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직매장 논란에도 시비 2억 지원 ‘승인’
시 담당과장 “직매장 3곳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농협·시, 지역 상권과 상생 방안 마련 나서야”

지난 17일 열린 제159회 여수시의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에서는 농협이 내년에 개점을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대해 시비 2억원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함께 지역 농가들의 실질적인 소득과 현 직매장의 운영 등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여수시의 로컬푸드 직매장 시비 2억원 지원안에 대해 찬반 논의 끝에 통과시켰다.

박옥심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제159회 여수시의회 본회의 2015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보고에서 “로컬푸드 직매장 육성 지원 사업의 경우 인근 상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전액 삭감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상임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내년에 한해 지원하되 추후에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몰린 인근 지역 상권에 대한 대책 마련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예결특위에서 시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에 나선 여수시농업기술센터 특산품육성과 정운섭 과장은 “진정한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주민이 소비하는 것인데 현재는 진정한 로컬푸드는 아니다. 이는 여수뿐만 아니라 타 지역도 마찬가지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과일 등을 외지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순수 지역 농산물은 30~40% 내외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여수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1일 매출액 2500만원 중 지역 농가의 수익은 얼마인지에 대한 질의에 “거래액으로 환산할 때 20%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 제159회 여수시의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모습.

김유화 의원은 “현재도 이런 상황인데 직매장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냐”며 “내부시설 설치비 2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예산 말고도 생산 농가 지원 등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며 “시스템이 안정된 이후에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시민 반응이 좋다. 그리고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시민 모두에게 이익이다. 다만 골목상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3곳 이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미평동의 직매장은 미평 주민들뿐만 아니라 둔덕, 구 여천, 여문지구, 신월동, 봉계동 주민 등이 이용하면서 빨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매장 확대보다 이마트·롯데마트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대해 정 과장은 “농협의 로컬푸드는 지역 농가들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납품이 가능하지만 이들이 대형마트에 입점하기는 쉽지 않다”며 “2~3년 후에는 (직매장이)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창곤 의원은 “(미평동에)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선 이후 미평·둔덕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마을에서 농산물을 재배해 직접 판매하고 있는 주민이나 마트, 정육점 등 상인들이 아우성이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농협은 시 금고로서 오히려 사회공헌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상권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시와 농협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 의원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직거래 유통망을 구축하는 게 로컬푸드”라며 “본래 목적대로라면 지역 농산물로 채워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보면 엄청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주변 상인들은 로컬푸드가 들어선 이후 장사가 아예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며 “상권이 무너지고 있고, 농협이 시가 도와줘야할 만큼 어려운 곳도 아닌데 시비를 지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지금의 모습대로라면 대형마트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90억원의 매출을 올릴 때 다른 지역의 매출은 90억원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동네 상권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오홍우 의원은 “대형마트의 소채류 납품 수수료가 30~35%, 공산품은 23~30% 수준인 반면 로컬푸드 직매장 수수료는 7~10% 수준이다”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여수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수수료는 10%로 알려지고 있다.

오 의원은 “로컬푸드는 생산 농가에 도움이 되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타지의 농산물을 팔고, 소규모의 상권이 깨지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산물을 농협 자체에서 조달하는지, 개인 유통업자가 생산자를 등에 업고 조달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산 농가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이 소수의 유통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 농가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고 납품한다는 로컬푸드의 기본 취지를 벗어나 유통업자 명의로 납품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 하진 의원은 “지역에는 시설을 갖춘 농가가 별로 없다보니 겨울철에 직매장에 납품할 농산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 2억원은 농가의 시설 기반 마련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여수농협은 지역의 특성상 다양한 작물 생산이 어려워 구색을 갖추기가 쉽지 않고, 시설하우스 등이 부족해 연중 생산을 통한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 의원은 특히 “완주군의 로컬푸드 성공은 직매장 개장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민·관의 헌신적인 노력, 교육을 통한 농가조직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영세 소농들의 협력을 끌어내 다품목 소량생산체계로 지역농업을 바꾸는 작업을 농협과 시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은 이와 함께 로컬푸드 직매장 외 지역 농산물을 농민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직판장 등 다양한 유통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지역 상인들의 반발 여론에도 시비 2억원 지원을 승인하면서 인근 상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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