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마을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 환경이 경악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바다로 유입된 축산 분뇨로 인해 갯벌이 시커매지고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집 바로 옆에 분뇨 쌓여 악취 진동…“도저히 못 살겠다”
운영비 빠듯해 시설·환경 개선 엄두 못 내…대책 시급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간 축사 분뇨 악취와 주변 공장에서 뿜어내는 대기오염물질 등으로 심각한 환경·건강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국립환경과학원에 실태조사와 종합적인 환경오염 대책 마련을 촉구해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가축 분뇨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검게 변한 갯벌이 썩고 악취가 진동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정화처리시설에서 방류수가 유입되는 지점의 갯벌이 검게 변해 악취가 진동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마재일 기자가 방류수가 유입돼 검게 변해 악취가 진동하는 갯벌의 웅덩이를 삽으로 젓고 있다. (사진=경광민)
▲ 마재일 기자가 방류수가 유입되는 지점의 갯벌을 삽으로 파고 있다. (사진=경광민)

24일 주민들과 여수시에 따르면 돼지 18농가 7000두, 닭 2농가 3500두, 소 1농가 50두를 사육하고 있는 도성마을은 분뇨·정화처리시설에서 활성탄과 약품 처리를 통해 분뇨(똥과 오줌)를 퇴비로 만들거나 정화시설을 거쳐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생기는 분뇨는 폐기물로 보느냐, 퇴비로 보느냐에 따라 처리방식이 달라지는데 ‘폐기물’은 해양에 투기하거나 방류수 기준으로 정화하는 ‘정화방식’으로, ‘퇴비’는 비료로 활용하도록 처리하는 ‘자원화 방식’을 쓴다. 해양 투기 방식은 ‘폐기물 배출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런던의정서)’에 따라 정부는 2012년부터 가축분뇨 및 하수오니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도성마을의 경우 똥은 건조해서 퇴비로, 오줌은 정화해 바다로 내보낸다.

그러나 지난 6일과 17일, 21일 마을 축사 현장을 둘러보니 정화처리시설에서 방류수가 유입되는 지점의 갯벌이 검게 변해 악취가 진동했다. 정화처리시설 주위 웅덩이에 고인 분뇨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분뇨가 돌처럼 굳어져 갈라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은 물은 갯벌의 골을 따라 흘렀으며 세제를 풀어 놓은 듯 하얀 거품이 발생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옛 처리시설에도 분뇨와 바닷물이 섞여 검은 이끼와 물이 고여 있었다. 삽으로 갯벌을 파보니 검게 썩었고 심한 악취가 났다.

▲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옛 분뇨처리시설에도 분뇨와 바닷물이 섞여 검은 이끼와 물이 고여 있었다. 사진=마재일 기자)
▲ 도성마을 모습. (드론=심선오 기자)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열악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민이 사는 집 벽을 따라 설치된 관로에 수북이 쌓인 검은 분뇨는 취재진을 경악케 했다. 분뇨를 삽으로 떠내자 침전물이 드러났고 악취가 진동했다. 이 집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악취를 막아 보겠다며 가림막도 설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분뇨가 쌓인 관로가 막혀 비가 많이 올 때면 분뇨가 섞인 빗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며 이곳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을이 아니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막힌 하수구로 인해 분뇨가 섞인 비가 역류해 심한 악취로 고통을 당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농가 사이로 난 도로 아래 시멘트 콘크리트 관로에는 처리시설로 흘러가지 않은 분뇨가 쌓여 있었다.

▲ 마재일 기자가 주민이 거주하는 집 벽 옆에 고여 있는 축산 분뇨를 삽으로 젓자 악취가 진동했다. (사진=김민준)

주민 B씨는 “비가 올 때면 외지인들이 운영하는 축산농가에서 분뇨가 도로로 흘러 나와 악취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밤에 축사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집안까지 들어오는 악취 때문에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했다. 일부 다른 주민들도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달고 산다.

주민 C씨는 “예전 주민 대다수가 축산업에 종사할 때에는 분뇨 중 똥은 말리고 오줌은 정화조를 통해 깨끗하게 걸러냈다. 빗물에 분뇨가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등 냄새가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축사를 외지인들이 운영하고부터는 약을 쳐서 물처럼 변한 똥을 고무호스를 대고 무차별적으로 씻어 방류한다”고 했다. 실제로 축사를 청소한 물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도로로 흘러나오거나 방류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 축사를 청소한 물이 도로로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축산 농가 사이로 난 도로 아래 시멘트 콘크리트 관로에는 처리시설로 흘러가지 않은 분뇨가 쌓여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은 또 외지인이 운영하는 축산농가가 죽은 돼지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퇴비와 섞어 비닐로 덮어 놓는다고 했다. 주민 D씨는 “죽은 돼지를 분뇨와 함께 비닐로 덮어 놔 썩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며 “근로자 대부분이 네팔 등 이주노동자라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등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여수시가 이곳에서 키우는 돼지가 7000두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만두가 훨씬 넘을 것이라고 했다. 사육 가축 현황을 거짓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어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민 E씨는 “주민들이 무슨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창문 좀 열어 놓고 냄새 안 나는 집에서 사는 것이 소원이다”고 말했다. 주민 F씨는 “악취 때문에 결혼한 아들과 딸 가족이 명절 때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설과 환경 개선 등 도성마을 축산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시설 운영비마저도 빠듯한 탓에 손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 정화처리시설 주위 웅덩이에 고인 분뇨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분뇨가 돌처럼 굳어져 갈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정화처리시설 주위 웅덩이에 고인 분뇨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분뇨가 돌처럼 굳어져 갈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마재일 기자)

분뇨·정화처리시설의 경우 주민들이 운영하는 축산농가로 구성된 도성양돈영농조합법인에서 관리·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민이 운영하는 축산농가는 5곳에 불과해 전기세와 인건비 등 매월 평균 500여만 원의 시설 관리운영비를 감당하기에 벅찬 실정이다.

정화처리시설은 지은 지 20년 가까이 돼 노후화해 시설이 고장이라도 나면 적자가 나는 등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검게 변한 갯벌을 준설하려고 해도 마을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한센인 마을이라는 이유 등으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도성마을에 있는 ㈜농원비료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국비 등 49억 원이 투입되는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은 가축분뇨를 농업용 액체비료와 퇴비로 만든다. 분뇨 수집부터 운반, 투입, 가공, 반출까지 공정이 밀폐시설에서 진행돼 악취 감소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할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과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옛 분뇨처리시설에도 분뇨와 바닷물이 섞여 검은 이끼와 물이 고여 있었다. 사진=마재일 기자)
▲방류수가 유입되는 지점의 갯벌. (사진=마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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