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를 읽으며 충무공을 찾아 나서다 6

“선전관 박진정과 선전관 영산령 예윤이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함께 왔다. 그들에게서 피란 중에 계신 임금의 사정과 명나라 군사들의 하는 짓을 전해 들으니 참으로 통탄스러웠다. 나는 우수사 이억기의 배에 옮겨 타고 선전관과 이야기하면서 술을 두어 잔 나누었다. 그런데 경상우수사 원균이 나타나서 술주정을 하므로, 배 안의 모든 장병들 중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망측한 꼴은 입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계사년(1593년) 5월 14일 일기다. 나라와 임금에 대한 걱정과 함께, 사람답지 않은 지도자를 향한 장군의 통탄이 아프게 다가온다.

▲ 진남관 여수시 동문로 11번지에 위치한 진남관은 임진왜란 때 삼도 수군통제영으로 사용된 조선수군의 중심 기지였다. ⓒ 정승화

경상우수사 원균은 전란 초기에 왜군의 기세에 놀라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퇴각함으로써 경상도 일대의 방어망을 붕괴시켰고,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한 전란 말기에는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당하는 등 두 차례의 결정적 패전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 자가 와서 장군에게 술주정을 한다. 원균도 원균이지만, 그런 자에게 군사권을 맡긴 자들의 술주정이 더욱 가증스럽다.

최근 우리의 상황은 리더십의 부재가 가져온 참극이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 텔레비전 토론을 지켜보고, 후보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곱씹으면, “그 망측한 꼴은 입으로 말할 수가 없”다. 술주정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리는 것 같다. 걱정이다.

(여수충무고 학생동아리 ‘이순신연구소’ 박인화, 홍지원, 송서연, 김윤식, 정승화, 서지희. 대표집필 정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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