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논평
법안심사소위 상정조차 안 돼…배신행위에 참담

▲ 71주년 희생자 합동 추념식.

여순사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지역 여론이 높은 가운데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이 제정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유족들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이하 여사연)는 26일 논평을 내어 “민주당이 여순사건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홍영표·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 중진을 포함한 의원 38명이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배신 같은 행위에 유족회와 시민사회는 참담한 심정으로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사연은 “지난 9월 9일부터 80대 노인들이 매일 비바람과 추위를 무릅쓰고 국회 앞 정문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오고, 국회의원 면담과 설득을 해오고 있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 방문 등을 통해 이 법안이 제대로 심사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상세히 파악하고 더욱 참담함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여사연은 “현재 국회 행안위는 ‘제주 4·3사건’ 관련 특별법 5개 법안을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여순사건 특별법이 후순위로 밀리고, 결국 찬밥 신세가 됐다”면서 “똑같은 역사적 아픔인 제주 4·3사건은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왜 여순사건은 차별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당론은 말 잔치일 뿐이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이 진정한 민주당의 당론인지 다시 한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라도 민주당은 유족들의 70여 년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 여순사건 시민추진위원회 김병호 위원장(정면 우측 첫 번째)과 유족회장, 여수시 고재영 부시장(정면 가운데) 등이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이재정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26일 현재 여순사건 특별법안에 동의한 국회의원은 138명이다. 이는 전체 의원의 46.8%로 의결 정족수에 10명이 모자란다. 정당별 발의의원을 분석해 보면 더불어민주당 70.5% (91/129), 자유한국당 1.9%(2/108), 바른미래당 85.7%(24/28), 민주평화당 100%(4/4), 정의당 83.3%(5/6), 민중당 100%(1/1), 무소속 64.7%(11/17)이다.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호남 복권 의지가 있다면서도 무관심과 방치를 떠나 배신 같은 행위에 대해 유족회와 시민사회는 참담한 심정으로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한 특별법을 보다 강력한 의지와 추진으로 유족과 시민사회에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여수·순천·광양·구례·고흥·보성·서울유족회로 구성된 여순사건유족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을 향해 “당론이라면서 유족들의 70여 년 통한의 아픔을 왜 이렇게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것이며, 똑같은 역사적 아픔인 제주4·3은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왜 지역 차별과 무시를 하는 것이냐”고 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여순사건 특별법안은 2001년 16대 국회에서 김충조 전 의원이 처음 발의했으나 제정되지 못했고 19대 국회에서도 김성곤 전 의원이 연이어 발의했으나 법안 채택은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2017년 4월 정인화 의원이 특별법안을 발의한 이후 5개 법안이 발의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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