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변했다고 시민이 합의한 약속 파기, 향후 시민적 합의는 정치적 목적으로 전락 우려
25년동안 약속 지키지 않은 것은 정치인들…자신의 정치적 계산속에 시민들 갈라치기
전국 최초의 3여통합, 지역사회 에너지로 지역 미래 견인차 역할

전남 여수시가 본청사와 여서청사를 복원하는 양청사 운영을 사실상 확정하고 추진에 나섰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양청사 운영을 전제로 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용역 자체가 통합청사 신축, 별관 증축, 여서청사 복원 등을 놓고 시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 추진으로 또 다시 지역 갈등 우려로 번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역 정치권까지 갈등에 배를 뛰우면 걷잡을 수 없는 지역이 갈라지는 형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1개 선거구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하면 양청사 운영은 여수시 미래와 시민의 눈높이보다는 정치권의 이해득실로 끝날 공산이 크다. 본지는 통합청사의 의미와 양청사 운영계획에 문제점을 몇차례 짚어본다.

▲1997년 9월 5일 주민의견조사를 앞두고 3여시장, 군수였던 김광현 여수시장(왼쪽) 정채호 여천시장(가운데), 주승용 여천군수(오른쪽)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여수시의회사)
▲1997년 9월 5일 주민의견조사를 앞두고 3여시장, 군수였던 김광현 여수시장(왼쪽) 정채호 여천시장(가운데), 주승용 여천군수(오른쪽)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여수시의회사)

●최초 3여통합 논의는 1983년 여수상공회의소 제기

최초의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을 하나로 묶는 여수지역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1983년 1월 여수상공회의소가 여수시와 당시 여천지구출장소의 통합 당위성에 대한 조사 용역을 한 뒤 제기됐다.

그러나 여수시의 일방적인 추진에 여천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년 후 1994년 2월 정부와 여당은 당정회의를 통해 1995년 1년 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인구 10만 명 미만의 33개 소도시를 인근 군과 통합하는 도농통합의 시군 통합을 논의한다. 여수반도는 당초 내무부에 여천시와 여천군의 통합 안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수시는 인구 10만 명이 넘어 정부 안에서는 제외됐었다. 하지만 이 안에 여수시가 반대하고 여수시가 포함된 통합 안을 조정했다.

이 통합안은 여수반도의 3개 행정구역을 2개로 조정하는 것으로 여수반도 대통합의 취지에 한걸음 후퇴한 통합 안이었다. 여수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결국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을 하나로 묶는 여수지역 행정구역 통합의 과정은 4차에 걸친 주민의견조사 끝에 통합에 성공했다.

전국 최초의 주민 발의에 의한 주민 투표 끝에 결실을 보게 된다. 1994년 3월부터 1997년 9월까지 3년 6개월에 걸쳐 싶지 않은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지역의 이견을 한데 모아 지역공동체의 대승적 결단으로 상사 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천시와 여천군의 정치권과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반대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수가 많은 여수시에 흡수 통합된다는 위기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극심하면서 지역 갈등의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3년 6개월 걸친 통합 논의 끝에 통합 여수시 출범

지역 갈등은 통합 후 25년이 지난 현재로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불씨로 남아있다. 당시 여천시는 여수산단의 영향으로 재정 자립도가 높은 도시였다. 이에 반해 여수시는 정부 안대로 통합이 될 경우 여수시만 별도로 남을 수 있다는 또 다른 위기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여수시는 여천시와 여천군 지역민에게 흡수통합 우려를 불식 시킬 수 있는 제안을 하게 된다. 바로 3여통합을 위한 3개시군 6개 이행사항이다. 3여통합을 위한 여수시의 양보안이다. 

▲1994년 4월 19일 3여통합범시민추진위원회와 여수시의회 '행정구역통합특별위원회'가 당시 송재구 전남도 부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3여통합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작성해 제출한 '3여통합을 위한 여수시 양보안.. 6개항 약속이행 사항(사진=여수시의회사). 
▲1994년 4월 19일 3여통합범시민추진위원회와 여수시의회 '행정구역통합특별위원회'가 당시 송재구 전남도 부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3여통합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작성해 제출한 '3여통합을 위한 여수시 양보안.. 6개항 약속이행 사항(사진=여수시의회사). 

1994년 4월 3여통합범시민추진위원회와 여수시의회가 송재구 전남도 부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 사항을 제출했다.

●구여수시 6개항 이행사항 약속 내밀어 

1항=통합시청의 위치는 현 여천시청으로 한다. 2항=통합시의회 의원정수는 현 여수시의회 의원정수를 조정해 현 여천시군의회 의원 정수와 동수가 되도록 한다. 3항=여수상공회의소는 여천시로 이전하도록 추진한다. 4항=공공기관 및 사회단체도 여천시로 이전토록 한다. 5항=도서 및 농촌지역의 예산을 현 수준보다 더 증액하여 배정하고 통합으로 인하 절감 예산은 전액 여천군에 투자한다. 6항=기타 지역현안(사회단체장 등)은 여천군.여천시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제시한다.

이후 다시 3여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결국 1997년 9월 5일 김광현 여수시장과 정채호 여천시장, 주승용 여천군수는 3여통합 주민의견조사를 앞두고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다. 그해 9월 9일 주민의견조사 결과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온다. 전체 조사대상인수 22만1484명 중 10만397명으로 45.3% 참여율 가운데 찬성 8만6676명으로 86.3%의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1997년 4월 3여통합 주민의견조사 개표가 이뤄지고 있다. 개표 결과 전체 10만387명 45.5%의 참여로 8만6676명이 찬성해 86.3%의 입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사진=여수시의회사)
▲1997년 4월 3여통합 주민의견조사 개표가 이뤄지고 있다. 개표 결과 전체 10만387명 45.5%의 참여로 8만6676명이 찬성해 86.3%의 입도적인 찬성률을 보였다. (사진=여수시의회사)

●1997년 9월 9일 주민의견조사 결과 86.3% 압도적 찬성, 1998년 4월 1일 통합 여수시 개청

이후 3개시군은 대통령령을 거쳐 1998년 4월 1일 통합 여수시로 개청됐다. 통합여수시장은 김광현 시장이 2개월 동안 임기를 대행했다. 개청 행사는 6개항에 따라 구 여천시 청사에서 진행됐다. 통합여수시가 발족됨에 따라 여수시는 전남 제1의 도시이자 남해안 거점 도시로 부상하게 된다. 여수시는 여수읍에서 승격된지 49년 만에 여천군은 여수군에서 여천군으로 개명된 지 49년만에, 여천시는 신설된 지 12년 만에 여수반도에는 여수시라는 하나의 행정구역이 새로이 출범하게 됐다.

통합 여수시가 출범 후 여수시는 새로운 도약을 하면서 통합의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통합으로 인해 여수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도시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어 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통해 1000만 관광객 방문 시대를 열어 변방의 여수가 일약 세계적인 ‘해양관광 도시’로 발돋움했다. 전국적인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면서 여수시의 미래 발전 방향과 시민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사회적 에너지로 승화된 것이다.

▲1998년 4월 1일 통합 여수시 개청식이 현 여수시청인 구 여천시청에서 열렸다. (사진=여수시의회사)
▲1998년 4월 1일 통합 여수시 개청식이 현 여수시청인 구 여천시청에서 열렸다. (사진=여수시의회사)

●3여통합은 여수시 미래 발전의 견인차 역할, 6개 이행사항 약속,  시간 변해도 지켜져야, 정치인이 25년동안 자신의 정치 이해관계로 지키지 않아

3여통합을 이루지 못했다면 여수시의 발전의 현재와 미래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월이 지났고 환경이 변했다는 이유를 들어 3여통합 약속이행을 지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또 다시 지역 갈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여통합 당시 구 여수시권이 먼저 6개항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3여통합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일부 시민은 “3여통합은 여수시민의 자존심이고 여수 발전을 위한 초석이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6개항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만약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앞으로 지역 사회의 시민적 합의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종호 기자 newstop21@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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