 활용해 적은 사업비로도 효용성이 큰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동군은 먼저 지난해 6월부터 1억8200만 원을 들여 지난 연말까지 1.3㎞ 구간에 메타세쿼이아 404그루를 심었다. 올해에는 2억 원을 추가로 들여 150그루를 더 심을 예정이다.

▲ 여수시가 학동 1청사 인근 도원로와 소호로 구간의 가로수 교체사업을 진행하면서 30년 이상 된 나무를 싹둑 잘라내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가로수 메타세쿼이아가 잘린 모습. (사진=김광중 기자)

가로수 쓰레기 등 몸살…공공재라는 시민의식 중요
행정과 시민이 함께 가꿀 수 있는 정책 마련 필요

도심 가로수의 수난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도심 가로수 보호덮개 주위에는 주변 상점에서 내놓은 쓰레기봉지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가로수 밑에는 담배꽁초와 음식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도심 녹지공간으로서의 공공재인 가로수가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로 변한 것이다. 입간판 지지대로 사용한 경우는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부 나무는 피소(皮燒 볕데기)현상이 발생했지만 방치되고 있다. 나무에 못을 박거나 나무에 노끈으로 꽁꽁 묶어 설치한 펼침막도 많다. 도시 경관의 하나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가로수를 매번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가로수길 관리는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무원들이 3만 그루가 넘는 가로수를 모두 관리할 수 없는 만큼 가로수를 공공재로 보는 높은 시민의식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시민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여수시 가로수 조성·관리 조례에도 시민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있다. 물주기는 1본에 1000원 지원, 비료와 열매 지원, 사고 또는 고의 피해나 피해 우려가 있을 경우 장비 및 물품 지원 등이다.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관리가 여수의 좋은 가로수길을 만드는 일의 시작이다. -끝-

▲ 웅천지구 가로수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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