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감서 “전문기관‧인력 부재…차별화된 전략 필요”
기획행정위 문화재단 타당성 용역 예산 또 삭감 ‘이율배반적’
시, 내년 초 재도전 여부 결정…추경에 용역비 반영 노력
“굳이 용역 왜 해, 예산‧시간 낭비…언제까지 논의만 한심”

▲ 여수시가 2025년 문화예술재단 출범을 목표로 전국 문화재단 5개소를 방문해 벤치마킹에 나섰다. (사진=여수시 제공)
▲ 여수시는 지난달 2025년 문화예술재단 출범을 목표로 전국 문화재단 5개소를 방문해 벤치마킹했다. (사진=여수시 제공)

‘문화도시’ 지정에 도전한 여수시가 4회 연속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 여수시의회가 전략 부재라고 비판하면서 치밀한 전략과 실행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그런데 시의회는 정작 여수시 문화예술 컨트롤타워와 행정과 주민의 가교역할을 할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용역비를 전액 삭감했다. 특히 문화재단과 문화도시센터 등은 문화도시 지정을 받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는데 관련 예산을 또다시 삭감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까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24개 지자체 중 문화재단이나 문화도시센터를 갖추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될 것으로 예상됐던 문화도시 사업이 정부가 내년에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여수시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던 ‘문화재단‧문화도시센터’ 설립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내년에도 문화도시 지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여수시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올해 1억 33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나의 문화도시 우리의 문화도시를 여수다(기대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도시 조성 공모에 나섰다.

지난해 행사운영비 1500만 원을 편성했던 시는 올해 각계인사 16명으로 문화도시준비위원회와 17개 핵심 부서로 구성된 문화도시추진행정협의회를 발족했다. 올해 사무관리비 8300만 원, 연구 용역비 5000만 원 등 예산도 대폭 증액했다.

그러나 올해도 고배를 마시면서 문화도시 예비사업 선정에서 4회 연속 탈락했다.
 

▲ 지난 8월 19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여수문화예술의 전개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부산금정문화회관 관장이 ‘여수문화예술재단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 8월 19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여수문화예술의 전개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부산금정문화회관 관장이 ‘여수문화예술재단 설립과 운영방안’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는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타 지자체의 경우 문화재단이나 문화도시센터가 추진하는데 비해 우리시의 경우 전문기관과 인력 부재로 시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탈락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인근 지자체처럼 차별화된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는 등 치밀한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시의회 기획행정위는 시가 내년 본예산에 편성한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비 6000만 원을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는 그간 문화재단과 도시문화센터와 관련해 몇 차례 제동을 건 바 있다.

일차적으로 여수시가 시의회를 설득할 만큼 준비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의회 또한 내년에도 탈락할 경우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화도시 지정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역량의 한계를 보이고 있어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문화재단 설립은 시대적 요구인데 여수는 많이 늦었다”며 “설립 타당성은 이미 확보돼 있고, 당위성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용역에 매달릴 필요 없이 곧바로 설립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용역은 시행착오를 줄여보자고 하는 것인데, 다른 지자체의 문화재단 설립 과정을 벤치마킹 하든지 하면 충분히 자체적으로 타당성 근거를 만들 수 있다. 용역을 굳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논의만 하고 앉아 있을 것인지 한심스럽다. 세금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2 여수 문화재 야행. (사진=여수시)
2022 여수 문화재 야행. (사진=여수시)

이에 대해 여수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내년 초에나 재도전 여부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단 설립 용역비 삭감과 관련해서는 “내년 추경에 예산이 세워질 수 있도록 시의회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과 주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자 진행하는 사업이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5년 동안 최대 국비 100억 원, 지방비 100억 원 등 총 200억 원을 지원한다.

문체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제1차 문화도시 7곳, 제2차 문화도시 5곳, 제3차 문화도시 6곳, 제4차 문화도시 6곳 등 총 24곳을 지정했다.

문화도시 지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법정 문화도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으나 최근 정부가 다시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문체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지역중심 문화균형발전’ 선도 사업으로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 권역별 선도도시와 인근 도시 연계망을 강화한 ‘대한민국 문화도시’ 추진 방향(오른쪽). (자료=문화체육관광부)
▲ 권역별 선도도시와 인근 도시 연계망을 강화한 ‘대한민국 문화도시’ 추진 방향(오른쪽). (자료=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은 국내 대표 문화도시 7곳 내외를 권역별 선도 도시로 지정하고 인근 도시 간 연계망을 강화해 문화균형발전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권(인천, 대전, 부산, 대구, 광주), 경기권, 충청권, 강원권, 경상권, 전라권, 제주권 등 7개 권역으로 구분해 내년 권역별 1곳 내외를 지정할 예정이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예비사업을 1년간 추진한 후 2025년부터 3년간 국비 50억~100억 원, 지방비 50억~100억 원 등 총 100억~200억 원을 지원한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을 원하는 지자체는 문체부 공고에 따라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해 내년 10월까지 공모 신청을 하면 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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