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19일 도성마을 배수펌프장 수문 앞에 둥둥 떠다니는 가축 배설물. (사진=마을 주민)
▲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19일 도성마을 배수펌프장 수문 앞에 둥둥 떠다니는 가축 배설물. (사진=마을 주민)

여수시, 9억 들여 시설 개선‧저류지 준설
경찰 수사에도 무단배출 불법 자행 배짱

전남 여수시 율촌면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에서 지난달에 이어 지난 19일 가축분뇨가 또다시 바다로 무단 배출돼 분노를 사고 있다. 현장 확인 결과 가축분뇨가 정화장치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배출된 저류지와 공공수역에는 녹조와 섞인 분뇨가 둥둥 떠다녔다. 아무런 조치 없이 배출했다는 것인데 작정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이다. 이곳은 사실상 십 수 년간 단속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심한 악취가 진동하고 바다를 오염시켰다. 2년 전 오수관에 구멍을 뚫어 축산폐수를 흘려보내고 수질검사 통과를 위해 수돗물을 축산폐수에 몰래 섞는 현장이 적발돼 여수시 특사경이 조사한 후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시에 따르면 당시 원인자를 색출하려 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고 한다. 행정·법적 처분은 공동처리장을 운영하는 마을의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이 받았다.
 

▲ 지난 19일 분뇨가 무단배출되자 단속에 나선 여수시 공무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 19일 분뇨가 무단배출되자 단속에 나선 여수시 공무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이후 여수시가 수억 원을 들여 개선사업을 진행해 불법이 근절되는가 싶었지만, 이번에 또다시 반복됐다.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상황에서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범죄가 활개를 치는 무법천지가 됐다. 이 때문에 축산 업체와 여수시 행정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여수시 기후생태과로부터 축산폐수 단속 현황과 수질검사 내역, 행정처분 결과가 담긴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또 바다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오염이 됐는데도 3개월마다 이뤄진 정기 수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 3년 동안 축산폐수 불법 방류 민원이 제기됐는데도 여수시가 단속에 제대로 나서지 않은 경위와 수질검사 조작 의혹, 축산업자와의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은 서류 분석이 끝나면 여수시 담당 공무원들과 축산업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2018년 8월 1일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에 쌓인 가축 배설물. (사진=마재일 기자)
▲ 2018년 8월 1일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에 쌓인 가축 배설물. (사진=마재일 기자)
▲ 2021년 6억을 들여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 퇴적 폐기물 준설 후 모습. (사진=여수시)
▲ 2021년 6억을 들여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 퇴적 폐기물 준설 후 모습. (사진=여수시)

먼저, 그동안 여수시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6억 원을 들여 저류지 개선사업과 3억 원을 들여 공동처리장 노후시설·기계설비 개보수를 했는데도 또다시 정화되지 않은 분뇨가 저류지를 통해 바다로 유입된 것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

도성마을의 축산 농가는 한우·산란계의 경우 분뇨를 농가에서 자연 건조해 퇴비화 처리한다. 돼지 사육 농가는 분뇨를 축사에서 관로를 통해 공동처리장으로 이송 후 정화 처리해 바다로 방류한다.

문제는 공동처리장을 거쳐 정화되지 않은 분뇨가 저류지를 통해 바다로 방류된 점이다. 정상적으로 정화 처리된 분뇨가 저류지로 유입됐다면 돼지 똥 덩어리가 나올 리가 없다. 주민들은 무단 방류 원인자로 외지인이 운영하는 A축산업체를 지목하고 있다. 마을길로도 사용되는 축사 앞의 배수로를 통해 분뇨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현재 정화 처리된 분뇨는 공동처리장 관로를 통해 저류지로 유입되고 있다.
 

▲ 지난 7월 13일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에 쌓인 가축 배설물. (사진=마재일 기자)
▲ 지난 7월 13일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에 쌓인 가축 배설물. (사진=마재일 기자)

시 근절 의지 있나…업체‧공무원 유착 의혹
분뇨 몰래 버린 안하무인 업체 뿌리 뽑아야

여수시에 따르면 도성마을 내에서 실제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3농가이다. 이 중 마을 원주민이 운영하는 곳은 없다. 외부인 소유의 기업형 축산이거나 외지인들이 축사를 사들여 운영한다.

A축산은 분뇨를 외부 위탁 처리하는데 분뇨는 탱크로리 차량을 이용해 처리시설로 운반한다. B농장과 C축산은 액비저장시설을 통해 분뇨를 분리 배출하고 있다. 시는 액비저장시설(분뇨 분리배출) 설치를 위해 전남도 보조 사업으로 1기당 2000만 원(보조 40%, 융자 50%, 자부담 10%)을 지원했다. 여수시에 신고 된 사육 마릿수는 A축산 1500두, B농장 600두, C축산 300두이다. 지난해 말 도성마을 정주여건 개선사업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3농가가 사육하는 돼지는 4750두였다. 

주민들은 여수시가 의지만 있었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그동안 야간에 누군가가 분뇨를 무단 배출한다며 여수시에 단속 등 대책을 요구했다. 언론 등을 통해서도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수사기관의 철저한 단속과 수사를 호소했다.

그런데 9억 원을 혈세를 들여 시설을 개선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불법 배출이 또다시 반복됐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불법적인 일이 자행돼야 하는지 탄식이 나온다. 여수시 행정이 무능한 것인지, 업자를 봐주는 것인지, 주민들은 알고 있는 원인자를 여수시만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수시 역시 주민들이 지목한 업체를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증거가 없다고 의심만 하고 앉아 있을 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원인자를 잡아야 한다. 가축분뇨 불법 배출이 근절되지 않고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시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여수시는 궁금증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 지난 19일 저류지에 녹조와 섞여 떠있는 가축 배설물. (사진=마을 주민)
▲ 지난 19일 저류지에 녹조와 섞여 떠있는 가축 배설물. (사진=마을 주민)

경찰은 축산업체와 공무원, 공동처리장 운영 측과의 유착은 없었는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여수시는 2019년 불시에 폐수 시료를 채취, 검사 결과를 토대로 ‘도성축산영농조합법인’에 방류수 수질 기준 초과 및 관리규정 위반 등으로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축산 업체가 부담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그럴 이유가 없다.

여수는 청정해역을 자랑한다. 그런데 십 수년째 축산분뇨 폐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데도 방치됐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매번 여수시가 적발해 조사해 과태료를 물게 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조치만으론 이 같은 안하무인 업체의 불법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됐다.

이번 불법 사건은 단속해야 할 책임이 있는 여수시가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일부 업체는 돼지 사체를 건조장의 퇴비거름과 섞어 처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쯤 되면 수십 년간 도성마을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외면해 온 행정이 불법 분뇨 배출로 인한 악취와 환경오염을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능한 행정이라는 지탄과 비아냥거림을 더는 듣지 않으려면 여수시가 지도단속을 강화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업체, 환경오염·도덕 불감증 도 넘어
원인자 부담‧합당한 대가 치르도록 해야
약한 처벌, 불법 되풀이…법 강화 시급

일차적으로 축산 업체의 환경오염과 도덕 불감증이 원인이다. 이는 도를 넘고 있음이 분명하다. 돈벌이에 급급해 분뇨처리 비용을 아끼려 한 것이다. 특히 한센인 정착촌이라는 행정과 지역사회의 감시가 허술한 틈을 노린 범죄라는 점에서 이런 업체는 퇴출당해야 마땅하다.

축산분뇨 위반행위는 주변을 오염시키는 데 머물지 않는다. 청정해역이라는 여수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중대 사안이다. 궁극의 피해자는 시민이라는 얘기다.
 

▲ 2018년 8월 1일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 배수펌프장 수문에 고인 축산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 2018년 8월 1일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 저류지 배수펌프장 수문에 고인 축산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 2019년 5월 여수해수청은 높아진 갯벌 때문에 배수펌프장 바다 쪽 수문 작동이 잘 안 된다는 주민들 지적에 따라 갯벌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사진=마을 주민)
▲ 2019년 5월 여수해수청은 높아진 갯벌 때문에 배수펌프장 바다 쪽 수문 작동이 잘 안 된다는 주민들 지적에 따라 갯벌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사진=마을 주민)

 

행정·법적 처벌이 약한 것도 무단배출이 되풀이되는 원인이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만 고발되고 대부분 과태료나 개선 명령을 내리는 솜방망이 처벌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나아질 때도 됐으련만 해마다 단속과 처벌만 되풀이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도성마을 내 가축분뇨 위법 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19건이다. 이 가운데 허가 취소나 폐쇄 명령 처분이 이뤄진 곳은 없다. 사용중지 명령 1건, 검찰 송치 2건이다. 나머지는 과태료나 경고, 개선 명령 등의 가벼운 조치가 전부다.

가축분뇨배출시설 변경신고 미이행, 전자인계관리시스템 미입력, 가축분뇨정화시설 방류수 수질 기준 초과, 가축분뇨배출시설 관리기준 준수 위반, 가축분뇨처리시설 설치와 관리기준 위반, 가축분뇨 처리시설 유입하지 않고 배출, 정화시설에 물을 섞어 배출, 가축분뇨배출시설 미신고 등이다.
 

▲ 지난해 퇴비건조장에 나뒹구는 돼지 사체. (사진=마을 주민)
▲ 지난해 퇴비건조장에 나뒹구는 돼지 사체. (사진=마을 주민)

더군다나 도성마을 일부가 여순사건 추모공원 대상지로 거론되면서 향후 개발될 경우 축사 보상과 땅 보상을 기대하는 외지 축산업자들이 있다. 일부 축산업자는 도성마을에 소유한 땅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을 저지른 업체에 수십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마을은 물론 여수시에 피해를 준 몰염치가 만연한 업자가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원인을 제공한 축산 업체들이 결자해지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다.

불법 업체에 단 한 푼의 세금도 쓰여서는 안 된다. 무관용 원칙으로 악취를 유발하고 바다를 오염시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여수시는 불법 축산분뇨 문제를 근절하고 주민생활 환경을 보호할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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