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 여수’를 비전으로 내세운 민선 8기 정기명 여수시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정 시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굵직한 현안과 시민에게 약속한 83개 공약의 차질 없는 이행이 기다리고 있다. 이에 정 시장의 주요 공약을 점검하고 여수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편집자 주-
 

▲ 여수시 원도심 전경. (사진=뉴스탑전남)
▲ 여수시 원도심 전경. (사진=뉴스탑전남)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여수 유치, 전라좌수영 겸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국가문화재 사적 지정 추진, 군내리 방답진성 국가사적 지정 추진, 여수문화복지재단 설립, e스포츠센터 설립 등 기반 구축, 거리문화공연 지원 확대, 남산공원 문화예술 랜드마크 추진.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채택한 정기명 시장의 83개 공약 중 문화예술 분야 공약이다. 뜯어보면 정 시장의 문화예술 공약은 원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같은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실현 가능성에 의심이 드는 공약도 있다. 문화도시로의 발전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득표전략 아이템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인수위를 거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여수 유치는 폐기됐고 ‘문화복지재단’은 전국 기초지역문화재단 109개 중 문화와 복지를 같이 운영하는 재단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재단’으로 공약 명칭이 수정·변경됐다. e스포츠센터 설립 정도가 새로워 보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그 흔한 자생적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 문화예술 분야 전문 인재·인프라 육성 등의 공약조차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단 설립으로 모두 커버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임기 내에 꼭 실현할 수 있는 공약만 제시한 것일까.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시설 확충 못지않게 상상력과 창의력 넘치는 미래 문화예술 인재를 키워낼 정책도 중요하다. 도시문화 본연의 정책, 예술진흥에 대해 좀 더 구체안을 제시했어야 했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드웨어적인 공약 못지않게 시장이 가진 문화에 대한 마인드에 따라 여수의 미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정기명 여수시장의 공약집.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 정기명 여수시장의 공약집.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여수문화예술재단 2024년 출범 계획

여수시장직 인수위는 정 시장의 당초 공약인 ‘문화복지재단’을 ‘문화예술재단’으로 변경했다. 문화와 복지 각각의 재단 설립을 위한 별도의 용역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수문화예술재단 설립 추진계획을 보면 2021년 8월 문화재단 설립 검토(안) 보고, 12월 용역비 5000만 원 편성, 내년 문화재단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전남도와 문화재단 설립 협의 등을 추진해 2024년 재단을 출범한다.

인수위는 △조례 개정 및 기금 조성 가능성 등 제도적 지원책 수립 △성남시 등 타 지자체 문화재단 사례 분석 검토 등을 주문했다. 인수위는 또 여수시 문화예술 진흥 조례 중 문화예술인 복지 지원 내용이 없어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여건을 감안한 문화예술재단 설립 타당성 조사 및 운영에 대한 포괄적 용역, 시 출연금 및 여수형 기업 메세나 운동 활용 방안 등을 제안했다.

민선 7기 여수시는 지난해 7월 제212회 임시회에서 여수문화재단 설립 타당성조사 용역비 4000만 원을 편성했으나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된 바 있다.
 

▲ 지난달 19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여수문화예술의 전개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부산금정문화회관 관장이 ‘여수문화예술재단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달 19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여수문화예술의 전개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부산금정문화회관 관장이 ‘여수문화예술재단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문화예술재단, 공공성‧수익성 조화 중요

지난달 19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여수문화예술의 전개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부산금정문화회관 관장의 제안은 의미가 크다. 그는 이날 ‘여수문화예술재단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제했다. 심포지엄은 여수시가 주최하고 한국예총여수지회가 주관했다.

강 관장은 문화재단 설립 필요성과 운영방안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과 지역민들의 공감대 형성, 현실적인 재정확보 방안 마련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단의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창일 관장에 따르면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경우 관련 예산을 지자체 출연 또는 외부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 지원금 대부분을 시설과 예술단 운영에 사용하거나 재단 운영에 필요한 경상비로 운영되고 있어 재단이 자체적으로 기획해 운영하기 위한 사업 예산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단의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 지원 외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수시장직 인수위 보고서에서도 같은 맥락의 우려와 진단이 제기됐다. 전국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이 재단 이사장의 전문성 결여 및 방대한 예산과 사업 규모로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지자체, 문화원, GS칼텍스 예울마루 등 관련 문화 전문기관과 역할 정립도 주문했다. 지자체는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정책 수립과 집행, 지역 문화 환경 조성과 문화시설 인프라 확충 및 구축사업, 문화정책의 수립 및 집행, 법제도 개선, 중앙정부와의 연계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 GS칼텍스 예울마루 야간 모습. (자료=예울마루 홈페이지)
▲ GS칼텍스 예울마루 야간 모습. (자료=예울마루 홈페이지)
▲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홍보. (자료=예울마루 홈페이지)
▲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홍보. (자료=예울마루 홈페이지)

문화재단은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 향상, 문화정책 기획 및 콘텐츠 개발, 문화예술진흥 기금의 운영 및 확충, 민간협력사업과 문화사업 기획 및 운영, 문화시설 위탁 운영 등 체계적인 문화예술진흥에 주력해 종합적인 문화예술 지원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요소를 수집·활용해 지역민에게 적절하게 제공하는 전문적인 문화예술 집단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서 문화예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문화원은 전통예능 분야와 향토 예술 전승 및 보전에 따른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기구, 예울마루의 경우 여수시 문화예술 정책에 있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GS칼텍스가 10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예울마루’와 ‘장도 예술의 섬’은 GS칼텍스가 여수시에 기부채납 했으며 양측이 위‧수탁 협약을 통해 관리운영은 GS칼텍스재단이 맡고 있다.

금정구는 금정문화재단이 생활예술 영역, 금정문화회관이 전문예술 영역을 전문으로 수행한다.
 

▲ 금정문화재단 문화다양성 네트워크 ‘별별모임’ 역량강화 프로그램. (사진=금정문화재단 홈페이지)
▲ 금정문화재단 문화다양성 네트워크 ‘별별모임’ 역량강화 프로그램. (사진=금정문화재단 홈페이지)

출연금 ‘재단 안정적 운영’ 중요
재단 대표 선임, 공채가 바람직

강 관장은 지역민 수, 사업의 형태 및 종류 등에 따라 출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연금 규모가 영세한 일부 문화재단을 제외하면 초기 출연금 규모는 최소 10억 원 이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설립 후 5년 이내에 40억 원 이상의 출연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금 확보는 안정적 재단 운영과 출연금을 활용한 사업 외적 재단 수입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적정 출연금 확보는 이를 통한 이자수익, 재단의 안정적 운영과 직결되는 만큼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 및 조직의 규모 등 다양한 요인이 고려돼 설정돼야 한다고 했다.

부산 금정구‧진구, 대구 수성‧달서구, 서울 소재 문화재단 등 여수시와 비슷한 수준의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의 경우 설립 이후 5년 내 40~50억 원 정도의 출연금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강 관장은 출연금 수준은 지자체와 재단의 상황 여건을 고려해야 하지만, 초기 출연금 수준을 향후 5년간 유지해 50억 원 내외의 출연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문화재단의 안정적 운영에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했다.
 

▲ 지난 6월 28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의 ‘제5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사업 신청을 위한 최종보고회. (사진=여수시 제공)
▲ 지난 6월 28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의 ‘제5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사업 신청을 위한 최종보고회. (사진=여수시 제공)

강 관장은 또 문화재단 설립 이후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지자체의 지원과 문화예술 정책과의 상호협력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기초문화재단의 경우 지자체의 문화예술 정책과의 일관성 및 상호협력 관계 유지를 위해 이사장직은 비상근체제의 지자체장이 겸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전문성 확보를 위해 문화예술 전문가를 대표이사(상임)로 초빙해 재단을 대표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외부 민간 이사장을 초빙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초문화재단에서 단체장을 이사장으로 유지하는 것은 설립 초기 행정적‧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기존 문화예술 사업의 트렌드를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 장관은 문화예술재단이 실질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재단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상임) 체제를 접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재단이 지자체로부터 더욱 독립적으로 문화예술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선임은 공채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일정 규모 이상의 재단 사업비가 확보되면 기타 재단에서 사업성과를 창출한 검증된 전문가를 초빙해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 전남도, 목포시, 순천시, 담양군 문화재단 운영 사례. (자료=여수시장직 인수위 보고서)
▲ 전남도, 목포시, 순천시, 담양군 문화재단 운영 사례. (자료=여수시장직 인수위 보고서)

재단 인원은 최근 설립된 유사 문화재단을 봤을 때 15~20명 내외가 적절하다고 했다. 금정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기준 1사무처 3팀 4센터에 정원 8명과 기간제 인력 8명의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1년 전체 운영 예산 규모는 28~30억 원이며, 사업비는 약 15억 원(인건비 7억, 시설 운영‧관리비 8억) 수준이다.

여수시장직 인수위 보고서의 타 지자체 운영 사례를 보면 2006년 설립된 목포문화재단은 10개팀 35명에 연간 운영비 26억3200만 원, 2019년 설립된 순천문화재단은 4개팀 26명에 연간 운영비 26억2700만 원, 2014년 설립된 담양군문화재단은 4개팀 26명에 연간 운영비는 14억 원이다. 2009년 설립된 전라남도문화재단은 5개팀 31명, 연간 운영비 243억6800만 원이다.

초기 및 연간 출연금은 목포문화재단 1000만 원과 24억9000만 원, 순천문화재단 10억1000만 원과 18억5000만 원, 담양군문화재단 5000만 원과 7억 원, 전라남도문화재단은 3억 원과 22억9000만 원이다.
 

▲ 자료=서울 중구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 자료=서울 중구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재원 확보‧수익 모델 개발 등 중장기 방안 중요

강 관장은 문화회관 활성화를 통한 재원 확보와 다양한 수익 사업 모델 개발을 통한 재정자립도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문화재단과 마포문화재단은 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은 문화공연‧교육문화사업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사업을 통한 수입(약 25억 원)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마포문화재단은 공연‧전시‧축제 사업, 주민 생활문화 동아리 운영 및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전문 공연장인 아트센터와 스포츠센터, 문화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문화 돌봄 예술치유 사업과 지역 네트워크 구축 및 예술인 활동 지원 등의 사업도 진행한다.

강 관장은 장기적으로 타 지자체 아트센터 개념의 시설 운영이 필요하며 수준 높은 공연 유치, 지역민의 문화회관 이용 빈도 확대, 기업 개념의 문화회관 효율성 제고 등으로 수익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문화재단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확충된 재원이 다시 지역민의 문화예술 사업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제언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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