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대상지 선정서 고배…의지‧열의 부족?
“예견된 일…결국 사람과 운영의 문제”
광양, 3번째 도전 끝에 전남 유일 선정

▲ 지난 6월 여수시 문화도시 공모사업 최종보고회. (사진=여수시 제공)
▲ 지난 6월 여수시 문화도시 공모사업 최종보고회. (사진=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가 정부의 제5차 문화도시 예비사업 선정에서 4회 연속 탈락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8일 문화도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5차 문화도시의 예비사업 대상지를 선정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대상지는 ▲경북 경주시 ▲부산 수영구 ▲경남 진주시 ▲전남 광양시 ▲서울 성동구 ▲강원 속초시 ▲충북 충주시 ▲충남 홍성군 등 8곳이다.

이번에 진행된 제5차 문화도시 공모에는 A그룹 9곳, B그룹에 20곳 등 지자체 총 29곳이 지원했다. A그룹은 특별광역시와 자치구, 인구 100만 명 이상 특례시가 속한다. B그룹은 광역도와 시, 군 단위이다.

문체부는 제5차 문화도시 조성 계획 승인을 위해 문화·예술·관광 분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실무검토단’을 구성하고 서면 평가·현장 검토·최종 발표 평가를 진행했다.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예비도시로 1년간 사업(시 예산)을 추진하고, 그 과정을 평가해 법정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되는데 5년간 국비 100억 원(지방비 100억 원)의 사업비로 문화예술, 문화산업, 역사, 전통 등 지역의 특색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 광양시의 제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계획 요약본 일부 자료. (자료=문화체육관광부)
▲ 광양시의 제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계획 요약본 일부 자료. (자료=문화체육관광부)

그동안 3차례 연거푸 실패한 여수시는 지난 3월 각계 인사 16명으로 구성된 문화도시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4월에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도시의 문화를 책임지는 17개 핵심 부서장으로 구성된 ‘문화도시 추진 행정협의회’를 발족했다.

준비위는 문화도시의 비전과 방향을 구성하기 위해 시민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13차례의 시민 간담회, 5차례의 전문가 자문, 145회의 수기 공모, 500회가 넘는 시민의 SNS 응원챌린지도 이끌어냈다.

공모 신청을 앞두고 지난 6월 열린 최종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시는 ‘문화물결도시 여수’를 표방하며 총 4개 전략, 18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일상깨움, 시민감동, 문화항해, 도시물결 등 4가지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잃어버린 시민의 문화유전자를 깨워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지역민을 위한 문화 활동, 관광 중심이 아닌 여수 원형의 역사문화 자원을 재인식함으로써 시민이 먼저 감동하는 문화물결도시를 구현한다는 계획이었다.

분절돼 있는 공간과 사람을 잇는 리빙랩, 디자인을 통한 도시 브랜드 창출, 시간은행 시스템이 도입된 지역순환 문화플랫폼,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시민 창작, 네트워크 등의 내용도 담았다.
 

▲ 경주시 제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계획 종합구상도 요약본 일부 자료. (자료=문화체육관광부)
▲ 경주시 제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계획 종합구상도 요약본 일부 자료. (자료=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여수시는 2019년 제2차 문화도시 예비 사업지 선정부터 4회 연속 고배를 마셨다.

향후 여수시는 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재도전이 사실상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18년 시작된 문체부의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지난해 제4차 (예비)문화도시 지정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1차를 연장했다. 다만 현 정부가 새로운 문화도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여수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번에는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탈락해 안타깝다”며 “문화재단, 문화도시지원센터 등 전문 기관과 인력이 부재하다보니 심사위원들이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예견된 일이었다. 여수시 의지‧열의 부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던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못지않게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사람과 운영의 문제라고 본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대부분 지자체의 문화재단이나 문화도시센터가 추진하는데 이번에 선정된 8곳 모두 문화재단 또는 문화도시센터가 추진했다.
 

▲ 부산 수영구의 제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계획 요약본 일부 자료. (자료=문화체육관광부)
▲ 부산 수영구의 제5차 예비문화도시 조성계획 요약본 일부 자료. (자료=문화체육관광부)

여수시는 올해 예비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문화도시센터 조직‧운영, 지역문화자원 실태조사 아카이빙 제작, 문화 공간 네트워크 구성 홍보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지난해 관련 예산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20% 정도만 반영돼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시는 또 지난해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조사 용역비 4000만 원을 편성했으나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됐다.

두 차례 실패한 끝에 이번에 선정된 광양시는 탈락 원인 등을 철저히 분석해 재도전에 나섰다. 광양시는 광양항만의 문화적 재해석과 영·호남 경계에 위치해 정체성 회복을 통해 ‘동행하는 시민, 교류하는 미래 문화교역도시 광양’ 비전을 표방했다. 특성화 사업인 문화 교역항을 비롯해 4개 분야 20개 사업의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해 공모를 신청했다.

부산 수영구는 ‘골목에서 바다로! 누구에게나 문화도시 수영’을 추구한다. 지역 주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10분 내 문화권’을 만드는 게 목표다. 수영구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특성화 사업으로 광역 자치구형 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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