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 고용창출·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는 책상머리 정책”

여수박람회장에 해외 초저가 명품아웃렛 입점 추진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역 상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초저가 명품 아웃렛이 들어서면 지역 상인들은 망하고, 지역의 부가 해외나 지역 외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여수진남상가연합회 노재성 회장은 “대형 자본을 이용해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 시장에 침투해 독과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 대다수가 잘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대형 자본, 일부만 잘 사는 사회로 가고 있다. 영세업자들은 이런 외부 유통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들의 아웃렛이 입점하면 고용 창출과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는 책상머리 행정이라고 반박했다.

노 회장은 “대형마트가 여수에 들어선 이후 지역상권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나. 실제 극히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는 이곳 매장 70~80%가 전년 대비 매출이 20~30%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여수는 인구에 비해 자영업자가 많은 편이다. 이미 유통시장이 포화 상태로 여기에 아웃렛이 또 들어서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결국 문을 닫는 점포는 늘고, 먹고 살거리가 없으면 여수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노 회장은 “초저가 명품아웃렛이라고 하는데 명품이 저가이면 질이 좋겠는가. 초저가 명품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아웃렛에는 의류뿐만 아니라 일반 브랜드, 식당, 건어물, 예식장, 영화관 등 다양한 매장이 들어설 것인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지는 만큼 외지 고객은 아웃렛에 들렀다가 주요 관광지 몇 곳을 돌아보고 떠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크루즈 관광객은 1년에 몇 번 오지 않는다. 여수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실제 여수의 아웃렛에서의 소비는 미미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처음엔 호기심으로 반짝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서울이나 부산, 수도권에 유명한 백화점과 면세점이 많은데 굳이 여수에 와서 저가 명품을 얼마나 사겠냐”며 “홍콩의 초저가 명품 아웃렛은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으로 여수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아웃렛이 취급하는 상품이 다르고, 소비층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 회장은 “아웃렛에 초저가 명품만 입점하면 유지가 어렵다. 구색을 맞추고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매장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해외 초저가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도 끼워 넣는다. 결국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아웃렛은 외국이나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 건물을 짓고, 운영한다. 대형마트와 똑같다. 여수의 대형마트 3곳의 년 매출액이 수천억 원인데 지역 환원은 얼마나 하나. 지역 자본만 외지로 빠져나가는 꼴이다. 이는 지역 상권의 자멸을 초래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웃렛이 들어서면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상인들은 반박했다. 진남상가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해운씨는 “아웃렛에서 지역민을 몇 명이나 고용하겠나. 지역민 고용창출에 따른 인건비에 비해 매년 수천억 원의 지역 자본을 빼가는 손실이 훨씬 더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업체나 지자체들이 고용창출을 내세우는데 그건 고용창출이라고 볼 수 없다. 기존 점포를 접고 대형 유통점에 입점하거나 기존 매장 직원이 이동하는 것뿐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형 유통점으로 인력이 이동하는 만큼 인력만큼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매장 직원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여수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경쟁하다보니 실패할 확률도 높아 이래저래 자영업자만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60년대와 70~80년대 고흥, 구례, 하동 주민들이 왜 여수로 왔겠나. 먹고 살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먹고 살거리가 없기 때문에 여수를 떠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진남상가 거리에 걸렸던 아웃렛 입점 반대 현수막.

“아울렛과 도시 발전은 크게 상관이 없다”
“선순환 경제를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대형 자본에 맞서 지역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친절, 청결서비스 정도”

노재성 회장은 “유통시장으로는 이미 한계가 다다른 지역에 아웃렛 입점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도시마다 유통 여건이 다른 만큼 그 지역의 실정과 특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류 상인들의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깎아내리는 시민도 있겠지만 이익을 떠나 박람회장은 본래의 목적대로 공공성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는 게 맞다. 지역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오면 도시가 활기가 띨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아울렛과 도시 발전은 크게 상관이 없다”며 “차라리 선순환 경제를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대형마트가 다양한 소비욕구와 쇼핑 편의를 충족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역 상권 활성화에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1년에 수천억 원씩 매출을 올리면서 양질의 고용창출과 지역사회공헌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해 시민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공헌사업은 미미한 실정으로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모양새다.

노재성 회장은 “아웃렛이 정말 여수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면 우리 상인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시민을 위해 백번 양보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절대 아니다. 나무가 비실비실 말라 고사하듯 우리 지역 상권도 서서히 고사할 것이다. 이마트·롯데마트가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장 편하자고 근시안적인 개발 논리에 휩쓸려선 안 된다. 여수의 100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의 자구 노력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 달에 1만원 내는 회비 가지고 주차장을 만들겠나. 도로를 포장하겠나. 시에 주차장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젠 지쳤다. 여수시는 예산이 없다, 타당성이 부족하다, 지역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말만 수년째 되풀이하고 있다”며 “원도심 주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없다면 연차적으로 계획을 세워 예산을 모아서라도 방법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 원도심이 1~2년 전부터 쇠퇴한 것이 아니잖나. 여수시에 그동안 원도심에 대한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했다.

2001년 이마트, 2006년 롯데마트가 들어선 이후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한 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시의회나 언론에서 문제점과 대책마련을 지적하면 마지못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수시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회장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아웃렛은 상극이다. 여수에 관광객이 1천만명 온다고 하지만 실제 진남상가에 와서 물건을 사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콘텐츠를 만들어 진남상가까지 관광객을 유치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철저한 상권 분석과 중장기적인 상가 활성화 계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업체는 분명 지역 업체를 우선 입점 시키겠다고 할 것인데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현재의 매장을 포기하고 들어오라는 말과 같다. 그러면 이곳 주변의 다른 점포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진남상가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채석씨는 “수년 전에 크루즈를 타고 온 외국 단체 관광객들을 상대로 현장에 의류를 가져가서 판매를 한 적이 있다. 거의 팔리지 않았다. 생각해봐라. 여행갈 때 옷을 준비해가지 현지에서 옷을 사 입나. 대형 자본에 맞서기에는 지역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친절, 청결서비스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매장 문은 안 열 수는 없고, 요즘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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