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시절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공약, 인수위서 설치로 변경
전남도 하반기 6·7호점 공모, 40억 지원…예울병원 참여 예상

지난 7월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 여수’를 비전으로 내세운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정 시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굵직한 현안과 시민에게 약속한 83개 공약의 차질 없는 이행이 기다리고 있다. 이에 정 시장의 주요 공약을 점검하고 여수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편집자 주-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은 정기명 여수시장의 핵심공약이다. 그런데 공약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후보 시설 선거 공보물에는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에는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및 산부인과 확대’로 나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인수위 백서에는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및 산후조리원 확대’를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로 변경됐다.

‘설립’과 ‘설치’는 사업비나 운영 예산 규모 등에 있어 엄연히 다르다. ‘산부인과 확대’와 ‘산후조리원 확대’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공약에 대한 고민과 검증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 전남공공산후조리원 5호점. (사진=현대여성아동병원 홈페이지)
▲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 전남공공산후조리원 5호점. (사진=현대여성아동병원 홈페이지)

공공산후조리원 순천 등 전남 5곳 운영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에서 기초단체가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은 강원 양구 등 총 16곳이다. 전남이 해남, 강진, 완도, 나주, 순천 5곳으로 가장 많다. 경남에서는 밀양, 울산은 북구에 1곳씩 있다. 서울 서대문구와 강원 화천, 경북 상주는 올해 준공 예정이다.

전남은 2015년 해남 종합병원에 공공산후조리원 1호점, 2018년 강진의료원에 2호점, 2019년 완도대성병원에 3호점, 2020년 나주 빛가람종합병원에 4호점, 지난 3월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에 5호점(임시)이 설치돼 권역별로 운영되고 있다.

도는 올해 6호점과 7호점을 공모할 계획이다. 올해는 전액 도비로 40억 원이 지원된다. 운영비와 이용료 감면 보전비 등은 도와 시·군이 분담한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신생아실과 산모실, 프로그램 운영실, 건강실, 상담실, 휴게실, 세탁시설 및 부대시설 등을 갖춰 산모와 신생아가 좋은 환경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
 

▲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 전남공공산후조리원 5호점 신생아실. (사진=현대여성아동병원 홈페이지)
▲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 전남공공산후조리원 5호점 신생아실. (사진=현대여성아동병원 홈페이지)

이용료는 2주 154만 원, 3주 231만 원, 4주 308만 원으로 1주당 77만 원이 추가된다. 둘째아이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장애인, 다문화, 한부모, 북한이탈주민, 국가유공자, 귀농어·귀촌인, 5·18민주유공자 등은 70% 감면 혜택이 있어 46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도는 “이는 도내 민간산후조리원 이용료 대비 20~100만 원 이상 저렴한 비용이다”고 설명했다. 쌍생아 등의 출산의 경우 1명마다 기준 이용료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 추가된다.

전남도는 2015년 1호점 개원 이래 지금까지 2577명의 산모가 이용하는 등 이용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남지역 출생아 8567명 중 공공산후조리원 이용자는 904명으로 10명 중 1명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원 이용 산모의 56.1%는 요금 감면 대상이다.
 

▲ 여수 동동공원 아이나래 놀이터 내 바닥분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여수 동동공원 아이나래 놀이터 내 바닥분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정주여건 개선 위해 필요…이용률 감소로 ‘적자 우려도’
인수위 “신생아 고위험 상황대처 어려워 이용률 낮을 것”

여수에서는 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인 예울병원이 15실 규모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절차가 시작되면 세부 운영 방안 등을 담은 공모 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해 10~11월 중 최종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예울병원이 선정되면 2024년부터 운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예울병원이 이번에 공공산후조리원으로 선정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의 공공산후조리원은 민간산후조리원이 없는 군 단위나 의료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같이 있는 기관이 우선 대상이다.

5호점 선정 심사 평가 기준을 보면 출생아 수와 가임여성 수, 예상 이용률, 응급이송 연계 체계 등 입지 적합성과 시설 조성 시 자기부담 비율과 사후관리 계획 등 사업추진 의지, 시설 신축 및 장비 구입, 시설·인력 운영과 프로그램 운영 등 사업계획 적정성 등이다.

여수시장 인수위는 지역에 공공산후조리원이 설치·운영된다 해도 신생아 고위험 상황 대처가 어려운 여건 상 이용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용료의 70%를 감면해 주지만 30%(1주 23만1000원)의 자부담이 취약계층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 사업의 경우 10%(5일 6만2400원)만 본인 부담인데 이 서비스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시에 민간산후조리원 이용료 본인부담금 지원 방안 검토를 주문했다.
 

▲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 전남공공산후조리원 5호점 리셉션. (사진=현대여성아동병원 홈페이지)
▲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 전남공공산후조리원 5호점 리셉션. (사진=현대여성아동병원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공공산후조리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용률 감소에 따른 적자 등 부작용도 우려되면서 지속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공공산후조리원이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나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운영 적자가 발생하면 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여수시장 인수위 백서에 따르면 울산 북구의 공공산후조리원은 3교대 인건비 등으로 인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독과점 횡포도 나타나고 있다. 밀양시의 공공산후조리원은 매년 위탁 사업비로 약 1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포천시 공공산후조리원은 적자에 따른 차액을 포천시가 30%를 부담하고 있다.

풀어야 할 난제도 있다. 여수지역에 조산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조산사는 산모의 임신·분만·산후 처치를 보조하고 정상 분만을 유도하며 신생아 및 산전·후의 산모를 간호하는 의료인으로 분류된다.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 1년간 조산수습과정을 마치고 조산사 국가시험에 합격 후 면허를 받아야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여수지역의 조산사 면허를 가진 이들조차 산모 수요가 많지 않아 요양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실정이다. 인수위는 이 때문에 향후 산후조리원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전남도는 올해부터 도내 모든 공공산후조리원에 모바일 앱을 통해 부모가 언제 어디서나 아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생아 캠 서비스를 시행한다. (사진=전남도)
▲ 전남도는 올해부터 도내 모든 공공산후조리원에 모바일 앱을 통해 부모가 언제 어디서나 아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생아 캠 서비스를 시행한다. (사진=전남도)

여수지역 산모들 순천 등 원정 출산
시설, 의료서비스 경쟁력 확보 관건

여수지역 산모들이 순천 현대여성아동병원이나 미즈여성아동병원을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산모는 여건과 시설이 좋은 산후조리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특히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고위험 산모나 난임으로 고충을 겪는 부부들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여성아동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신생아 집중치료실 지역센터’로 지정돼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 센터는 2.5㎏ 미만 미숙아와 심장 이상 등 선천성 질환이 있는 고위험 신생아를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신생아용 중환자실이다. 현대여성아동병원은 국비를 지원받아 인큐베이터, 전용 심장초음파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지난 3월 5개실 규모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임시 개원했으며 2024년까지 15명의 산모가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미즈여성아동병원도 시험관시술센터, 신생아집중치료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인 미즈여성아동병원도 이번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들 두 병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어 신생아 고위험 상황을 대처하는데 용이하다.
 

▲ 여수시는 임산부의 건강관리와 육아정보 공유를 위해 요가, 태교 공예, 모유 수유교실 등 임신‧출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 여수시는 임산부의 건강관리와 육아정보 공유를 위해 요가, 태교 공예, 모유 수유교실 등 임신‧출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여수시)

현재 여수지역의 민간산후조리원은 예울병원·문화병원 2곳이다. 과거 제일병원, 성심병원, 한사랑 등 5~6개의 민간산후조리원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운영하지 않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산전 검진 등은 여수지역 산부인과에서 하면서 분만이나 산후조리는 시설이 좋은 다른 병원을 이용한데 따른 경영 수익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수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67명이다. 2015년 1.550명, 2016년 1.464명, 2017년 1.334명, 2018년 1.192명, 2019년 1.108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여수시의 출생아 수를 보면 2017년 2023명, 2018년 1774명, 2019년 1572명, 2020년 1471명, 2021년 1379명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여수지역의 산모나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시설, 의료서비스 등 여러 면에서 순천지역 산부인과와 비교된다고 말한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낮으면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쟁력을 갖기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과 노력이 요구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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