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불도저식 행정…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성적 우수 중학생과 인구 유출을 막겠다며 주철현 여수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립 외국어고등학교 설립 추진이 또 난관에 부딪혔다.

여도중학교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외고를 설립하겠다는 시의 방침에 학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여수시가 사립 외고 설립을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무리하게 추진해 시의회와 교육·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점에 비춰봤을 때 이 같은 반발은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선6기 주철현 시장은 여수국가산단 기업의 출연금으로 운영하는 여도학원의 여도초등학교를 공립으로 전환하고, 여도중학교를 폐교한 뒤 그 자리에 사립외고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시설비는 기숙사, 어학실, 세미나실 등 170억원이며, 2017년 3월 개교 예정이다. 예상되는 40~50억원의 운영비는 여수산단 기업들이 분담해 달라며 기업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여수시는 여도중학교를 활용하지 않고 학교를 신설할 경우 시설비만 500~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7일 학교 인근의 라온유, 대광, 아주타운, 로얄, 신동아아파트 등 5개 아파트 3200세대 주민들로 구성된 ‘봉계동 교육특구 조성을 위한 한마음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2월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공립 초등학교 유치와 여도중학교 폐교 반대를 위한 서명을 벌여 3월 한 달 동안에만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추진위는 오는 5월까지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위는 애초 사립인 여도초등학교의 공립 전환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최근 주철현 여수시장이 봉계동 학생들이 다니는 여도중학교를 없애고 사립 외국어고등학교를 만든다는 발표에 반발하면서 여도중학교의 공립 전환을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추진위는 그동안 서명을 진행하는 동시에 최근 주승용 국회의원, 박정채 여수시의회 의장, 이찬기 여수시의원, 여수시 등과 함께 주민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뜻을 전달했다.

▲ 여도중학교와 여도초등학교 전경.

하지만 주민들은 최근 주철현 시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도중학교를 없애고 사립외고를 만들겠다’고 한 발언에 “불도저식 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도중학교를 없애면 봉계동 지역 수백 명의 학생은 학교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 이번에는 중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오영탁 추진위 간사는 “봉계동 주민 자녀들은 여천초등학교까지 장거리 통학으로 인해 지난 2010년 12월 한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어 숨지는 등 위험을 항시 안고 살고 있는데 아무런 대안 없이 멀쩡한 중학교까지 폐교하면 학군 취약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시청 상황실에서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 주요 회원사 공장장 11명을 초청해 ‘지역교육 환경 및 사립 외국어고 설립계획’을 설명한 자리에서 여도중을 폐교하면 재학생은 웅천중학교를 대체 시설로 활용하고 신입생은 1, 2학군별 분산수용 하는 안과 교사들은 신설 고등학교 승계 및 관내·외 타 중학교 특별채용 지원 등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추진위는 “주 시장의 발언이 실무 기관인 교육청과 협의도 되지 않은 사안이며 실제 여도중학교를 운영하는 여도학원(여수산업단지)과도 최종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애초 이런 문제를 예상해서 관련 자료를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나 주 시장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며 “주 시장이 구체적인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사립외고 설립과 맞물려 있는 봉계동의 초등학교, 중학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단 기업들의 소극적인 참여, 여수지역 9개 교육·시민단체로 이뤄진 ‘여수교육희망연대’의 사립외고 설립 계획 중단과 시민 공론화 과정 요구, 주민들의 반발까지 넘어야 산이 많아지면서 여수시가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립 외고 설립이 지역 교육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논의의 장이 마련된 적이 없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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