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구역 조정, 개발과 보전 사이 <상> 수십 년간 국립공원구역에 포함되면서 재산권·생활권 침해 등의 불편을 겪고 있는 남면 주민들이 공원 해제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내년 국립공원구역 재조정을 앞두고 지난 6일 여수시 남면 금오도에 있는 여남중·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조사 기준 및 자연공원 제도 개선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주민들은 공원 지정으로 재산권·생활권 침해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며 공원 해제를 요구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여수 금오도·화태·안도 등 남면 주민들이 내년 국립공원구역 재조정을 앞두고 환경부에 공원 해제를 강력 요구하고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여수와 고흥·완도·진도·신안 등 5개 시·군 18개 읍면 322개 섬, 면적 2266㎢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 면적의 국립공원이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은 상록수림이 존재하며 과거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과 기암괴석들은 그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보존의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구역에 따라 흑산·홍도, 비금·도초, 조도, 소안·청산, 거문·백도, 나로도, 금오도, 팔영산 등 8개 지구로 돼 있다. 여수는 금오도 지구 176㎢, 거문도·백도 지구 242㎢가 지난 1981년 12월 23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70% 넘는 면적이 개인 소유 사유지이지만 상당수 면적이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보존지구로 묶여 있다.
 

   
▲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지구.
   
▲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백도 지구.

국립공원공단 구역조정 타당성 조사…연말까지 기준안 마련
주민들, 재산권·생활권 침해, 정주여건 열악 등 불만 고조
1500명 서명 담긴 탄원서 제출…대정부 투쟁·헌법소원 예고
공단·시·주민 등 10명 내외 협의체 구성해 구역조정 협의키로


난개발을 막아 자연경관이 그나마 잘 보존됐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주민들은 38년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집을 수리하거나 밭작물을 경작하는데도 제약을 받는 등 재산권과 생활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시설은 물론 공익적 목적과 주민편의를 위한 사업까지, 각종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6일 오후 1시 30분 여수시 남면 금오도에 있는 여남중·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조사 기준 및 자연공원 제도 개선 설명회를 열고 국립공원 용도지구 개편방안, 구역 조정 방안, 공원시설 조정방안, 국립공원 제도개선안 등을 설명했다. 또, 생태기반평가도 공원절대 평가 5개 항목에서 상대평가 4개 분야 19개 항목으로 확대하고 과학적 방법과 자료에 기반한 용도지구 전면 개편, 사유지매수 청구제도 완화, 주민지원사업 활성화 방안, 국립공원 존치마을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 남면 금오도 여천여객터미널. (사진=마재일 기자)

설명회에는 금오도, 안도, 화태 등 남면 24개 마을 주민 300여 명이 ‘국립공원 해제하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참석했다. 행사장과 주요 도로 곳곳에는 ‘규제로 인한 사유재산침해, 공원지역 해제로 생존권 보장하라!’, ‘남면지역 국립공원 전면 해제를 강력히 요구한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국립공원 해제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09년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과 숙박·음식업소 등이 밀집된 기 개발지역, 농경지 등 보전 가치가 적고 공원의 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지역 등 생활불편 부분에 대한 지정 해제 요구를 다수 수용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최소한의 면적만 해제돼 재산권 침해와 생활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외딴 가옥과 농경지 등 추가 해제가 필요하고 공원 전면 해제까지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육지부에 대한 불합리한 구역을 재조정하고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 주민 불편을 크게 저해하는 인·허가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특히 섬으로 이뤄진 남면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38년 동안 각종 규제로 정주여건이 열악해지면서 많은 주민이 떠났고, 이로 인한 인구감소와 공동화 현상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해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 여수시 남면 금오도. (드론사진=박근세 제공)

주민들 “국립공원 지정 이후 인구 감소·빈집 증가 등 쇠락”

주민들은 이날 “38년 간 국립공원으로 묶여 재산권과 생활권 침해, 개발행위 제한 등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마을 인근의 논과 밭을 공원에서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낡은 주택을 허문 뒤 새로 짓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귀농·귀촌을 하려 해도 정작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불만이 드러냈다. 이러다보니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정든 고향을 떠나 빈집만 늘어나는 실정이다고 했다.

여수시 남면 이장단협의회 정기홍 회장은 “농사를 지으려면 포클레인이 들어가 길도 넓혀야 하는데 공원으로 묶여 지게를 지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금오도는 거의 사유지인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나무 한 그루 마음대로 벨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외지인들이 섬에 들어와 살고 싶어도 주택 신축이나 농지 개간이 어려워 전입을 포기하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초등학교가 거의 마을마다 있었고 인구가 약 1만7000명이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1곳, 분교 2곳에 인구는 약 3100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 여수시 남면 이장단협의회 정기홍 회장.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시 남면 전상봉 직포마을어촌계장. (사진=마재일 기자)

정 회장은 “주민들은 이번에 국가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차원에서 ‘전 구역 해제’를 요구하지 않고 최소한의 면적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전답 및 임야 7부(70%) 능선까지 해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 구역 해제를 요구했다. 정 회장은 이날 주민들을 대표해 환경부 사무관에게 주민 15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전달했다.

전상봉 직포마을 어촌계장은 “군부독재 시절 일부 주민 동의만 받고 반강제적으로 공원으로 묶었다”며 “내 땅, 내 소유의 재산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면서 환경부가 주민들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잖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어촌계장은 “금오도 비렁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한해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데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려 해도 공원으로 묶여 있어 건물을 짓지 못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주민 편의를 위해 관공서에서 발주한 공사도 공원에 묶여 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38년을 참았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공원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들은 고압적이고 일방적 단속보다는 계도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한 주민은 “공단 직원들이 수목을 무단으로 베었다며 주민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벌금을 물리는 등 주민들과의 마찰이 심하다”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자기 땅이 해제가 됐는지 묶여 있는지도 잘 모른다. 언제 설명을 제대로 해줬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과 함께 사유재산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등 강경한 입장이어서 자연 보전과 재산권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 여수시 남면 안도. (사진=박근세 제공)

환경부, “주민 생활 불편 규제 개선 방안 적극 검토”

이에 대해 환경부 자연공원과 김종철 사무관은 “공원마을지구는 규제가 거의 없지만 주민 생활에 불편 규제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이어 “기준안에 따라 현실적인 재검토를 통한 경계 재조정과 생태가치가 높은 국·공유지 등은 공원으로 적극 편입하고, 공원마을지구와 공원자연보존지구의 완충지대에 해당하는 공원환경자연지구 일부를 해제하는 등 용도지구 전면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 공원자연보존지구 가운데 보전 가치가 특히 높은 지역은 ‘공원특별보존지구’로 지정해 보존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공단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10년마다 국립공원 구역조정 타당성 조사를 한다. 환경부는 올 연말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원 추가 지정이나 해제, 조정 등의 내용이 담긴 제3차 국립공원 지정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여수시와 공단, 주민대표 등 10명 내외로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구역조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생태기반 평가와 용도지구 적합성을 평가해 생태적 가치 여부를 따져 가치가 높으면 특별보존지구로 지정하고 가치가 낮으면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된다. 이와는 별도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국립공원 구역 해제 적합성 평가도 하게 된다. 조사는 올해부터 시작해 내년 말쯤 조정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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