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판매량 '전국 1위'...어민들 한숨만
여수시 수산정책, 여수산단·관광에 밀려 '뒷전'
경기침체·코로나19·환경오염·자연재해...일본 오염수 방류까지

"수산도시 여수가 위태롭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민들의 바다였던 여수 수산업계가 해양오염, 자연재해, 경기침체, 코로나19 등 시대적 변화로 인해 어획량과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7월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앞두고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 수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일시적 대안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다 효과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뉴스탑전남>은 여수 수산업의 현실과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와 대책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1일 여수 중앙동 선어 수산시장 새벽. 최근 한창 활기를 찾아야 할 시장이 거래를 위한 발걸음이 끊어져 활기를 찾을 수 없다. (사진=김 수 기자)
▲지난 1일 여수 중앙동 선어 수산시장 새벽. 최근 한창 활기를 찾아야 할 시장이 거래를 위한 발걸음이 끊어져 활기를 찾을 수 없다. (사진=김 수 기자)

『수산도시 여수, 옛 명성 다시 찾아야』

전남 여수는 어업생산량·판매량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인 ‘수산도시’에 걸맞은 결과지만 정작 여수 수산업계는 위기에 놓여 있다.

여수산단과 관광정책 현안에 밀려 외면받고 있는 수산업의 위기는 여수의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행정, 여수산단과 관광에만 집중◆

바다를 끼고 있는 여수는 100여 년 전 여수항이 생기면서 수산업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개항 직후 여수 전체 가구의 40%가 수산업에 종사했고 수산업을 통한 수입은 여수 전체 소득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현재 여수의 수산업은 정치와 행정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

수산업의 시작인 1차 생산자 어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매년 늘어나는 적조 현상과 저수온 피해 등과 같은 자연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수산업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소홀해지기 시작한 건 여수국가산단이 자리하고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수산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수국가산단은 1967년 2월 여천공업기지로 시작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200여 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주로 정유, 석유화학, 비료 등 화확섬유 관련 업종으로 구축돼 있고 연간 75조원(2022년 기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 2012여수세계엑스포를 시작으로 여수는 해양관광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최근 3년간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약 7500만 명(KT 빅데이터 자료)으로 집계됐다.

여수시에 등록된 어선은 총 3554척(2022.12.31.기준)으로 어민은 7115 어가에 1만 2480명이 어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양식어류는 약 7432만 미로 확인됐다. (참고: 어업을 생계로 하는 어민의 수는 통계자료가 부족해 여수시 자료 일부만 인용했다.)

여수시는 연간 75조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여수산단 내 안전과 편익 그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섬 박람회 개최와 다양한 기획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 여수시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수산인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여수국가산단의 생산실적은 48조 860억원이며 같은 해 수산물 판매금은 1910억원으로 국가산단 생산실적의 약 0.4%를 차지한다.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없지만 여수국가산단이 전국적인 규모임을 감안할 때 수산물 어획고는 지역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또 인근 순천시의 2020년 수출실적이 2430여 억원에 불과해 1910억원에 달하는 여수 수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자료=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
▲자료=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

『여수가 수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어업생산량·어업생산금액 '전국 1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어업생산량은 360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6% 감소, 어업생산금액은 9조 2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국내 어업의 종류로 ▲연근해어업 ▲원양어업 ▲해면양식업 ▲내수면어업 등이 있다. 어업 종류에 따라 어업생산량, 생산금액의 증감 원인이 다르다.

연근해·원양어업은 어군형성 부진, 채산성 악화로 인한 조업축소, 어획(자원)량 감소, 가격하락 등이 원인이며 특히 오징어류, 참조기, 갈치, 젓새우류, 꽃게 등 2.7%의 감소세를 보였다.

해면양식업은 양식작황 부진, 출하가능 물량 부족 등으로 5.6% 감소했다. 반면 내수면어업은 입식량 증가, 양식업체 증가로 생산량이 증가했다.

▲자료=통계청, 주요 시·도별 어업생산량 (기타: 울산, 충북, 세종, 대전, 대구, 광주)
▲자료=통계청, 주요 시·도별 어업생산량 (기타: 울산, 충북, 세종, 대전, 대구, 광주)

전국 어획량·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전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에서도 여수가 어획량·판매량 전국 1위(2022년 수협중앙회기준)를 차지했다.

어업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남(58.3%), 경남(16.5%), 부산(7.9%), 충남(4.4%), 경북(3.4%), 제주(2.5%), 전북(2.5%)으로 전남이 가장 높다. 하지만 국내 어획량이 매년 감소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여수를 대표하는 10미(味) 중 9가지 음식이 수산물이다. (사진=여수시)
▲여수를 대표하는 10미(味) 중 9가지 음식이 수산물이다. (사진=여수시)

◆해양관광도시 여수, 10미 중 수산이 9가지◆

여수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이후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약 7500만 명의 관광객이 여수를 찾았다.

하루 2만 7000여 명이 방문하는 ‘해양관광도시 여수’ 코로나19 이후 여수 관광지점 입장객 수는 ▲비수기 주말 평균 7~8만여 명 ▲성수기 주말 12만여 명이다.

시에 따르면 ▲2020년 872만 7000여 명 ▲2021년 977만 3700여 명 ▲2022년 1209만 8700여 명으로 최근 3년간 3060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KT 빅데이터(통신사 빅데이터 기반)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2336만여 명 ▲2021년 2430만여 명 ▲2022년 2710만여 명으로 최근 3년간 7477만 5000여 명으로 분석됐다.

여수시와 KT의 자료가 상이한 이유는 집계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관광객이 관광지점을 방문해야만 통계에 반영이 되는 방식이며, KT는 기지국 기준으로 방문 여부를 반영하게 돼 있다.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가 먹거리다. 연간 20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여수를 대표하는 10미(味)는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한정식 ▲갯장어회·갯장어 샤브샤브 ▲굴구이 ▲장어구이·장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브샤브 ▲전어회·전어구이가 있다.

10미(味) 중 9가지 음식이 수산물이다. 이렇듯 관광과 수산은 함께 상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형성돼 있다. 수산업이 죽으면 관광도 힘들어진다.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여수의 바다. (사진=김 수 기자)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여수의 바다. (사진=김 수 기자)

『어민들의 외침』

여수시와 통계청 자료로 확인할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현실에서 수산인들이 체감하는 경기침체와 정치·행정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근해안강망 선주 "평생을 바다에서 파도와 맞서 싸우며 일했고 어획량이 많아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해왔지만 지금은 해양오염이 기본이고 기름값, 인건비, TAC(연간총허용어획량), 금어기 등 여러 가지 규제와 어획량 저조로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다"며 "(여수시가)적어도 기름값과 인건비에 대한 보조를 해줘야 어민들이 살지 이대로는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이어 "선원 급여의 경우 내국인은 5-600만원이 기본이고 외국인도 경험이 1년 이상이면 적어도 300만원은 줘야 채용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줘도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어선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중앙 선어 시장(중매인) "요즘은 서대와 양태가 많이 잡히고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경기가 너무 안 좋아 판매량이 떨어졌다"며 "코로나19 이후부터 활어도 선어도 사람들이 사먹지 않고 나이든 사람이나 시장에 오지, 젊은 사람은 마트를 이용해 장사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용 (중앙동 선어 수산시장 경매사) "기상 악화로 조업을 많이 못 나가서 오늘 물량이 다른 날에 비해 저조하다.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조업에 필요한 어선도 사람도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물량도 예전처럼 잡히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더 이상 시장을 찾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 새벽에 잠 안 자고 나와서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활기차요, 근데 이 모습이 싹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김  수 기자 오지선 기자 newstop23@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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