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개선 저류지에 또 분뇨 배출
경찰 “국민신문고에 고발 접수”
상습 불법 근절 못하는 행정 비판
주민들 “원인 제공자 찾아 엄단”

지난달 13일 여수 도성마을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앞 저류지에 배출된 분뇨와 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달 13일 여수 도성마을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앞 저류지에 배출된 분뇨와 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전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축산 분뇨 및 폐수 불법 배출로 악취와 바다오염이 끊이지 않으면서 축산 업체들과 여수시 행정이 공분을 산 가운데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원인 제공자를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여수경찰과 여수시, 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경찰은 수년간 민원이 제기됐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축산 분뇨·폐수가 바다로 불법 방류된 경위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영업장 폐쇄까지 가능한 수질검사 조작 제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시의 행정처분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5일 여수시청 기후생태과를 방문하고 도성마을 주민들을 접촉해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뉴스탑전남>은 지난 2020년 9월 오수관에 구멍을 뚫어 축산 폐수를 흘려보내고 분뇨 공동하수처리장에 수돗물을 섞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여수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오수관에 구멍을 뚫었는지, 분뇨 처리시설에 수돗물을 섞었는지를 조사했다. 시는 조사 결과 마을이 운영하는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법인은 벌금 처분을 받았다. (관련기사 : 대놓고 축산 폐수 ‘콸콸’ 수년째 방치 여수시…셀프 조사 논란)

그런데 지난달 중순 경 6억 원을 들여 개선한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앞 저류지와 바다에 또다시 분뇨가 불법으로 유입된 사실이 적발됐다. (관련기사 : [영상] ‘6억 들여 치웠는데’ 여수 도성마을 돼지 똥물 또 바다로)
 

지난달 13일 도성마을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앞 저류지의 녹조와 섞인 분뇨. (사진=마재일 기자)
지난달 13일 도성마을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앞 저류지의 녹조와 섞인 분뇨. (사진=마재일 기자)

주민들은 이번 불법 배출을 외지인이 운영하는 A 양돈 업체를 지목하고 있다. 시는 지난 5월 이 업체가 사육 시설이 아닌 곳에서 가축을 키우는 것을 적발해 사용중지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20년에도 분뇨배출시설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 시로부터 과태료 부과 및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 업체는 마을 곳곳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성마을 주민 A씨는 “여수시와 검찰이 수사를 했는데도 또다시 불법으로 분뇨가 배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뇨 공동처리장을 통해 흘러들어가지 않았다면 분명 불법으로 저류지와 연결한 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저류지에 분뇨가 배출될 즈음 해당 축산업체의 가축분뇨 운반차량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될 때 잠시 악취가 덜하다가 잠잠해지면 또 악취가 난다”며 “이참에 불법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원인 제공자를 찾아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가축 분뇨 공동하수처리장 앞 저류지에 유입된 축산 분뇨는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심한 악취는 물론 해양을 오염시킨다는 지탄을 받았다. 저류지 앞바다는 뿌연 거품이 떠 있고 물길이 생긴 갯벌 위로 검은색 물이 흐르면서 갯벌 위는 누렇게, 속은 검게 변했다.
 

지난 2020년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시설에 불법적으로 수돗물을 섞는 모습. (사진=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 제공)
지난 2020년 가축 분뇨 공동처리장 시설에 불법적으로 수돗물을 섞는 모습. (사진=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 제공)

특히 오수관에 구멍을 뚫어 축산 폐수를 저류지에 배출하고 하수처리장 시설에 불법적으로 수돗물을 섞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을 샀다. 수질검사 통과를 위해 깨끗한 수돗물을 축산폐수에 몰래 섞은 것이다. 주민들이 당시 촬영한 영상에는 이 같은 불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석 달마다 이뤄진 정기 수질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고 불시 수질검사 결과와 다른 점에 의문을 가진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적발한 것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언론에 보도됐는데도 시정되지 않았다며 여수시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특히 시 특별사법경찰 공무원이 축산 폐수 불법 배출과 수돗물 희석 사건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셀프 조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의심한 경찰도 당시 여수시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수십 년을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지난 10월 31일 시청 앞에서 여수시에 정주 여건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타임즈 곽준호 기자)
수십 년을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석면 슬레이트, 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면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지난 2019년 10월 31일 시청 앞에서 여수시에 정주 여건 개선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여수시 기후생태과 관계자는 “당시 폐수 불법 배출과 수돗물 희석 사건에 대해 검찰 지휘를 받아 조사 후 검찰에 송치해 벌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도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생한 축산 분뇨 저류지·바다 불법 배출에 대해서는 “위반 의심 사항을 적발해 업체에 출석 요구를 통지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위반 사항을 알 것 같다. 적발되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고 했다.

그러나 여수시가 그동안 관행처럼 지속돼온 분뇨 불법 배출을 근절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은 시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수경찰 관계자는 “수사 단계는 아니고 국민신문고에 고발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당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현장을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