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LH광주전남본부 앞서 120여 명 시위
“강제 철거, 절대 용납 할 수 없어” 반발

▲ 주민 동의 없는 만흥지구 택지개발 사업 반대 시위 현장. (사진=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 주민 동의 없는 만흥지구 택지개발 사업 반대 시위 현장. (사진=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늙어서 서럽고, 가진 게 없어서 서럽고, 못 배워서 서럽고, 무시당해 서럽다. LH에 물 한잔, 밥 한술 달라고 한 적 없는데 평생을 살아온 목숨 같은 집을 묻지도 않고 빼앗으려 한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전남 여수시 만성리 해수욕장과 마을 일대를 개발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과 관련, 대상 지역 주민들이 동의 없는 개발을 반대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다.

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철수) 등 주민 120여 명은 5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지역본부 앞에서 “LH가 평생을 살아온 집을 우리들에게 묻지도 않고 빼앗으려 한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LH가 2024년까지 329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흥동 일원 40만6152㎡에 아파트 2758세대와 단독주택 174호, 상업지구 등을 짓는 만흥지구 택지개발사업의 계획인구는 2932세대 6326명 규모다.
 

▲ 주민 동의 없는 만흥지구 택지개발 사업 반대 시위 현장. (사진=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 주민 동의 없는 만흥지구 택지개발 사업 반대 시위 현장. (사진=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019년 5월 30일 당시 권오봉 여수시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백인철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시청 시장실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조성사업’ 기본협약을 체결한 이후 12월 30일 국토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1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고 12월 지구계획승인, 2022년 1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24년 사업을 준공한다는 구상이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지구계획 승인도 늦춰지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택지개발 사실을 알게 된 평촌‧중촌마을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중촌마을은 제척됐지만 평촌마을 주민 85% 정도가 이 사업에 여전히 반대하며 마을에 천막을 쳐놓고 4년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조상 대대로 살고 있는 땅에 임대아파트 짓겠다고 여수시와 LH가 주민 모르게 밀실 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계획 수립 초기부터 실제 거주 주민의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국토교통부와 LH는 한통속이 돼 서민들을 죽이는 사업을 그만두고 주민들이 무엇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지, 직접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주민 동의 없는 만흥지구 택지개발 사업 반대 시위 현장. (사진=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 주민 동의 없는 만흥지구 택지개발 사업 반대 시위 현장. (사진=만흥지구 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이어 “한 가정의 주택을 처분하려고 해도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서 이해를 구한 후 결정하는데 하물며 한 마을을 철거하고 사업을 하려고 하면서 주민들과 대화도 하지 않고 동의도 없이 강제로 철거해 쫓아내려고 하는데,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땅 장사하려는 LH는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업 취소는 물론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특히 “LH는 지금까지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이는 주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기업이 땅 투기나 하고 거주지 주민의 땅을 강제로 빼앗아 땅 장사해 사업이 완료되면 성과금 명목으로 자기들 주머니나 채우는 현실에 지탄받아야 마땅한데도 LH는 주민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철수 비대위원장은 “동물도 죽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머리를 둔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하물며 인간인 늙은이들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한다니 원통할 뿐”이라며 “연로한 주민들은 언제 보따리를 싸야 할지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LH는 지금이라도 거주 주민과 대화를 통해 동의절차를 준수해 사업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업이 계속된다면 끝까지 반대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고 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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