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침해·경관 훼손 vs 재산권 ‘충돌’
학생‧학부모 반대…여수시에 불허 요청
여수시 “심도 논의 후 종합적으로 판단”
수차례 재심의 끝에 경관위 조건부 통과
일부 위원 “나 홀로 건축물” 경관 훼손

여수고등학교 옆에 13층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 부지 위치(노란색원 안). (사진=뉴스탑전남)
여수고등학교 옆에 13층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 부지 위치(노란색원 안). (사진=뉴스탑전남)

전남 여수시 한 고등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이 학교 옆에 추진되는 공동주택 신축과 관련해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부지는 2019년 호스텔(hostel) 건립이 추진됐으나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로 중단된 바 있다. (관련기사 : 여수고 인접 관광숙박업소…학교·학부모 “교육 환경 침해” 반발

4일 여수시와 학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건축주는 지난 6월 11일 여수고등학교 옆 여수시 수정동 404-2번지 외 1필지에 연면적 2398㎡,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22세대)의 공동주택에 대한 건축허가를 시에 신청했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축 건물이 들어설 부지가 학교 경계선과는 0m로 맞닿아 있어 공사가 시작되면 각종 소음과 진동, 분진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면학 분위기 저해 등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수고등학교 학부모회는 지난달 30일 학부모와 학생, 동문, 지역 주민 등 3054명의 서명을 받아 여수시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학교 옆 공동주택 신축허가 반대’를 외치며 허가 불허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미란 여수고 학부모회장 외 35명은 진정서를 통해 “학교와 0m 거리에 13층 높이로 건축 예정인 공동주택과 관련해 공사 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학교보건‧위생을 비롯해 조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여수시에 공사 불허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수시는 신청된 건축물의 배치 방향, 창호 위치 등을 검토한 결과 건축물의 거실 창 등 전면이 바다를 조망하고 있고 학교 방향으로 계단실, 주방 창호 등이 설치돼 직접적인 조망권 저해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했다.

이들은 “공동주택 허가 장소는 학교와 0m 거리로 공동주택 건설 시에 소음‧분진도 문제지만 완공 후 입주했을 때 주택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및 음식물 냄새 등으로 보건위생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해당 부지는 학교 경계선과 0m이며, 학교 본관과 별관, 매점과 급식실과의 거리가 가깝게는 수 미터, 멀게는 십 수 미터에 불과하다.
 

여수고등학교 옆에 13층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 부지 위치(노란색원 안). (사진=뉴스탑전남)
여수고등학교 옆에 13층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 부지 위치(노란색원 안). (사진=뉴스탑전남)

 특히 13층 규모의 공동주택은 장기적으로 학교의 학습권과 면학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애물단지가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교 담장을 따라서 고층 건물이 난립하는 길을 여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건물 그림자가 본관 주변을 완전히 덮는 등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등 환경적인 저해 요인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허가 불허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조미란 여수고 학부모회장은 “학교가 성역은 아니지만, 미래세대가 꿈을 가꾸어 가는 곳이고, 전라좌수영의 동장대 누각이 있었던 그 자리는 더더욱 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종 여수고 교장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 이상 재산권 행사에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교 바로 옆에 짓게 되면 조망 저해나 공사 중 소음과 진동, 분진 등 많은 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신아파트는 전국 최악의 경관 훼손 사례로 꼽히지 않나. 공동주택이 들어설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유 교장은 ”너무 안타까운 것은 그 자리는 역사적으로 전라좌수영 동장대 누각이 있었던 자리다. 엑스포 전에라도 누각 등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공동주택이 들어설 부지는 동장대(東將臺) 터로 추정되고 있다. 장대(將臺)는 임진왜란 때 장수가 작전 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곳으로 군사적 요충지이다. 장대는 전투 시에는 지휘소 역할을, 평상시에는 성의 관리와 행정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는 수군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무과를 보기도 했다. 여수고는 교지, 학교 축제, 다목적강당 등에 ‘장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여수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공동주택은 유해시설이 아니어서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0층 이상의 공동주택일 경우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학교 주변의 유해‧위험시설, 소음, 일조권 등 교육환경 전반에 걸친 영향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만, 이 공동주택은 13층이어서 역시 심의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여수교육지원청은 접수된 학교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여수시에 전달했다.

2019년 추진된 이 부지의 호스텔(관광숙박시설)은 상대보호구역에 해당해 심의 대상이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학교 경계 또는 학교 설립예정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구역 내에서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 또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막고 있다.
 

여수고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2019년 6월 25일 여수교육청에서 ‘호텔 건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여수고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이 2019년 6월 25일 여수교육청에서 ‘호텔 건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여수고등학교는 당시 여수교육지원청 ‘교육환경보호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6층 규모 호텔이 절대보호구역인 교문으로부터 100m 거리인데다 실제로 대상 건물과 학교 본관(2,3학년 교실) 및 별관(1학년 교실)과 거리가 5~10m밖에 되지 않아 평일 밤 10시·주말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사 기간에 먼지 소음 등으로 막대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대했다. 여수고 총학생회와 총동문회·학부모회·운영위원회는 여수교육지원청 현관에서 ‘호텔 건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건축물은 여수시 경관위원회에서 수차례 재심의 끝에 층수를 낮추고 디자인 보완 등의 조건부로 통과했다. 일부 위원들은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현재 위치에 건축물 신축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관 위원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나 홀로 건축물’은 도시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심사를 하다 보니 어영부영 넘어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무분별한 건축물 난립으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해온 여수시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이 더는 생겨나지 않도록 차별화된 친환경 경관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여수시 허가민원과 관계자는 “건축주와 민원인 양측의 얘기를 들어보고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 본지는 해당 건축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추후 건축주의 반론이 있다면 반영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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