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통합청사 논란, 이젠 끝내자 (하)] 전국 최초로 시민 주도로 이뤄낸 3여 통합. 하지만 매듭짓지 못한 통합청사 문제로 21년이 흐른 지금 지역의 분열과 반목을 가져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여수 원도심 전경 (사진=심선오 사진기자)

◇ 대립과 갈등의 골이 돼 버린 통합청사 논란 이번엔 매듭져야

여수시는 2004년 본 청사 부지에 2007년까지 600억 원을 들여 지상 5층 규모의 통합청사를 먼저 짓고, 이후 790억 원을 들여 시의회 청사 등도 건립하기로 했으나 2012년 여수박람회 유치 등의 현안 때문에 사업 추진이 유보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돌산청사 직원 재배치 때도 통합청사 건립 문제가 쟁점화되기도 했으나 시는 통합청사 신축은 시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민선 7기 여수시가 통합청사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시는 청사 사무실이 부족하고 문수 청사, 진남‧망마경기장, 구 보건소, 여수문화홀 등 여러 곳에 분산된 부서를 통합하기로 하고 학동 본 청사에 뒤에 별관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의회와 중부민원출장소가 있는 여서 청사는 기존대로 존치한다.

일부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도 여수시가 별관 신축에 나선 것은 20여 년간 지역의 해묵은 대립과 갈등의 골이 돼 버린 통합청사 논란을 매듭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열과 반목을 가져오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통합청사 문제를 지역사회가 이번에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 여수시 문수동 문수청사. 최근 건물안전진단에서 D등급, 내진성능 CP등급을 받았다.

◇ 여문 지역 주민‧상인들, “대안 없는 문수 청사 이전 반대”

여수시의 통합청사 대신 본 청사에 별관 신축 추진 계획에 대해 문수 청사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대안 없는 문수 청사 이전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서·문수 청사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대안 없는 여서·문수 청사 이전은 지난 1998년 3여 통합 시민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고 여서·문수 상권 소멸과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현재 여서·문수지역 상권은 해수청과 여서·문수 청사가 있어 그나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여수 관광 축이 구 여수권에 집중되면서 여문 지역 상권은 서서히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문수 청사 이전은 여문 지역 상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여서·문수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시의 계획에 찬성한 바 없다”며 “그런데도 시는 시민 모두가 별관 신축에 동의하는 듯 말하고 있는데 논리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3여 통합 이행조건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도시 균형발전이라는 3여 통합의 근본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청사통합을 통한 행정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여서·문수지역 상인들의 생존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대안만 제시된다면 별관 신축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본청 건물 뒤 별관 신축 예정 부지.

◇ ‘갈등 조율’ 여수시의회 역할 중요

이번 별관 신축 추진이 계기가 돼 21년째 이어지는 통합청사 논란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지역주의를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인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갈등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타협을 통해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열어가는 것이 정치라면, 여기에는 여수시의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의 표심을 의식하는 태도에만 매몰되면 지역갈등을 조정하고 조율해야 할 기능 자체를 방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통합청사 문제를 대하는 시의회의 논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시의원들이 생산적이고 성숙한 논의를 할지는 미지수다. 시는 별관 신축계획을 최근 기획행정위원회에 비공식적으로 보고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여수갑 지역위원회가 문수 청사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지역 간, 정치적 갈등에 묻혀 합리적인 해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통합정신 구현을 위한 과제 ‘소지역주의 극복’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통합한 지 올해로 21년째다. 하지만 전국 최초 시민 주도로 이뤄낸 3여 통합 당시 약속한 합의사항 가운데 일부는 사실상 폐기됐고 위대한 시민 공동체 정신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특히 통합청사 건립 문제는 소지역주의와 정치권의 이견 등에 가로막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념일 지정과 기념사업 또한 진전이 없다. 후보 시절 3여 통합 기념사업과 재단 설립을 약속한 민선 6기 주철현 시장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조례 제정 등 몇 가지 실행방안을 내놨지만, 재선에 실패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여수시민들은 3여 통합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소지역주의는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지난해 3월 14~17일, 시민 521명을 대상으로 벌인 ‘통합 여수시 출범 20주년 의견조사(표본오차 ±3.2%, 신뢰수준 95%, 응답자 중 남성 260명‧여성 261명)’ 결과에 따르면 통합의 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34.6%), 도시경쟁력 향상(30.8%) 등의 순으로 꼽은 시민들은 통합정신 구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소지역주의 극복(24.4%), 통합정신 계승을 위한 비전설정(23.3%) 등을 들었다.

시청 공무원 82%가 찬성 의견을 내놓은 통합청사에 대해서는 찬성(40.5%), 보통(31.0%), 반대(28.5%)로 응답했다. 찬성 응답자 중 건립이 필요한 이유로 주민 편익을 위해서(43.8%), 행정서비스 개선(38.1%) 등을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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