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연수를 두고 매번 관광 외유성, 예산 낭비 지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여수시의회가 실효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시민 정서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시스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시의회 본희의 모습. (사진=여수시의회)
▲여수시의회 본희의 모습. (사진=여수시의회)

3개 상임위 1억 3000만 원 들여 내달 유럽‧베트남‧일본 行
박물관‧미술관‧공원 등 방문…내달 초 심의위 열어 심사

전남 여수시의회 의원들이 12월 정례회가 끝나는 대로 1억 3000만 원을 들여 유럽, 일본 등으로 국외 연수 길에 오른다. 그런데 연수를 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여론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외 연수가 가지는 장점도 적지 않은 만큼 무조건적인 불신보다는 중립적 시각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정비와 연수 결과가 의정 성과로 이어져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여수시의회에 따르면 기획행정위원회, 환경복지위원회, 해양도시건설위원회 3개 상임위원회는 내달 12일 제225회 정례회가 끝난 직후인 14일부터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와 베트남, 일본 등 5개국에 국외 연수를 떠난다.

이번 연수에는 시의원과 공무원 등 40명이 참가하며 모두 합치면 1억 30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의원 1인당 148만~450만 원 선이다.

기획행정위원회는 문화‧관광 자원 활용실태 파악을 목적으로 내달 14일부터 23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문화센터와 카탈루나 박물관, 카르카손 요새 등을 방문한다. 이어 프랑스 마르세유현대미술관, 아틀리에 박물관, 빅토리아에마뉘엘 갤러리아, 이탈리아 푼타멜라도가나 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보르게제 미술관 등을 방문한다.

인원은 소속 의원 7명과 전문위원 2명, 사무국장‧직원 2명, 시정부 공무원 5명 등 모두 16명이 가며 1인당 450만 7000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 여수시의회 각 상임위별 공무 국외 출장 계획. (자료=여수시의회)
▲ 여수시의회 각 상임위별 공무 국외 출장 계획. (자료=여수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는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 전략 연구를 목적으로 내달 15일부터 20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 하노이의 케이파워와 롯데건설, 빈버스회사 등을 방문한다. 이어 옌뜨의 옌뜨국립공원(케이블카), 하룽베이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 탐방 등에 나선다. 의원 8명과 전문위원 2명, 사무국 직원 2명 등 모두 12명이 참여하며 1인당 148만 4000원이 소요된다.

해양도시건설위원회는 해양관광자원 선진사례 연구를 목적으로 내달 15일부터 21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국제포럼과 파시피코요코하마, 마쿠라리멧세 견학, 오키나와 해양공원, 치넨미사키공원, 평화기념공원 등을 방문한다. 소속 의원 8명과 전문위원 2명, 사무국 직원 2명 등 총 12명이 참여하며 1인당 333만 5000원이 소요된다.

시의회는 내달 2일 전에 공무 국외 출장 심의위원회를 열고 일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여수시의원 공무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 위원은 김대희 여수YMCA 사무총장, 김병곤 여수신문 기자, 변수미 YMCA아이쿱 생협이사, 장종익 여수시노사민정 사무국장, 장준배 여수경실련 집행위원장, 정금호 전남대 공과대학장, 조현서 전남대 교수 등 7명이다. 현재 위원장은 공석이다.

위원들은 공무국외 출장 심사기준에 따라 출장의 필요성, 방문국과 방문기관의 타당성, 출장자의 적합성, 출장기간 및 시기의 적시성, 출장경비의 적정성, 감염병 및 안전사고 예방조치 적정성 등을 심사한다.
 

▲ 여수시의회.
▲ 여수시의회.

국외 연수 부정적 여론 여전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광 외유성 출장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애도 분위기가 여전하고 코로나19에다 고물가 속에서 국외 연수를 강행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타당하냐는 것이다. 더욱이 여수시의회가 지난달 의정비(월정수당) 11%를 인상해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세금을 들여 연수를 가는 것은 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어수선한 시국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로 인한 주민들이 고통 받는 분위기를 고려해 전국의 많은 지자체 의회가 국외 연수를 반납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남도의회는 경기 침체와 이태원 참사 애도를 이유로 12월 예정됐던 유럽‧미국 연수를 전면 취소하고 2억 5000만 원의 예산을 불용처리하기로 했다. 순천‧아산‧고양‧화성시의회 등도 이태원 참사 애도 차원에서 국외 연수를 취소했다. 반면 국외 연수를 다녀와서 결과 보고회를 개최하는 의회도 있다.

연수 대행업체 선정도 투명성을 좀 더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의회는 이번 연수 대행업체는 외부 위원 참여나 입찰 등의 과정 없이 각 상임위에서 선정토록 했다. 울산광역시 중구의회는 대행사를 선정할 때 ‘의원은 공무 국외 연수 및 출장 시 연수 목적에 맞는 일정과 적정한 경비를 제시하는 국외 연수 전문기관 중 설명회 등을 거쳐 대행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소한의 규정은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 제8대 여수시의회 개원식.(사진=여수시의회)
▲ 제8대 여수시의회 개원식.(사진=여수시의회)

시의회 “관광 외유성 동의하기 어렵다”
“중요한 의정활동” 시민체감 홍보 강화

여수시의회는 의원들이 국외 연수가 선진 사례를 직접 보고 배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의 토대가 되는 매우 중요한 의정활동 중 하나라며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진도시의 정책에 대해 학습하고 체험해 시 발전 방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여수시의회의 초선 의원은 9명으로 국외 연수는 처음이다.

강현태 운영위원장은 “2018년 미국 연수에서 보행자를 위한 대각선 횡단보도를 보고 시에 제안하는 등 선진도시 벤치마킹을 통해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현재 대각선 횡단보도는 송원백화점 사거리, 교동사거리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강 의원은 이어 “이 외에도 주차 시스템 등 의원들이 제안하고 실제로 적용된 정책과 조례가 많은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홍보가 부족했던 같다”며 “제안이나 반영 여부 등에 대해 체크하고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연수 대행사는 각 상임위에서 연수 주제를 잘 수행할 업체를 논의해 선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연수를 취소한 전남도의회와 순천시의회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고 국외 연수를 가는 의회도 많다”고 했다. 전남도의회는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술자리 물의 일으켜 자숙 차원에서, 순천시의회는 애도기간 직후 일정이 시작돼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기획행정위의 경우 우리 시가 박물관‧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일정을 잡은 것이다. 다른 상임위도 마찬가지”라며 “관광 외유성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도 있었고 경기가 어려운 것도 안다. 이미 진행돼 왔던 것이고 심의를 받기도 전에 언론에 부정적인 기사가 나와 난감하다”고 말했다. 

진주시의회 외유성‧특혜 시비까지 ‘논란’
연수추진단 구성‧연수 결과 보고회 개최

진주시의회는 시민단체가 외유성이 짙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심사가 진행되는 등 비판을 제기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외 연수 방식을 도입하는 등 예산 낭비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국외 연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진주시의회는 사전준비 과정으로 상임위별로 사전토의를 거치고 전문가 초청 강연회 마련, 사후 과정으로 시민에게 연수 결과 보고회 개최, 연수 결과 본회의 안건 채택 등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업체 선정을 위해 공무 국외 연수추진단을 구성하고 블라인드 방식으로 여행사를 선정키로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일부 주요 견학 장소가 섭외되지 않았는데도 심사를 통과하거나 선정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7월 11일 제8대 여수시의회 개원식에서 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 7월 11일 제8대 여수시의회 개원식에서 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국외 연수, 여론 도마 단골 메뉴
시민 체감 중요…효과 증명해야

여수시의회 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의회의 국외 연수는 관광 외유성, 예산 낭비, 실효성 여부 등을 놓고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원들의 국외 연수가 굳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국외 연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연수 성과가 실제 의정활동으로 나타나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여전하고 선진지를 다녀와 정책 개발, 조례 발의, 제도 개선 등 실제 의정활동에 적용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재 국외 연수 시스템은 시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실제로 결과보고서를 감시할 견제장치가 없고 예산 낭비인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여수시의회가 관광 외유성, 예산 낭비 연수라는 비판을 받지 않고 국외 연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 정서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시스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시의회는 지난 2019년 행안부 권고안을 바탕으로 ‘여수시의회 의원 공무 국외 출장 등에 관한 규칙’을 개선한 바 있다. 하지만 국외 연수 얘기만 나오면 논란이 되는 것은 여론이 여전히 냉랭하고 여수시의회에 대한 원초적인 불신이 연수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꼼꼼한 연수 계획서 작성과 사전 심사, 연수 결과 보고서에 대한 철저한 평가 틀 마련과 보고회 개최를 통한 사후 평가 시스템 등 소통 강화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 강화가 절실해 보인다.

억 단위의 세금을 쓴 국외 연수가 얼마만큼의 실제적인 의정활동 성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문화‧관광 자원 활용실태 파악,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 전략 연구, 해양관광자원 선진사례 연구 등을 연수 주제로 정했지만, 해외 사례가 여수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 성과로 나타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수 결과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 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외유성으로 확인되거나 결과 보고서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페널티를 주는 장치도 필요하다.

또한 일반 여행사가 아닌 전문성 있는 기관을 통해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연수 목적에 맞는 관계자나 전문가, 시민을 연수에 포함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사전 심의 기간을 넉넉히 두거나 의회 사무국 직원 도움 없이도 의원 스스로 연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울산광역시 중구의회는 연수 보고서를 참가 의원 각자 한 부씩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국외 연수인 만큼 여수시의회가 시민을 얼마나 설득하고 연수 효과를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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