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여수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민들 모르게 추진했다가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논란을 부른 여수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이 2년 반이 넘도록 여전히 갈등‧대립하고 있다. 김철수 비대위원장은 “주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여수시는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시 만흥지구. 여수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은 LH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주관하는 사업으로 2024년까지 329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만흥동 일원 40만6152㎡에 아파트 2758세대와 단독주택 174호, 상업 지구 등이 들어선다. 계획인구는 2932세대 6326명 규모다. (사진=뉴스탑전남)
전남 여수시 만흥지구. 여수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은 LH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주관하는 사업으로 2024년까지 329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만흥동 일원 40만6152㎡에 아파트 2758세대와 단독주택 174호, 상업 지구 등이 들어선다. 계획인구는 2932세대 6326명 규모다. (사진=뉴스탑전남)

전남 여수시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만흥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을 둘러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민들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애초 개발을 완강하게 반대하던 주민들이 협상 의지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하는 등 실마리가 풀리나 싶었으나 현재는 상당수 주민과 일부 토지 소유주들까지 합세해 개발 자체를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6월 11일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LH도 수렴된 의견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약속했다. 그러나 9월 16일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는 공사 기간 동안 마을 주민들이 입을 비산먼지 피해나 일급보호종 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누락됐다며 부실성을 지적했다. LH가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하자 결국 토지 보상 논의를 하지 못한 채 이날 공청회는 파행됐다.

여수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은 LH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주관하는 사업으로 2024년까지 329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만흥동 일원 40만6152㎡에 아파트 2758세대와 단독주택 174호, 상업 지구 등이 들어선다. 계획인구는 2932세대 6326명 규모다.

지난 2019년 12월 30일 국토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고 12월 지구계획승인, 2022년 1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24년 사업을 준공한다는 구상이다.
 

2019년 5월 30일 여수시청 시장실에서 권오봉 여수시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백인철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이 만흥지구 조성사업 기본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2019년 5월 30일 여수시청 시장실에서 권오봉 여수시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백인철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이 만흥지구 조성사업 기본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제공)

그러나 언론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평촌‧중촌마을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중촌마을은 제척됐지만 평촌 주민들은 현재 마을에 천막을 쳐놓고 매일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LH 측은 이주택지를 조성원가의 80~85%로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빈곤층 원주민을 쫓아내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등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중촌마을이 25층 이상 고층 아파트로 인한 조망권 훼손과 사생활 침해 문제를 지적하자 LH는 토지이용계획을 일부 변경했다.

지난해 9월 28일 여수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진행 상황을 시로부터 보고 받은 의원들은 사업이 추진되는 동안 지역사회와 정책 공유가 전무하다며 시를 질타했다. 의원들은 해양휴양단지로 개발을 요구했던 지역의 의견과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정책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가 만흥지구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분명히 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 설정 시 시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그렇다면 의원들의 지적과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을까.

여수시는 지난 7월 12일 제212회 여수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10분 자유발언에서 민덕희 의원이 ‘만흥지구 택지개발’ 관련 소통 부족과 갈등 지적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만흥지구 택지개발은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수차에 걸쳐 개발요청 청원서를 제출함에 따라 택지개발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택지개발에 관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19년 10월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여수시가 만흥지구에 추진 중인 공공지원 임대주택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권오봉 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진입을 시도하다 공무원들과 충돌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지난 2019년 10월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여수시가 만흥지구에 추진 중인 공공지원 임대주택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권오봉 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진입을 시도하다 공무원들과 충돌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민원 해소 과정에 대해서는 “일부 주민들이 검은 모래 해수욕장 인근에 임대 일색의 공동주택 건설과 주민과 협의 없는 개발 취소를 요청하며 수차례 반대집회를 개최하고, 시의회도 사업취소를 요청했으나 지난 5월 시의회 제5차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택지개발 추진상황 등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적극적인 협의를 위해 관광‧주거 복합개발 및 중촌마을 제척 등 주민 설득을 통해 민원을 원만히 해결하고 공공지원민간임대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진계획에 대해서는 “지구지정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 주관 보상설명회 개최, 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 등 지역주민과 소통을 통해 사업절차 진행 중이며, 앞으로 지구계획 승인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보상 및 공사 추진과정에서 주민들과 원만히 협의하여 사업추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 입장과는 다소 괴리가 있고 현재 상황은 정반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들은 LH 측의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태도와 여수시의 반대 측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부재, 주민 간 갈라치기 등이 사태를 더욱 꼬이게 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주민들이 천막 농성을 하는 이유와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김철수(63)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 얘기를 듣고 정리했다.
 

김철수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마재일 기자)
김철수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은 처음부터 이 사업을 완강하게 반대했다. 지금은 어떤가.

사태의 발단은 LH나 여수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고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우리 주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TV에서나 봤던 일이 내 앞에서 실제로 일어나니 너무 황당했다. 모든 책임은 LH와 여수시에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격앙돼 있다. 일방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더니 그 후로도 일방적이다. LH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직원 투기 사태 이후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주민들은 특히 여수시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진정성 대화를 해 본적이 없다. 되레 주민들을 갈라치기 해 분열시키려고 했다. 도대체 여수시는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

평촌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천막을 쳐놓고 매일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천막 농성장을 바라보는 김철수 위원장. (사진=마재일 기자)
평촌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천막을 쳐놓고 매일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천막 농성장을 바라보는 김철수 위원장. (사진=마재일 기자)
평촌마을에 게시된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평촌마을에 게시된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개발로 철거되는 집이 130호 가까이 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70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땅을 공짜로 줘도 집 지을 돈이 없다. 보상을 받아도 못 짓는다. 이주택지를 조성원가의 80~85%에 준다고 하는데 그런다 해도 집을 짓을 돈이 없다. 어르신들의 하루하루는 두렵고 불안한 날의 연속이다. 아니 거리에 나앉을까봐 무서워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내 집 내어주고 남의 집에서 세 살아야 하겠냐. 자식들 다 키우고 조상들 여기서 돌아가신 곳이다. 떠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자기 집이 제일 편하다. 대책위가 제안한 것 중 하나가 행복주택 지을 것 아니냐. 등기는 LH가 하고 죽을 때까지 그냥 살게 하면 된다. 어르신들이 살면 얼마나 살겠나.

특히 서로 의지하며 형제처럼 살아온 주민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밭에서 일하다가 옷에 묻은 흙 툭툭 털고 밥 먹고 그대로 자기도 한다. 그러고 아침 밥숟가락 안 뜨고 부스스 일어나 밭에 나가는 사람들이다. 원주민들은 떠나고 외지 사람들이 마을 주민이 되는 모양새다.

형제처럼 지내던 주민들은 지금 반대 찬성으로 나뉘었다. 왜 우리가 그래야 하느냐.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나도 장담할 수 없다. 주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고 한다.
 

평촌마을 입구에 게시된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평촌마을 입구에 게시된 현수막. (사진=마재일 기자)
▲평촌마을의 한 주택 대문에 부착된 손팻말. (사진=마재일 기자)
▲평촌마을의 한 주택 대문에 부착된 손팻말. (사진=마재일 기자)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인데.

지난 9월 16일 공청회는 택지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공사 기간 주민들이 입을 비산먼지 피해나 1급 보호종 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부실했다. 보상 논의는 못하고 파행을 빚었다. 그날 봤겠지만 분노 섞인 고성과 욕설이 나올 정도로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지 않았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수달, 삵, 황조롱이, 큰말동가리, 기수갈고둥, 대흥란 등 법종 보호종이 나왔다. 수달이 겨울이면 마을 들판에서 뛰어놀 정도로 들락날락한다. 파출소 옆 하천으로 저녁이면 올라온다. 수달은 족제비과 포유류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지난 9월 16일 진남체육관에서 만흥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9월 16일 진남체육관에서 만흥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9월 16일 진남체육관에서 만흥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이날 토지 보상 논의는 하지 못한 채 파행됐다.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 9월 16일 진남체육관에서 만흥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 이날 토지 보상 논의는 하지 못한 채 파행됐다. (사진=마재일 기자)

삵은 철망을 뚫고 들어와 우리 집의 닭을 물어 죽였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동네까지 들어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에서는 공사 구간 밖으로 표기를 해 놨더라. 육상동물상 주변 양호한 산림지역으로 일시적 이동 예상되고, 기수갈고둥의 서식지 훼손이 불가피해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해놓고서는 적절한 보호 조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하천 폭을 줄이면 수달이 차츰차츰 영역을 바꾼다는 게 보호 조치다. 기수갈고둥은 채집해서 비슷한 다른 하천에 옮긴다고 한다. 기수갈고둥이 몇 마리아 서식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생물이 사는 지역을 최대한 보호하는 게 보호 조치 아닌가.

이 조사를 신뢰할 수가 없다. 주민들이 조사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조사한다고 통보받은 적이 없다. 평생을 이곳에서 산 주민들이 잘 알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래야 주민들도 믿음을 갖지 않겠나. 주민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간 조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정도는 해야 제대로 된 조사 아닌가. 용역 회사에서 재조사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하천 등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기로 했다.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법정보호종 출현 위치도.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법정보호종 출현 위치도.

환경영향평가 부실로 지구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출력해온 언론 보도자료를 보여주면서 인터뷰에 실어달라고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토부가 2019년 5월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 일대 24만7631㎡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면서 일대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현동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 심각한 환경·교육·교통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현동 주민 536명은 같은 해 7월 지구지정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 2월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에서 지구지정 취소 및 집행정지 결정을 끌어냈다.

특히 국토부와 LH의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주민들은 현장 사진과 영상을 제시하며 부실 환경영향평가라고 반발했다. 법원은 지구 내 맹꽁이 서식이 확인됐지만, 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했다는 이유로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와 LH는 항소를 한 상태이다.

성남복정2공공주택지구를 반대하는 주민들도 2급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관련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 등을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택지지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되면, 서식지를 정밀조사하고 대체 서식지로 옮겨줘야 한다.

(인터뷰 下에서 이어집니다.)

글‧사진=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