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⑥ 여수시가 3억 원을 들여 도성마을 분뇨 공동처리장 시설을 개보수하려 하자 주민들이 외지 업체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원주민 이제 축산 안 해…외지 업체가 악취·오염 원인”
마을 “분뇨 공동처리장 폐업하려는데 시가 못하게 해”
시 “당장 중단하면 축산 폐수·생활 오·폐수 처리 문제”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축산 폐수와 생활 오·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수년째 바다로 무단 배출되면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심한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축분뇨 공동처리장에 과거 수억 원의 보조금이 지원됐고 올해도 시설 개선을 위한 3억 원의 보조금이 지원될 예정이지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과 함께 무용론이 제기된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악취와 바다 오염이 계속되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더는 살 수 없고 원주민들이 축산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뇨 공동처리장 운영을 그만하자는 의견과 한센인 정착촌이라는 이유로 더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 법권적 지역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하루라도 악취 없는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호소하고 있다.

 

 

▲ 바다에 흘러든 축산 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그러나 가축분뇨 공동처리장을 운영하는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의 등기상 대표와 실제 대표가 다르고 일부 주민 간 이견과 계획서 미신청을 이유로 여수시는 올해 확보한 보조금 3억 원(도비 9000만 원, 시비 2억 1000만 원)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여수시 농업정책과 축산정책팀 관계자는 “분뇨 공동처리장 관리자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신청·접수를 해야 하는데, 시에서 수차례 사업 신청을 권유했는데도 신청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수년째 축산분뇨와 생활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가고 악취로 고통은 오롯이 주민과 바다가 떠안고 있는데도 행정은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오수관에 구멍을 뚫어 축산 폐수를 바다에 그대로 배출하고 분뇨 공동처리장 시설에 불법적으로 수돗물을 섞는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어 주민들은 누군가가 축산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하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돗물을 섞은 것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여수시는 분뇨 공동처리장 관리인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언론 보도 등으로 또다시 논란이 되자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분뇨 공동처리장을 더는 운영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여수시가 계속 운영할 것을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설학순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지난해 2월 마을 한센인 총회에서 법인대표 및 농원장으로 선출. 현재 등기상 대표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대표로 활동)는 지난 12일 마을 방송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축산 폐수가 논란이 되자 공동 분뇨처리장을 폐업하려고 했으나 여수시에서 폐업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꾸 소란이 나서 마을에서는 폐업하려고 했으나 여수시에서 폐업하지 못하도록 자꾸 종용한다.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설 대표는 “정화되지 않은 폐수가 바로 바다로 흘러간 것은 위법이다. 구멍을 뚫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방송을 들은 방원빈 도성마을 이장과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은 지난 14일 여수시 농업정책과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에 대해 시 농업정책과 축산정책팀 관계자는 “분뇨 공동처리장 운영을 갑자기 중단하면 당장 축산 폐수나 생활 오·폐수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축산 농가와 주민들이 협의해 대책을 마련한 후에 폐쇄하라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조금을 받아 시설을 개보수하면 10년간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데 내년까지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조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는 관리 주체인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이 시설을 개보수해야 하지만,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배수펌프장으로 유입되는 축산 폐수. 바다로 (사진=마재일 기자)
   
▲ 바다로 흘러드는 축산 폐수. (사진=하태훈 위원장)


시는 올해 지원사업을 신청자가 없으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 4월과 6월에 4200만 원을 들여 환경개선제 등을 지원했으며 지난 2011년 분뇨 공동처리장 시설의 설비 개선과 관로 정비 등에 보조금 3억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악취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가축분뇨가 섞인 폐수는 바다로 흘러가 갯벌이 썩어가고 있다. 1999년 설치된 개방형 분뇨 공동처리장 시설이 20년이 넘어 노후화돼 정화능력이 떨어지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법인 이사회에서 더는 운영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다수 주민도 분뇨 공동처리장 운영을 중단할 것과 보조금 투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마을 이장 등 대다수 주민은 현재 원주민들이 축산을 하지 않고 있고, 외지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축사 때문에 악취와 해양오염의 고통과 비난은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은 “하루라도 악취 없는 곳에서 사는 게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인데, 혈세를 투입해 시설을 개선하면 결국 기업형 외지 업체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도성마을은 1920년대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정착촌이다. 주민들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사회와 격리돼 온갖 차별과 편견 속에서 냉대를 받으며 살면서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단지 한센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고통의 질곡은 2세, 3세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국가에 의해 강제 격리된 한센인들은 영농조합을 꾸려 돼지, 닭 등을 키우며 생계를 자체 해결해왔다.

축산 농가는 한때 120여 곳에 이르렀지만, 고령화, 축산물 수입 개방과 사룟값 인상에 따른 부도, 태풍 피해 등으로 자포자기하면서 현재 원주민이 운영하는 축사는 없다. 지금의 축사는 마을로 살러 들어온 주민이 소규모로 운영하거나 외지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축사만 몇몇 남았다. 상당수 축사는 빈 채 폐허로 남아 있다. 여수시에 따르면 도성마을의 현재 축산 농가는 돼지 7개 농가 7247두, 한우 4호 149두, 양계 2개 농가 8600수 등 총 12개 농가, 1만5996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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