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섭 시장 뇌물 사건… 여수 지방자치 오점 기록
여수지역 전,현직 시도의원들 대거 처벌로 정가 쑥대밭
오 전 시장, 공과 있지만 과는 덮을 수 없어

 

▲ 지난 2010년 6월 여수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오현섭 시장 비리 사건에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화견을 갖고 있다. 
▲ 지난 2010년 6월 여수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오현섭 시장 비리 사건에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화견을 갖고 있다. 

■오현섭 전 여수시장 뇌물비리 수수사건    2008.8 ~ 2016.4

민선 3기, 여수시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된 후 지역 발전의 획기적인 기회로 여기고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SOC시설을 비롯한 대형사업들이 줄줄이 진행되었다.

당시 여수시는 접근성이 떨어져 도로와 철도 등 접근로 개선에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행정가 출신이었던 오현섭 여수시장은 ‘바다, 그리고 꽃과 빛’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야간경관 조명 공사에 집중했다.

그러나 오현섭 시장이 2008년 8월 조명회사 A 업체로부터 야간경관 조명사업을 수주받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회에 걸쳐 2억 원을 수수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지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또 앞서 2007년 4월 여수시가 추진하던 이순신광장 조성사업 등 시청에 발주하는 건설공사를 수주하거나 시공함에 있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으로 N건설사 회장으로부터 2회에 걸쳐 4억 원을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오현섭 시장, 뇌물 사건 여수지역 큰 파문

이어 2010년 5월에는 여수시가 발주한 설계용역 절차 진행과 대금 지급 등에서 편의를 봐주고 설계용역업체 D사 대표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현섭 시장의 뇌물사건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여수지역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재선에 도전했던 오현섭 시장은 민주당 공천까지 받아 사실상 재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선거일 1개월여 앞두고 뇌물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충석 후보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오현섭 시장은 6·2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측근이 구속되고 자신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돌연 연가 신청을 낸 뒤 2개월 동안 종적을 감췄다. 6월 말 예정됐던 여수시장 퇴임식도 참석하지 않고 도피했던 것이다. 행적이 묘연했던 오현섭 시장은 도피 생활 58일이 되던 2010년 8월 18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며 자수했다.

오현섭 시장은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재선 국회의원인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수천만 원의 공천헌금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여수 정가는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현섭 시장의 뇌물비리 사건은 여수시의원들에게도 옮겨 붙었다. 여수시 시책사업들에 대해 여수시의원들이 제동을 걸지 말고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사돈인 J씨에게 1억 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J씨는 이 돈을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으로 나눠 10여 명의 시·도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현섭 시장 자신의 재선 지지를 부탁하기 위해 당 지역위원회에 금품을 제공하고 조직 활동자금 등으로 무려 2억 3500만 원의 거액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지역 정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6·2지방선거 직후인 6월 21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야간경관 조명사업 시공업체인 A사 대표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여수시청 김모 국장을 구속하자, 오현섭 시장 리스트 파문이 걷잡을 수없이 퍼졌다.

시민들 항의 촛불집회와 시민사회단체 사태해결 촉구 이어져

시민들의 항의성 촛불집회는 물론 사태해결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이어 여수지역정치개혁 및 비리척결 범대위는 여수시의회 5대 의회 당선자들을 상대로 ‘의원 청렴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비난 강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사태가 확산되자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성곤(여수 갑), 주승용(여수 을) 국회의원은 2010년 7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야간경관 조명사건 등 불미스런 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김성곤· 주승용 의원, '시민들에게 깊은 사과' 표명

김성곤, 주승용 의원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공천한 오현섭 시장이 패배 직후 민심의 흐름을 깊이 파악하지 못한 것에 사과표명을 한 바 있다”면서 “최근 여수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시민들에게 깊은 사죄를 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오 전 시장이 야간경관사업 뇌물사태와 관련하여 잠적한 후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를 대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올린다”며 “오 전 여수시장은 하루빨리 출두하여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것은 떳떳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고 질타했다.

특히 국회의원 관련설에 대해 “어느 국회의원도 관련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전·현직 시·도의원 중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책임지고, 해당자는 당헌 당규에 따라 조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수시의회는 제5대 상반기 의장단(김영규 의장)을 꾸린 뒤 개원식을 통해 의원 선서, 의원 윤리강령 낭독 등을 통해 투명하고 청렴한 의정활동을 다짐하는 등 소통하는 의회상을 구축하는데 몰두했다.

그 사이 오현섭 시장과 시청간부 김모 국장, 사돈관계인 J씨를 구속한 경찰청과 여수경찰서는 오현섭 시장 자수 이후 수사에 더욱 속도를 냈다. 경찰은 주씨로부터 5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전남도의원과 전·현직 시의원 등 10여 명을 입건했다. 지방선거 당시 현 시·도의원에게 돈이 뿌려졌다는 정황이 포착됐고, 이 중에는 야간경관조명 등 뇌물 비리로 조사를 받은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10. 7월 오현섭 전 시장의 외눌 사건이 터지자 당시 김성곤, 주승용 의원이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2010. 7월 오현섭 전 시장의 외눌 사건이 터지자 당시 김성곤, 주승용 의원이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현직 지방의원 15명 등 기소, 7명 의원직 박탈형 선고

해당 의원들의 줄소환이 이뤄진 뒤 2011년 2월 24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지방의원 15명 등 23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여수시의원 4명과 전남도의원 3명 등 7명에게 의원직이 박탈되는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최고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에서 최하 벌금 200만 원 등의 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 의원이 지난 2009년 6월, 오 전 시장의 측근으로부터 야간경관사업 등 주요 시책에 제동을 걸지 말고 협조하라는 뜻으로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의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여수시의원들이 시의 정책과 시정운영을 견제하고, 여수시의 주요 정책에 대한 예산의 심의·의결권을 가진 지위에 있었던 점, 오 전 시장이 추진하던 야간경관 사업 등 대형 사업들에 대해 집행부와 마찰이 있었던 점 등을 유죄 배경으로 판단했다.

또 6·2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오 전 시장의 측근 등으로부터 오 전 시장을 도와달라는 명목 등으로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당시 의원직 상실형 선고받은 여수시의회 이모, 정모 ,이모, 황모 의원 4명과, 전남도의회 서모, 정모, 성모 의원 등 총 7명이었다. 재판부는 또 오 전 시장의 지시를 받고 이들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A, B, C ,D 모 씨 등 4명에게는 징역 6월에서 최고 10월까지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여수시의회 김모, 강모, 고모 의원과 최모 도의원 4명은 돈을 반환하려 했고, 돈을 줬다는 오 전 시장 측근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전,현직 지방의원 15명, 오 전 시장 선거운동원 등 21명 처벌

하지만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달랐다.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창한)는 2011년 7월 7일 뇌물수수 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수지역 전·현직 지방의원 15명과 오 전 시장의 선거운동원 등 21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시도의원 7명은 항소가 기각되거나 형량이 늘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여수시의원과 도의원 4명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오 전 시장 쪽에서 시정에 협조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만~1000만 원을 받은 혐의 또는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전 시장한테서 수백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2011년 10월 27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6·2지방선거에 출마한 오현섭 전 여수시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여수시의회 의원과 전남도의회 의원에게 각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오 전 시장에 대해서도 무려 7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징역 10년과 벌금 2억 원, 추징금 7억 원을 확정했다.

▲민주노동당 여수시위원회가 오현섭 시장 비리 사건과 연류된 공무원과 시의원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여수시위원회가 오현섭 시장 비리 사건과 연류된 공무원과 시의원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 규정에 따라 결국 도의원 4명과 시의원 5명이 의원직을 잃게 되었다. 이로 인해 2012년 4월 11일, 제19대 총선은 4명의 전남도의원(제3, 4, 5, 6선거구) 보궐선거와 시의원 5명(나, 라, 마, 자 지역구)에 대한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2016년 4월 6일 대법원은 오현섭 전 여수시장 뇌물비리와 관련된 의원 수는 도의원 4명, 시의원 7명 총 11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들 2명에 대한 보궐선거는 같은 해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됐다.

오현섭 전 시장, 공과(功過) 갈려

오현섭 전 여수시장의 뇌물비리 사건은 모두가 주목했던 2012세계박람회 개최도시 여수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여수시의회는 이 사건으로 자정의 계기를 맞았고 청렴 서약서 제출과 이해당사자 사전 의견청취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비리도시의 오명을 씻기 위한 자구책들을 마련해 갔다.

주민의 대표로서 집행부 견제에 대한 역할과 책무, 그리고 민심의 중요성을 제대로 새기며 청렴의회로 거듭나게 했다는 점에서 깊은 상처와 함께 여수시의회의 도약에 전기가 되어 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현재 오현섭 전 시장에 대한 평가는 갈리고 있다. 뇌물비리 사건으로 여수시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지만 현재의 여수 관광 산업에 대한 초석을 다졌다는 점은 공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에 대해서 평가하는 우리는 늘 ‘그 사람의 공과(功過)를 함께 논해야 한다’는 말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양하고 다름의 입장에 서서 보면 일견 옳은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공과를 논하다가 공과의 크기가 같다는 착각을 한다. 공으로 과를 덮을 수 없다는 것이 맞다.
김종호 기자 minje597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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