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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이 되도록 잠들지 못하는 여순사건 희생자시의회·여수시, 여순사건 조례 제정 소극적
제6대 의회 끝나면 조례 자동 폐기 ‘비판’
마재일 기자  |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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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5  22: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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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19일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여순사건 61주기 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마재일 기자
 

1948년 좌우익의 극심한 이념 대립에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이 올해로 70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과 화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순사건의 발생지이고 희생자가 가장 많은 여수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조례안이 3년 넘게 표류하다 결국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오는 29일 열리는 제6대 여수시의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조례안은 자동으로 폐기될 상황이어서 의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수시의회 서완석 의원은 지난 21일 여수시의회 제184회 임시회 10분 발언을 통해 지난 2014년 11월 발의돼 현재까지 3년 4개월간 기획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안’과 지난해 2월 발의돼 같은 위원회에 계류 중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 서완석 여수시의원.

서 의원은 “여순사건의 비극을 노래로 제작해 1949년 발표된 ‘여수야화’는 우리 지역 출신도 아닌 사람들이 그 비극의 진상을 알리고 무고한 민중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부른 노래였는데, 정작 지역의 정치인들은 여순사건 70년이 된 지금까지 지역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키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순사건 당시를 증언할 수 있는 여순사건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 그 후손과 유족도 차츰 사라지고 있어 최대한 빨리 일이 시작돼야 하고 역사기록으로 축적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현재의 여수시의원들은 임기 4년 동안 조례안 처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보훈단체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타 지역에서 이미 조례로 제정해 추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인 희생자 추모마저 망설이고 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무책임도 비판했다. 그는 “15명의 의원이 찬성해 발의된 조례안을 기획행정위원회 8명이 처리하지 않고 임기를 마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더 이상 시간이 없는 만큼 조례안을 부결시키든지, 수정안을 만들어 가결시키든지, 원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전체 의원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라는 조례 제명이 불편다면 지역민 희생자라는 수정안도 좋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서 의원은 의장을 향해서도 “의장을 4년 동안 하면서 우리지역에서 마땅히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우리지역의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인 여순사건 문제를 산 넘어 불구경 하듯이 방관하는 것이 의장의 도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서 의원은 “제주 4.3특별법 제정은 지역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특별법을 제정해 준 것이 아니다”라면서 “제주도민 피해자 가족들과 민간단체, 그리고 제주도와 도의회, 국회의원, 제주도 밖의 많은 단체와 정치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명확한 진상조사와 위령사업 추진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시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번 의원 임기 중 마지막 임시회가 될 수 있는 이번 임시회에서 꼭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의회가 협조하지 않아서 조례 제정이 안됐다느니, 소관 상임위 위원들이 심의를 하지 않아서 안됐다느니 하는 등의 핑계가 의회 역사에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며 계류중인 조례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 지난해 6월 7일 여순사건 여수유족회가 여수시의회 앞에서 여순사건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조례안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여순사건의 상처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일부 보훈단체가 조례안의 용어와 지원 범위 등을 문제 삼아 반대하면서 시의회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6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상임위가 조례안을 다시 심의하기로 했지만 보훈단체의 반발 등 표를 의식하는 분위기는 여전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여수시의회 14명의 의원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안이 수년째 상임위원회를 벗어나지 못하자 지난해 2월 13일 여수시의회 임시회에서 전남도와 타 시군에서 시행 중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조례안 역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이번 임시회를 넘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전국적으로 전남도 등 12개 광역지자체와 경주·안동·여주 등 40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전남에서는 순천·광양·구례·나주·영암·화순·해남·함평 등 10여개 시·군이 여순사건을 포함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각종 추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여순사건의 발생지이고 희생자가 가장 많은 여수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지 않고 있다.

   
▲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70년 동안 이어져 온 지역의 아픔과 상처는 뒷전으로 미룬 채 또다시 선거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 여수시의원들과 주철현 여수시장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 시장은 후보 시절인 지난 2014년 5월 시민사회의 여수시장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우선 시가 주도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여수만이라도 진상 조사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수시가 2018년 예산안에 여순사건 70주기 기념 사업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여순사건유족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자 주 시장은 지난 1월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의회와 협의해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주 시장은 “추진위에서 토론회, 문화제, 학술대회 등 70주기 기념사업을 선정해 요청하면 시가 지원하고 함께 하겠다”며 “이를 통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순사건’을 지역이 해결해야 할 현안의제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이러한 계획들이 진행되기 위해 여순사건 관련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며 “시의회와 협력해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겠다”고 했다.
 

   
▲ 반군 협력자 색출 장면.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우리나라에서 LIFE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찍은 사진. 촬영일 19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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